추억 찾아 인연 찾아 경주로 가자

경주를 대표하는 노래, 경주 아리랑

by 김에녹

여행에서 노래의 힘은 크다. 버스커버스커가 부른 <여수 밤바다>라는 노래가 있다. 여수 출신의 장범준이 만든 이 노래로 인해 여수는 일약 대한민국 대표 여행지로 발돋움했다. 고요한 여수 밤바다에 앉아 <여수 밤바다>를 듣는 건 한때 많은 사람들의 로망이기도 했다.


가수 조용필의 <여행을 떠나요>라는 노래도 있다. 1985년 발매된 이 노래는 전 세대를 아울러 사랑받는 대표적인 여행 노래다. 2007년에는 가수 이승기가 리메이크를 하면서 젊은 세대까지 인지도를 넓히기도 했다. 지금도 많은 가수들이 무대 또는 유튜브에서 커버하기도 한다. 아마 한국인이라면 세대를 불문하고 여행을 떠날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노래이지 않을까.


지난 3개월 동안 경주시 평생학습관에서 진행하는 기타 수업에 참여했다. 강사는 경주 로컬 가수로 오랜 기간 활동하고 있는 통기타 가수 김기범 님이었다. 약 12회에 걸친 매주 수업 시간마다 강사님은 우리에게 새로운 노래를 알려주셨다. <영일만 친구>, <영원한 나의 사랑>, <잊혀진 계절> 등 80년대 후반에 태어난 나에게는 다소 생소한 노래들만 배우던 중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 선생님은 <경주 아리랑>이라는 제목이 써진 악보를 건네셨다.


<경주 아리랑>은 가수 김기범 님이 직접 작곡하고 부른 노래다. 처음엔 경주 아리랑이라는 제목을 보고는 "'진도 아리랑', '밀양 아리랑'처럼 경주에도 '경주 아리랑'이 있었나?" 하고 생각 했다. 알고 보니 후렴구에 "아리 아리 쓰리랑"이라는 가사가 나오지만, 경쾌한 리듬의 팝 스타일로 전개되는 노래였다. 민요 느낌의 노래는 전혀 아니었다.


선생님은 이 노래를 우리에게 소개하며 쑥스러워 하셨다. 아무래도 자신이 직접 작곡한 노래를 함께 따라 부른다는 게 영 부끄러우셨는지 모르겠다. 신기하게도 이 노래는 기타 수업에서 배웠던 그 어떤 노래보다도 내 마음에 꽉 박히었다. 특히 가사 중에 "경주로 가자~" 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이 나에겐 킬링 포인트였다. 경주에 살다 보니 아내와 함께 주말엔 근교로 떠날 때가 종종 있었는데, 한 시간 남짓한 근교 도시에 놀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차 안에서 늘 이 노래를 불러대곤 했다. "경주로 가자~"


2025년 11월에는 APEC이라는 국제적으로 큰 행사가 경주에서 개최되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도, 중국의 시진핑 주석도, 삼성의 이재용 회장과 현대차의 정의선 회장, 엔비디아의 젠슨 황까지도 한 자리에 모인 큰 행사였다. 그야말로 대한민국 동쪽 변방의 작은 도시에 전 세계의 주요 인사들이 모인 자리였다. 이런 행사에서 진짜 경주 로컬에서 활동하는 가수가 한 무대를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각국의 대표들이 모인 만찬장에서 "경주로 가자~"라는 가사와 함께 흥겨운 멜로디가 흘러나왔다면. <경주 아리랑>이야말로 APEC 때 불렀으면 좋은 노래였겠다는 아쉬움도 남는다.


이 노래 가사에는 경주의 여러 유명한 관광지가 나온다. 첨성대며, 경주 남산이며, 동궁월지며 경주를 대표하는 곳이다. 만약 경주에 오기 전에 이 노래를 알았더라면, 이 여행지 가사를 보고 들으며 경주에 가고싶은 마음이 생겼을 것 같다. 경주를 향해 떠나는 기차나 버스 안에서 이 노래를 들으며 첨성대와 동궁과 월지를 마음으로 꿈꿔볼 것 같다. 경쾌한 멜로디는 이러한 설렘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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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성대 / 동궁과 월지


많은 분들이 이 노래를 들으며 경주에 놀러오면 좋겠다. 경주에 와서 이동하면서 이 노래를 한 번씩 들어보시면 좋겠다. 여수 밤바다만큼이나 경주 아리랑은 경주 여행을 더욱 설레게 할 노래이니까 말이다.



<경주 아리랑> 노래 영상




<경주 아리랑> 가사


동해 바다에 해가 솟았다

꿈 찾아 희망 찾아 경주로 가자

첨성대 뜰 위에 달이 떴구나

임 찾아 사랑 찾아 경주로 가자


아리 아리 쓰리랑 쓰리 쓰리 아리랑

저기 저 고갯길 내가 넘어간다


경주 남산 기슭에 바람이 분다

혼자서도 둘이서도 경주로 가자

동궁월지 연못에 눈이 내린다

추억 찾아 인연 찾아 경주로 가자


아리 아리 쓰리랑 쓰리 쓰리 아리랑

저기 저 고갯길 내가 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