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랜 꿈들이었다. 맨들 맨들, 윤이 나던 표면의 촉감을 잃어가며 얻은 색깔은 흰 것에 가까운 뿌연 노랑이었다. 그것은 시간을 넘어 무던히 책장 사이로 비추던 빛 덕분이었다.
나는 이제야 지켜볼 뿐이다. 그 꿈들은 아이처럼 웅크린 채 작은 구석에 몸을 숨겼다. 술래가 달려 지나친다면 몰라볼 정도로 작고 더 작게 몸을 감싸 안았다. 수 만 번의 해님이 쫓아와도, 밤 중의 별빛마저 닿지 못하는 곳에서 눈을 질끈 감고 하늘을 향해 엉덩이만 쳐 들은 채로.
오랜 시간 탓이 아니었다. 오래 지나온 것은 시간이 아니라 술래였으므로, 지독한 오해와는 달리 빛을 피해 숨었던 것이 아니라 가만히 있어도 누구 하나 찾지 않았던 것이기에, 그녀는 바라고 바래버렸던 것이다.
가슴속 떨림이 미움이 되고 원망이 되었다. 그리고 만월의 그림자만큼이나 모든 것이 짙어진 무덤의 날에 이르러서야, 어느새 자라난 그리움의 크기가 더욱 커질 수 없다 느껴지던 밤이 되어서야, 술래는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챘다. 시간에도 무게가 있음을, 애석한 깨달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