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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에 가까워지자 노란색 조끼를 입은 누군가의 등이 보였다. 그리고 선희 씨의 울음소리. 그러자 이상하게도 낯설지 않은 울음이 마음에 차올랐다. 믿음 씨는 다급히 선희 씨에게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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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희 씨는 믿음 씨를 공연히 따라갔다가 이상한 광경, 그러니까 자신이 버린 인형을 껴안고 우는 여자를 봐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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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한 바퀴를 순찰하고 돌아온 화순 씨는 슬기 씨가 집에 없음을 알아챘다. 이 틈을 타서 화순 씨는 다락방에 쌓인 먼지를 헤치고 책 꾸러미를 수레에 싣는다. 그리고는 냅다 헌책방으로 달린다. 무슨 일이 곧 일어날지, 무슨 광경을 목격할지, 그곳에서 누구를 만날지 전혀 모르는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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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태희 씨는 햇빛을 쬐러 그네에 나와 앉았다. 웬일인지 믿음 씨가 늦는다. 이전에 듣다 만 선화 씨 이야기가 듣고 싶은데… 어제 울던 여자 이야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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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의자 근처를 청소하는 슬기 씨의 빗자루질이 빨라진다. 갑자기 웃음소리가 들려 고개를 들었다. 태희 씨 옆 자리에 하늘이가 까르르 웃으며 그네를 타고 있다. 기훈 씨는 딸의 모습을 보면서 화판에 하늘이의 미소를 담아내었다. 화판이 놓인 '갈색' 이젤 뒤에 바람에 날리는 글자가 보인다.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