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화

by 쓴쓴

-56-

그러다 슬기 씨는 순간 다락방에 쌓아 둔 책 꾸러미가 생각난다. 이것이다. 좋은 예감이 든다. 저 두꺼운 책을 시작으로 선희 씨에게 호감을 살 거라 생각한다. 분명 선희 씨가 좋아할 것이라 생각한다.

-57-

기훈 씨에게는 딸이 한 명 있다. 이름은‘하늘’이다. 화가의 딸답게 매 번 좋아하는 색깔을 말하는 하늘이는 한 달 전 까지만 해도 노란색을 좋아했다. 귀에서 나오는 귓밥이 노란색이라는 기막힌 이유 때문이다. 요즘은 파란색을 좋아한다. 자기 이름이 저 하늘과 같다는 것을 배운 후 푸른 계열만 고집한다.

-58-

화순 씨는 오늘도 분리수거장을 난리 쳐 놓을 예정이다. 자신의 손자가 그 쓰레기장을 치우게 될 줄은 생각도 못한 채로.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시간이 다가온다. 화순 씨는 슬기 씨가 쌓아 둔 책을 생각한다.

-59-

슬기 씨는 두꺼운 법전을 들고 점심시간에 맞춰 선희 씨를 찾아간다. 환하게 인사하는 그의 손에는 책이 있다. 그러자 선희 씨는 울기 시작한다.

-60-

믿음 씨는 놀이터 조우 사건 이후로 언젠가 태희 씨에게 자신의 아지트인 ‘선일 책방’을 소개해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늘은 나누던 대화를 뒤로 미루고 헌책방 가는 길에 동행해 달라고 부탁했다.

매거진의 이전글제13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