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깊이 생각한다

세뇌에서 벗어나

by 쓴쓴

우리는 우리 모습을 그대로 바라보기 어려워한다. 모래를 녹여 만든 환한 거울의 발명과는 관련 없는 이야기다. 사실 화장실 거울에 비췬 자신을 보면서도 평가가 시시때때로 달라지지 않은가.


화장실에서 손을 씻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나를 무엇이라 규정하고 있는가, 말이다. 이 물음은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나 자신이 얼마나 자유로운가를 묻는 질문과 맞닿아 있었다.


세뇌에 쓰이는 세는 '씻을 세'다. 뇌를 씻다니 조금 끔찍한 심상이 떠오르지만 감각적인 그림보다 추상화를 떠올려보자. 세뇌당했다는 말은 뇌를 무엇으로 씻는다는 표현일까.


당신을 어떤 사람이라고 규정하는 이들의 말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그 말이 사탕 발린 칭찬이든 독을 품은 욕설이든 간에 말이다. 물론 타자라는 존재로 규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게 우리들 각각이긴 하다. 어떤, 사회적 존재로써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강제당해서도 강제해서도 안 된다. 우리가 각자 되고 싶지 않은 것들에 저항할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이 누구인지 끊임없이 묻고 답해보고, 내 앞의 타자가 보이는 움직임을 밀쳐낼 줄도 알아야 한다.


수도꼭지를 잠그고 손에 묻은 물을 닦아낸다. 세뇌당하지 않으려면 물어야 한다. 자가 비록 신이라도 물을 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