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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너프엘라 Dec 14. 2023

내가 해냈으니 너도 할 수 있다는 착각

출간 계약 후 2년만에 샘플 원고를 보낸 이유




엘라님. 책 기다리고 있어요!
언제 나오나요?













지난주 확정 리스트는 아니지만(;) 목차 기획과 샘플원고를 출판사로 보내드렸습니다. 출간 계약을 2년전에 했으니 늦어도 너무 늦었고요. 지은 죄가 있기에 작업하는 동안 긴장해서 담도 오고 입술도 다 터졌습니다. 계약 후 이렇게 글을 쓰지 못한 건 목차나 샘플 원고도 없이 기획안과 신뢰만으로 계약해주신 대표님께 면목없는 일임도 분명하죠. 그래도 기다려주신 이유가 있었어요.



올 여름 대표님을 뵙고 말씀드렸어요. 저는 과거의 저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고요. 다시는 콘텐츠로 누군가를 돕는 경험 이전의 저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이죠. 제가 과거의 저를 돌이켜보며 누군가를 위한 글을 쓴다고 해도 그건 그저 콘텐츠 생산자의 주관적 경험담이 될 수 있겠다는 것. 그게 글을 쓰기 어려운 이유였어요. 그 어려움을 지금의 제 마음으로 들여다보고 공감할 수는 있겠지만 단지 주관적인 경험담으로 지금의 제가 해냈으니 여러분도 할 수 있어요라는 이야기를 쓸 수는 없었어요. 라고. 그게 글이 많이 늦어진 이유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저는 제가 경험한 것들을 누군가도 안전하게 경험하시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아주 오래 해왔어요. 그래서 제가 경험하지 못해 모르는 분야의 강의를 들었고요. 돕기 위한 방법으로 코칭 심리학을 전공으로 선택하고 대학원에 진학했어요. 코칭 수련을 시작하고 필요한 자격증 시험을 보고 … 작년처럼 여전히 도깨비풀의 언덕을 쏘다니며 제 경험과 여러분 사이에 놓을 작은 돌들을 하나씩 주머니에 모으고 있어요.


전공 과목을 수강하다가 여러분께 제안하는 내용의 근거가 될 이론을 찾고 혼자 발을 동동 거리며 기뻐하기도 하고요. 글 꼭지 하나에 자격증 이수 과정 하나가 통째로 갈려 들어가기도 하고요. 너무 아프고 힘들었고 상처가 되었던 일들을 애써 오래 응시해 보기도 합니다. 그런 일까지 제 독자들은 겪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요.


주머니에 돌을 꽤 모으고 (용기도 모아서) 라이프 콘텐츠 코칭도 시작했어요. 저… 간판도 걸지 않았고 오픈 예정일도 정해지지 않은 레스토랑에서 (블라인드도 내렸지만) 새벽부터 불을 밝히고 수프를 끓이는 주방장처럼 보였을 텐데 … 용기를 내서 문을 두드려 준 분과 첫 대면의 순간이 얼마나 떨렸는지요.  드디어 도깨비풀의 언덕을 헤매며 모은 작은 돌들을하나씩 하나씩… 원하는 세상으로 건너 가고 싶은 누군가의 발 앞에 톡 올려놓는 일을 시작하게 되었답니다.










그 과정에서 깨달은 게 있어요. 제가 생각하는 전문가는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튼튼한 다리를 놓아주는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는걸. 그렇지만 우리 삶엔 다리를 놓을 수 없는 작고 복잡한 개울을 건너는 순간이 있고 그런 순간엔 작은 징검다리가 더 필요다는 걸요.


저는 도깨비풀의 언덕을 쏘다니는 신세가 이제 부끄럽지 않아요. 제 호주머니에 모은 돌들이 동나지 않도록 매일 언덕을 쏘다닐 거예요. 서비스로 머리와 치마에 붙은 도깨비풀 씨앗도 드릴 거고요. 그리고 이 모험이 비단 혼자만의 것이 아니기에 더이상 쓸쓸하지 않고요. 스스로 하찮다고 느껴지는 순간들은 또 찾아올테지만… 저는 쓸 수 있습니다.




#크리에이터 #콘텐츠코칭 #코칭심리학 #코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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