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끝동네 이야기]
올해는 슈퍼문을 세 번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지난 3일, 한 번의 기회를 놓쳤고 이제 11월과 12월, 두 번 남았다. 나는 슈퍼문을 일부러 챙겨 보는 사람은 아니다. 그런데도 슈퍼문으로 SNS에서 떠들썩해지는 날이면 어김없이 고등학교 3학년, 한여름밤이 떠오른다.
자고로 야자 땡땡이라 하면 학교에서 멀리 도망가는 게 국룰이건만, 소심하게도 나는 담장을 넘지 못하고 계단에 앉아 밤바다를 바라봤다. 다리를 접고 앉자, 콘크리트의 거친 감촉이 그대로 전해졌다. 내가 늘 보아오던 오징어 배의 불빛을 넘어 동화 속에서나 볼법한 크기의 달이 내 앞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달은 호박꽃 같았다. 노란빛으로 딱 그만큼만 바다를 차지한 채 화려하고 선명하게 피어 있었다. 달을 삼킨 바다는 더 깊어졌고 꽃밭처럼 일렁였다. 습하고 짭조름한 바다 내음이 내 코끝을 간지럽혔고 나를 춤추게 했다.
그 순간 나는 방아를 찧던 토끼를 제치고 그 자리를 차지했다. 덩-기덕 쿵 더러러러~ 굿거리장단에 맞춰 방아를 찧으며 달님에게 소원을 빌었다.
“달님! 수능 잘 봐서 이 촌구석에서 벗어나는 게 꿈이에요”
덩-기덕 쿵 더러러러!
열아홉 살 소녀의 꿈은 이루어졌다. 딱 절반만! 수능을 망쳤지만 결국 서울의 달을 보고
살고 있으니 더 이상 달님에게 따지진 않기로 했다. 그날 친구들은 각자의 책상 앞에 있었을 것이다. 나는 공부 대신 오래 기억하게 될 밤을 가졌다.
바닷가 작은 도시인 여수를 많은 사람들이 ‘여수 밤바다’라고 공식처럼 외운다.
나에게 여수는 아직 영글지 못했던 소녀가 올려다보던 슈퍼문부터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