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일. 새로운 배움, 새로운 활력

by 속삭이는 물결

며칠 만에 날이 갰다. 화창해진 하늘이 어찌나 예쁘던지.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지각을 하지 않았다! 준비 체조를 시작부터 한 게 대체 얼마만인지. 반성해라 나레기! 사람은 다섯 명 정도밖에 없었다.


오늘도 발차기는 한 개씩. 교통 체증이 너무 심해서 거리를 두고 출발하는데도 앞사람이랑 계속 부딪힐 뻔했다. 내 뒤에 선두주자 아저씨가 따라붙고 있는데. 이 격차는 내 탓이 아니라고!


먼저 자유형으로 시작. 킥판을 잡고 물 잡는 느낌에 집중하며 두 바퀴, 킥판 없이 두 바퀴다. 물을 앞에서 잡아서 뒤로 보내는 느낌으로 쭉 밀어내라고 하셨다. 물 잡기 연습은 평영에도 접영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이다. 느낌적으로 손바닥 아래에 있는 물을 움켜쥐어서 허벅지 옆까지 밀어서 던지라는 것 같았다.


킥판을 잡고 시작하는데 나도 모르게 발차기 없이 팔로만 하고 있었다. 그리고 팔이 정말 아파왔다. 천천히 움직여서 더 그런지, 오른쪽 팔뚝에 거의 알이 배기는 느낌이 들었다. 왼쪽은 안 아프고 오른쪽만 아팠다.


오늘은 배영을 건너뛰고 평영을 바로 했다. 세 바퀴.


(여기까지 쓰고 너무 피곤해서 잠들었다. 100일 차 일기를 먼저 쓰고 왔다.)


평영 세 바퀴를 천천히 했다. 손 먼저 다리 다음! 만고불변의 진리! 얼마 전까지 엉망으로 했던 것 같은데 이제 다시 안정감을 찾은 것 같았다. 선생님이 분명 어떤 코멘트를 했을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이제 스타트를 연습할 시간이라고 하셨다. 키 큰 남자분과 나에게는 1 레인으로 가서 평영과 접영을 연습하라고 하셨다. 다이빙을 안 배웠기 때문에 블라블라 설명을 하시다가 갑자기 다이빙해보실래요?라고 하셔서 잽싸게 "배워보면 안 돼요? 마지막 기회인데.."라며 끼어들었다. 선생님이 오케이 하셔서 바로 데크 위로 올라와서 레인 끝으로 향했다. 모두 시키지도 않았는데 이런저런 스트레칭을 하고 계셨다. 벽에 만세 자세로 손바닥을 붙여서는 어깨 누르기와 깍지 껴서 만세 포즈 취하기 따위였다. 선생님은 점프 웜업 동작을 알려주셨다. 발끝을 바라보면서 쪼그려 앉았다가 뛰면서 일어나서 몸을 최대한 길게 펴서 깍지 만세! 다섯 번을 했다.


그리곤 잘하는 순서대로 다이빙을 해서 자유형 25m 가기. 남자분들은 점프를 해서 물속으로 뛰어들었고 여자분들은 데크에서 상체를 90도로 굽힌 다음 그대로 입수한 뒤에 나아가셨다. 이제 우리 차례! 선생님은 일단 앉아서 해볼 거라고 하시며 설명을 시작하셨다. 데크에 엉덩이 끝만 거의 걸친 채 앉고 양 발바닥을 벽에 붙인다. 이때 양 무릎과 다리는 어깨 넓이만큼 멀린다. 두 팔을 머리 뒤로 깍지 껴서 쭉 피고 허리를 편채로 45도 정도 숙인 뒤에 물속으로 상체를 집어넣으면서 두 발로 벽을 빵 차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 생각보다 쉽다. 수경 속으로 물이 계속 들어와서 힘들었다. 자유형으로 얼른 헤엄쳐서 가는데 수경 때문인지 평소보다 훨씬 체력 소모가 큰 느낌이었다. 레인 끝까지 가선 다시 지상으로 올라와 걸어서 시작점으로 돌아온다. 두 번을 반복했다. 세 번째 나가려고 하니 선생님이 오셔서 내가 두 발을 너무 빨리 찬다고, 물속에 완전히 들어간 다음에 발을 밀어내라고 하셨다.


그렇게 한 번을 더 했던가? 계속 자유형만 하니까 재미가 없었다. 그냥 1 레인으로 넘어가서 접영 연습을 하는 게 나으려나? 생각했다. 그때 선생님이 다시 오셔서는 서서 다이빙하는 걸 알려주셨다. 상체를 90도로 굽힌 뒤에 들어가는 방식이다. 발가락으로 데크 끝을 껴안듯이 데크에 서서, 마찬가지로 두 발은 어깨 넓이로 벌린다. 두 팔은 똑같이 귀 뒤로 넘겨서 깍지를 끼고 상체를 90도로 접고 무릎은 편다. 여기서 두 손이 조금이라도 아래로 향하게 되면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 칠 우려가 있어서 매우 위험하다고 한다. 그래서 두 손은 최대한 머리 위로 쭉, 최대한 뒤쪽으로 향해야 한다. 처지면 안 된다. 선생님이 골반을 살짝 잡아주면서 몸이 못 나가게 했다가 다시 놓아주셨다. 거의 떨어질 뻔했는데 골반을 잡는 것만으로 몸이 넘어가지 않는 게 신기했다. 그렇게 슝 하고 들어가니까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수경에 물은 더 많이 들어왔지만.


세 번째 시도 때는 수경이 완전히 벗겨져서 멈춰 서야 했다. 선두에 서신 중년 남성분이 얼른 나오라고 하셨다. 이미 레인에 바짝 붙어 있었는데.. 1 레인으로 넘어가서 계단을 밟고 바로 지상으로 올라왔다. 남들 한 바퀴씩 돌고 돌아오는 동안 수경을 더 꽉 조였다. 한 번 더 하고 나니 수업이 끝날 시간이었다. 얌전히 마무리 체조를 하곤 양팔 접영을 연습했다. 아까 그 중년 남성분은 다른 힘 좋은 여자분에게 양팔 접영을 할 때 힘이 좋으니 이제 이렇게 해보라고 무언가 알려주고 계셨다. 선생님이 계신데 왜 굳이 서로의 동작을 평가하며 뭔가를 가르쳐주려고 하시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하면 더 좋더라며 꿀팁을 알려줄 순 있어도 동작을 지적하는 건 좋지 않은 것 같다. 선생님도 연배가 훨씬 높은 분이 그렇게 하고 계실 때 어쩔 도리가 없는 것 같고.


아무튼 양팔 접영을 연습하는데 역시나 팔이 걸린다. '팔을 던져야 한다'는 말은 이 선생님께도 듣고 전날 밤 유튜브에서도 봤는데, 막상 연습할 땐 생각이 나질 않는다. 팔을 던지기. 팔을 던지기! 팔을 던져라! 그래도 이날은 스타트를 배워볼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고 기뻤다. 이제 어디 지중해 바닷가에서도 다이빙을 할 수 있을 것 같잖아! (지중해 갈 계획 없음) 기쁘다 기뻐!

작가의 이전글98일. 총정리 복습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