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와 침수 소식에 수영장 문 닫으면 어쩌나 걱정하던 간밤. 다행히 아침에는 빗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휴관 문자도 오지 않았다. 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도 긴장이 됐다. 혹시 거리가 엉망이면 어떡하나, 무언가 문제가 생겼으면 어떡하나 하고.
오늘도 대지각. 안 그래도 늦게 도착했는데 정문 앞에서 친한 사람을 만나 간만의 대화를 나누느라 시간을 더 지체했다. 열쇠를 받은 게 2-3분쯤, 샤워하고 수영장에 입장한 게 7-8분쯤이었다. 사람들은 이미 자유형 발차기 한 바퀴를 돌고 나서 배영 발차기를 시작하고 있었다. 나는 부랴부랴 킥판을 들고 자유형 발차기로 출발했지만 배영 발차기가 느리다 보니 앞 분과 부딪히지 않기 위해서 (또는 이미 부딪혀서) 반의 반쯤 가서 배영 발차기로 전환했다. 발차기 하나는 까먹고 시작. 평영 발차기는 헤드업으로 하다 수중으로 하다 왔다 갔다 했다. 접영 발차기도 헤드업으로 하다 잠수형으로 하다 다시 고개 숙여서 하며 내 맘대로 바꿔가며 오갔다. 모두가 모이고 반 바퀴 걷고 왔다.
아, 오늘의 선생님도 어제 선생님이 오셨다. 당분간 수업을 쭉 대신하시나 보다. 선생님은 자유형을 두 바퀴만 할 거라고 하셨고, 그전에 발차기 방법에 대해 길게 설명하셨다. 자유형 발차기는 별다른 사항이 없다. 배영 발차기는 발차기가 잘 되면 꽈배기 손으로 만세를 하거나 킥판을 위로 들어도 좋지만, 발차기가 약한 경우에는 오히려 몸이 더 가라앉을 수 있으니 킥판을 배꼽 앞에 두고 연습하는 게 좋다. 아니면 차라리 팔을 아래로 쭉 뻗어 킥판을 무릎 가까이에 두고 연습하면서 무릎이 킥판을 찰 정도로 잘 올라오는지 확인하는 방법도 좋다.
평영 발차기는 기본적으로 음파를 하면서 한 번 차고 물속에서 글라이딩하는 느낌을 잘 살피는 것이 좋다. 접영 발차기는 상체, 특히 머리를 고정하고 연습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킥판 위에 두 손을 겹쳐 올리고 엎드려서 나가는 게 좋다. 아니면 킥판의 양 옆을 잡고 최대한 상체를 움직이지 않도록 하는 게 좋지만, 이때 머리를 같이 움직이게 되면 킥판이 함께 요동치면서 저항을 만들어낸다. 앞으로 나갈 수가 없다. 그래서 제일 좋은 건 어차피 잘 떠 있을 킥판을 두 손으로 잘 눌러주고 연습하는 것이다. 웨이브를 타고 앞으로 나가는 게 연습 목적이기 때문에 가다가 숨을 쉬려면 멈춰서 서는 게 좋다.
이제 본격적으로 자유형 두 바퀴를 돌 시간. 선생님은 조금만 돌고 고칠 점을 이야기해주면 한 번 더 연습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거라고 하셨다. 물을 아주 세게 잡아당기며 반대 팔을 앞으로 글라이딩하면서 한 바퀴를 돌았다. 죽을 것 같았다. 다크서클이 순식간에 올라오는 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물 잡기를 너무 세게 해서 에너지 소모가 큰 것 같았다. 두 바퀴째에는 그냥 힘 다 빼고 살살했다. 글라이딩도 안녕. 그러니 그냥 움직이긴 하는데 쉬는 것 같았다.
선생님의 설명 타임. 오른팔과 왼팔이 교차하며 움직이는데, 파 하고 숨을 쉴 때 왼팔이 위로 올라가면 안 된다. 왼팔이 올라간다는 것은 힘이 들어가 있다는 증거다. (나는 왼팔이 아래로 떨어지는 게 문제인데..) 또 호흡을 할 때 몸이 너무 많이 돌아가면 안 된다. 상체는 돌리더라도 두 발은 물아래를 향해야 한다. 또, 상급으로 갈수록 한쪽 팔이 완전히 도착하기 전에 다른 팔이 물 잡기를 시작하게 된다. 그래야 속도를 더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한 바퀴를 더 하는데, 오른팔은 허벅지 옆에 붙인 채로 왼팔로만 스트로크를 하고 숨을 쉴 때는 고개와 몸만 돌려서 쉬고 발차기는 똑같이 간다. 이 드릴은 힘드니까 갈 때 반 바퀴만 하고 돌아올 땐 일반 자유형을 한다. 물은 많이 먹겠지만 원래 물을 많이 먹어야 수영이 는다고도 하셨다. 힘이 들겠지만 그 힘을 잘 기억했다가 돌아올 때 써 보자. 처음엔 움직임이 완전히 달라서 어색했지만 점점 왼팔이 딱 고정되는 느낌이 나면서 안정감이 들었다. 물은 생각보다 많이 먹지 않았다. 선생님이 유아풀에 계시는 동안 앞에 두 분이 한 바퀴를 더 나가기로 했는지 출발을 하셨다. 나도 반 바퀴만 더 돌고 오겠다고 생각했다. 반쯤 가서 멈추니 선생님이 오고 계셨다. 열심히 자유형으로 돌아왔다. 선생님은 다른 분들께 나를 포함해 자유형을 연습하고 있는 분들의 자세를 비교하며 무언가 설명하고 계셨다. 다리가 가라앉지 않고 충분히 떠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었나 보다.
이번에는 배영. 배영은 어려우니까 한 바퀴만 돌자고 하셨다. 벌써 힘이 빠졌는지 하면 할수록 엉덩이가 가라앉고 팔도 아팠다. 선생님은 다들 배영이 처음엔 다리를 잘 띄우다가 점점 가라앉는다고 하셨다. 팔로만 가는 경우도 많다고 말이다. 또 처음에 출발할 때 두 손이 물 바로 아래에 위치해야 몸을 충분히 띄울 수 있다고 하셨다. 두 손이 물속으로 가라앉을수록 상체도 뒤로 넘어가고 하체가 가라앉아서 힘들다고 말이다. 또 팔을 올릴 때 손날의 방향에 대해서도 설명하셨다. 손바닥이나 손등으로 올려선 안 되고 손날을 세워야 한다. 새끼손가락이 천장을 바라보게 올리는 게 좋지만 어깨에 무리가 갈 수 있어 엄지가 위로 가게 머리 위까지 올렸다가 롤링할 때 손바닥을 바깥 방향으로 돌리는 방법도 괜찮다고 하셨다. 시간이 얼마 없으니 한 바퀴만 더 돌고 평영을 하자고 하셨다. 처음엔 호기롭게 발차기를 시작했지만 벌써 힘들었다. (그리고 왜 때문인지 앞선 키 큰 남자분이 굉장히 느리게 움직이셔서 계속 부딪혔다.) 아무튼 겨우 할당량을 채우고 돌아왔다.
평영 타임. 수업 시간이 10분밖에 남지 않아서인지 평영은 25m만 가고 끝에서 기다리라고 하셨다. 나는 며칠째 머릿속으로만 그린 “손 먼저 다리는 다음!”에 매우 많이 신경을 썼다. 간밤에 스테파니 라이스의 혼영 경기 영상을 보면서도 팔과 다리의 타이밍이 아주 많이 구분돼 있어야 한다는 걸 다시 되새김질했다.
선생님은 레인 끝에서 평영에 대한 설명을 또 길게 늘어놓으셨다. 평영은 발차기 연습을 할 때부터 내가 끝에서 끝까지 몇 개만에 가는지 세어야 실력이 향상된다고 하셨다. 나는 이 이야기를 두 달 전부터 들었는데 전혀 세질 못하고 있다. 그리고 평영은 느리게 가는 영법이기 때문에 한 번 나갈 때 길게 가야지, 빠르게 반복하면서 움직여서는 절대 늘지 않는다고도 하셨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 쭉 나가는 게 아니라 위로 올라갔다가 내려가기를 반복하는 것일 뿐이라고. 팔은 크게 그리되 팔꿈치가 어깨선 뒤쪽으로 빠져선 안 된다. 그렇다고 몸에 닿는 건 아니지만 가슴 앞으로 잘 모아서 찌르기를 해야 한다.
다리를 접는 타이밍은 상체가 물속으로 들어갈 때. 상체가 다 들어가면 그때 1초 기다렸다가 다리를 찬다. 그래야 추진력을 낼 수 있다. 평영 스트로크는 숨을 쉬기 위해서 상체를 들어 올리기 위해 하는 것이다. 이 모든 동작이 익숙해지면 점점 웨이브를 타게 된다. 지금까지 많이 들었던 설명이지만 몸으로 실천하지 못하는 게 통탄스럽다. 시간은 벌써 흐르고 흘러 3분밖에 남지 않았다. 빨리 가야 해!
반 바퀴를 다시 돌아올 때는 다리의 타이밍을 확실하게 늦췄다. 팔과 다리를 같이할 때는 고관절에 큰 타격이 없는데, 조금 기다렸다가 차면 고관절에 턱 하고 걸리는 느낌이 난다. 조금 더 세게 찰 수 있나 보다. 돌아와서 어떤 분은 잘 모르겠다고 하셨다. 선생님은 그 이유가 발차기가 제대로 안 나오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아무튼 시간이 없었다. 1분 남았으려나. 선생님은 한 팔 접영을 가보라고 하시며, 다음 시간에는 평영과 접영을 더 많이 연습해 보겠다고 하셨다. 오늘 수업은 설명이 반이었다. 어제만큼이나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나에겐 차라리 다행이었다. 나는 갈 때는 오른팔 접영을 했다. 남자분이 선두에 계시다가 뭔가 상황이 안 좋으신지 내가 새치기를 했던 것 같다. 레인 왼쪽에 아무도 없다는 걸 인지해서인지 안심하고 편하게 움직이자 몸이 점점 왼쪽으로 빠졌다. 오른쪽으로 호흡할 때마다 몸이 조금씩 돌아가면서 왼쪽으로 이동하는 것 같았다. 돌아오려고 시계를 보니 이미 수업 종료 시간이었다. 이번에는 왼팔 접영으로 돌아가 보자. 어차피 끝까지 도착 못하니까. 왼팔은 정말 잘 안 된다. 움직임부터가 어색하다, 여전히.
아무튼 마무리 체조 시작. 레인 잡고 자유형 발차기와 배영 발차기를 시키셨는데, 배영 발차기를 할 때 숫자 열을 아주 느리게 세시는 게 아닌가. 이건 뭐 거의 40초 동안 찬 것 같다. 이런저런 스트레칭까지 다 마쳤다. 하는 동안 준비 체조를 못한 죄책감이 들었다. 내일은 지각하지 말아야지. 그러면서 이 새벽까지 안 자고 있는 건 뭔데.
체조가 끝나고 남자분이 선생님께 질문을 하셨다. 나도 옆에서 엄청 열심히 들었는데, 기억이 안 나네. 나는 답변을 기다리다가 아까부터 궁금했던 것도 함께 물었다. 토요일 선생님은 평영 스트로크를 할 때 내가 상체를 더 올려야 한다고 하셨는데 그게 신경이 쓰였기 때문이다. 거두절미하고 상체를 더 들어야 하냐고 물으니, 단호하게 그럴 필요 없다고 하신다. 상체를 드는 건 접영이 잘 되고 나서 하라고 말이다. 접영은 대체 언제 잘 되는 거야. 하여튼 시간은 금방 간다. 나머지 연습도 못했는데 이미 정각이 되어 있었다.
선생님은 다른 팔 운동법도 알려주셨다. 밴드를 걸고 자유형 팔 돌리기와 접영 팔 돌리기를 하는 방법 말이다. 유튜브에서 본 적이 있다. 또 밴드를 잡고 팔을 움직이는 운동도 알려주셨는데 익숙한 동작이어서 바로 연상했지만 집에 돌아오니 생각이 나질 않았다. 내가 팔 힘이 부족하긴 하다. 팔 굽혀 펴기도 정말 못하는데, 어이없게도 팔뚝은 굵다. 근질이 매우 좋지 않은 것 같다. 내일을 위해 이제 그만 자야지. 아까는 접영 스위머를 위한 지상 훈련 운동도 따라 했다. 달밤에 미친 거 아니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