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컨디션이 안 좋기 시작하더니 오늘은 최악이었다. 이 정도면 사실 어떤 운동도 가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번 주가 마지막이다. 게다가 월수금은 수요일은 스타트 하느라 금요일은 오리발을 하느라 사실상 이 선생님께 티칭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니까 가야만 한다.
컨디션이 안 좋은데 일찍 갈 리가 있나. 오늘도 늦었다. 7분 후 입수. 다들 자유형 발차기 한 바퀴를 돌고 있었고 선두주자가 막 도착할 무렵이었다. 나는 얼른 킥판을 잡고 들어가 발차기를 시작했다. 벌써 너무 피곤하고 힘들었다. 뒤엣분이 쫓아올까 전력을 다해 질주했다. 다행히 앞사람은 따라잡았는데, 내가 빨리 달렸다기보다는 누군가의 속도가 충분하지 않아서 길이 막힌 덕분이었다. 아무튼 배영과 평영, 접영 발차기까지 마쳤다. 접영 발차기는 여전히 엉망이다. 오늘 힘이 없어서 더 심한 것 같다.
꼴찌로 움직이면, 다시 한번 말하지만, 선생님의 설명을 잘 듣지 못한다. 맨 뒤에서 오는 사람들 3-4명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면 모두의 시간 낭비라 그전부터 설명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1 레인에서 하면 거의 자율학습이고 속도도 내지 못하고 선생님의 코멘트를 듣는 것도 어쩌다 가끔이다.
잘 들리진 않았지만 선생님은 자유형 6바퀴를 하라고 하시는 것 같았다. 손가락 6개를 펴서 보여주셨다. 맙소사. 오늘 체력에 당치도 않은 개수다. 처음엔 호기롭게 출발했다. 토요일에 팔만 열심히 연습한 덕분인지 물 잡기는 역대 가장 강도가 높았다. 물을 아주 강하게 잡아당기고 반대 팔은 쭉 뻗었다. 그런데 체력이 금방 달린다. 물 잡기가 강해져서인지 오늘 컨디션이 최악이어서인지 둘 다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심장이 엄청나게 쿵쾅거렸다.
한 바퀴를 돌고 왔는데 얼굴이 엄청 뜨거워졌다. 어떤 분이 힘들어할 때마다 얼굴이 뜨거워지고 머리에서 열이 난다고 호소했는데, 오늘 내가 그랬다. 체력이 달리면 이렇게 머리에 열이 날 수가 있구나. 다행히도 쉬는 사람은 나 혼자가 아니었다. 잠시 숨을 골랐다가 다시 출발했다. 두 바퀴째에는 더 빠르게 지쳤다. 몸이 1/3쯤은 잠을 자고 있는 것 같았다. 어찌어찌 두 바퀴를 채우고 돌아와서 쉬고 있자 선생님이 오셔선 나 포함 세 명의 휴식자에게, 중간에 쉬더라도 계속하셔야 한다고 잔소리를 시작하셨다. 나는 그 잔소리가 시작되자마자 출발했다. 할 수 있다!를 혹으로 외치면서. 그러나 여전히 더 빠르게 지쳤다. 힘들고 버거웠다. 겨우 한 바퀴를 채우고 돌아오니 다른 분들도 돌아오기 시작했다. 앞에 서신 남자 두 분은 6바퀴를 다 채운 모양이다. 다른 분들은 4-5바퀴. 나는 겨우 3바퀴만 돌았다. 벌써 죽겠다.
선생님은 한 팔 접영을 해보자고 하셨다. 배영과 평영을 건너뛰고 한 팔 접영 먼저라니! 단, 킥을 차지 않고 웨이브와 팔만으로 움직여보라고 하셨다. 두 바퀴! 몸에 힘도 없는데 킥을 차지 않아도 되는 건 어쩌면 잘 된 일인지도 모른다. 발이 조금씩은 움직였지만 대체로 상체로 웨이브를 잘 타고 있는 듯했다. 문제는 전진이 어렵다는 것. 그런데 앞서 나가는 분들은 킥을 차지 않는 걸 하지 못하고 그냥 킥을 차고 있는 듯했다. 두 바퀴를 채우고 돌아오자 선생님은 뭔가를 설명하고 계셨다. 무슨 내용이었을까,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직도 컨디션 회복 중)
마지막으로 한 바퀴 더 한 팔 접영을 해보는데 이번에는 다리에 힘을 빼고 물살이 정강이와 발등을 치는 느낌을 잘 느껴보라고 하셨다.
그리곤 평영 한 번 양팔 접영 한 번 번갈아가며 다녀오기. 와 벌써 체력 다 떨어졌다. 선생님은 저 끝에서 또 설명을 하셨다. 나는 꼴찌라 잘 못 알아들었지만 다른 분께 물어보니 평영과 접영 사이를 잘 연결해야 한다고 하셨다고 한다. 선생님은 내게만 팔을 옆으로 쭉 펴야 한다고 하셨다. 계속 구부린 채 하고 있다고 말이다. 돌아오는데 그래, 팔은 엄청 열심히 펴보려고 하는데, 그 연결이 정말 심하게 안 된다.
선생님은 다시 모두에게 양팔 접영에 대해 설명하셨다. 원래는 허벅지까지 물을 끝까지 잡아당기는 게 중요하지만, 팔 힘이 부족해 리커버리 할 때 몸이 가라앉는 분들은 팔을 허벅지에서 살짝 떨어트려서 해보라고 하셨다.
양팔 접영은 두 바퀴였나. 점점 발을 질질 끌듯이 몸을 질질 끌면서 들어오게 됐다. 급기야 중간부턴 포기하고 걸어왔다. 선생님은 대체로 남성 회원분들은 팔 힘이 좋아서 상체가 잘 올라와 버티는 반면 웨이브가 약해서 웨이브로 쭉 밀고 나가는 게 짧고, 여성 회원분들은 웨이브는 길게 잘 타지만 상체가 잘 올라오지 않는다고 하셨다.
마무리 체조를 하는 동안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이 피곤했다. 그냥 일찍 갈까 하다가 그래도 조금이라도 더 하자 싶어서 평영과 양팔 접영을 연습해 보았다. 평영은 어제 영상을 보면서 팔 먼저 다리 다음을 지키고 웨이브를 잘 타보고 싶었다. 그러나 컨디션 난조로.. 이게 무언가.
연습은 거의 포기하고 물놀이하듯이 왔다 갔다만 하다가 수영장을 나왔다. 선생님은 팔을 쭉 펴야 한다고 하셨다. 남자분과 내가 둘 다 팔을 구부린다고 말이다. 내 거 하느라 바빠서 그분도 팔을 구부리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돌이켜보면 그래도 토요일엔 곧잘 됐는데 오늘 컨디션이 문제다. 선생님은 팔 운동을 했냐고 물으셔서 당당하게 했다고, 그런데 하루밖에 못했다고 대답했다. 주말엔 시간이 없어서 못했고. 팔 운동을 전혀 안 한 것 같다고 하셨다. 나는 피곤하고 힘든 몸 상태를 어떻게 설명하기도 뻘쭘했다. 토요일에 팔로만 하는 걸 연습해서 팔 힘이 좋아진 것 같다고 했지만 선생님은 하루 연습으로 그렇게 좋아질 수는 없다고 하셨다. 아무튼 어깨 힘이 중요하다고 하셨다. 나는 집에 돌아와서 어깨 힘 기르는 밴드 운동까지 찾았지만 오늘은 도저히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샤워장에서 씻으려고 하는데 안 그래도 퉁퉁 부은 눈이 수경 자국을 만나 더 못난이가 되어 있었다. 빨간 쌍꺼풀 라인이 생긴 것 같은데 아무튼 못생기고 이상했다. 거울 보고 놀라 자빠질 뻔했다. 쌍꺼풀이 생기려고 그러나.
생각보다 잘 자지도 못해서 아직 컨디션은 거의 그대로다. 잘 먹긴 했지만. 내일은 괜찮아질까? 내일도 힘들까 봐 걱정이고, 사실 무엇보다 걱정인 건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도로가 침수되진 않았을까 하는 거다. 수영 가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