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일. 물속에서도 타이밍은 타이밍이지

by 속삭이는 물결

장마인데 생각보다 비는 별로 오지 않는다. 오늘은 일찍 일어나서 빠릿빠릿하게 움직였고, 수영장에도 일찍 도착했다. 어제는 하루 종일 하기 싫다는 생각이 너무 강해서 계속 이러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오늘은 조금 나았다.


선생님은 처음부터 해야 할 과제를 쭈르륵 알려주셨다. 자유형 발차기 2바퀴, 평영 발차기 2바퀴, 킥판 다리에 끼고 자유형 팔 돌리기만 2바퀴, 킥판 다리에 끼고 평영 2바퀴. 발차기야 뭐 무난히 했고. 킥판 끼고 자유형 팔 돌리기를 하다가 다들 멘붕이 오셔서 결국 풀 부이로 교체하고 총 세 바퀴를 돌았다. 다들 내게 잘한다고 하셨는데, 나는 이미 여러 번 해 본 터라 익숙해져 있는 거지 잘하는 건 아니었다. 다들 중도 포기를 하고 가다 멈춰 서는 모습을 보니, 내가 독한 건가? 싶기도 했다. 팔만 쓰는 연습은 팔뚝 힘 기르는 데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 그나저나 이 연습은 거의 한 달만에 하는 건데 요즘 내 팔뚝은 왜 이리 아픈지 모르겠다.


이제 평영 팔 연습 시간. 처음엔 팔만 하라고 하셨다가 그냥 다리도 같이 하라고 하셨다. 누군가 팔과 다리의 타이밍에 대해 질문을 하셔서 선생님은 한참 동안 팔 동작에 대해 설명하셨다. 하지만 이해하지 못했다. 팔은 세 박자 동안 이뤄지고 다리는 두 박자 동안 이뤄지기 때문에 맞추기가 어렵다는 것이 요지였다. 나는 그렇다면 악보라도 그려서 팔과 다리의 타이밍을 정해 달라고 속으로 외쳤다. 팔은 어느 정도 연습을 해왔으니 이제 익숙해졌지만, 풀 부이를 끼고 다리만 돌려 킥을 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꼭 다리가 고장 난 것 같았다. 팔이 어쨌건 다리가 엉망이니 나아가질 리도 없다. 그런데 오늘 팔을 처음 배우신 남자분은 잘도 나가셨다. 물속에 들어가 자세히 관찰하니 다리는 일자로 접었다 폈다만 하시고 이따금씩 자유형 킥을 섞으며 균형을 잡으시는 듯했다. 저분은 다리를 저렇게 접기만 하는데 잘 나간다고 다른 분께 말하니, 힘이 좋아서 그런 거라고 하셨다. 힘이 좋으면 동작을 정석대로 하지 않아도 나갈 수가 있나 보다. 사실 타이밍에 관한 선생님의 설명은 첫 바퀴를 돈 다음 이뤄졌다.


두 번째 바퀴째엔 풀 부이를 빼고 해 보았는데 조금 나아지긴 했어도 완전히 괜찮아지진 않았다. 처음엔 팔 따로 다리 따로 3초씩 기다리면서 했지만, 타이밍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서는 그냥 거의 이어지게 해 보았다. 어쩐지 약간 감을 얻은 것 같기도 하다.


선생님은 내가 발목을 너무 빨리 편다던가, 다리를 접었다가 펴기 전에 충분히 기다리지 않는다던가 하는 지적을 하셨다. 그리고 허리를 왜 계속 꺾냐고, 다리를 왜 더 띄우냐고도 하셨는데 이건 내 몸의 상태를 전혀 인지할 수가 없어서 개선할 수도 없었다. 허리를 꺾는다는 건 상체가 너무 제껴져 있을 수도 있으니 아마도 스트림라인을 만들 때 시선을 아래로 두지 않아서가 아닐까 했다. 그렇게 혼자 파악하려는 시간을 가졌고, 그럼에도 똑같은 지적을 짜증 섞인 목소리로 듣다 보니 이번엔 그냥 헬퍼를 차고 해야겠다 싶었다. 헬퍼를 차고 한 번 더 해보려는 찰나, 선생님은 이제 시간이 없으니 못한 영법을 연습하자고 하셨다. 갈 때 자유형, 올 때 배영. 한 바퀴를 하라고 하셨다. 그러나 그 이야기를 듣는 동안 수업 시간이 종료돼 버렸다. 그럼에도 다녀오라고 하셔서 나는 황급히 출발을 했고, 배영을 하며 돌아오다 멈춰 서서 마무리 체조에 합류했다. 선생님은 뒤편에서 내 뒤에서 수영하던 분들을 붙잡고 한참 동안 잔소리 타임을 가지고 계셨다.


나는 마무리 체조를 마친 뒤에 오늘도 추가 연습을 했고, 한 바퀴는 다녀왔다. 그때 선생님이 다시 나타나셔서 아까와 똑같은 잔소리를 하셨다. 나는 그 느낌이 오질 않는다고 했다. 그러자 영상 찍을 준비를 하셨다. 나는 다리가 가라앉는 느낌에 헬퍼를 찬 것인데, 영상 속에선 다리가 거의 물밖으로 나와 있었다. 이래서 허리가 꺾인다고 하신 거다. 또 팔도 옆으로 빠진다고 하셨다. 다리가 이렇게까지 물밖으로 나오는데 나는 왜 느끼질 못한 걸까. 영상을 여러 번 반복해서 봐도 내가 무얼 잘못하고 있다는 자각은 덜 왔다. 보면 볼수록 내 몸이 얼마나 퉁퉁 불은 새우깡 같은지만 눈에 들어왔다. 오늘 수영장에 들어서면서 배 부분이 헐렁한 느낌에 살 빠졌다고 좋아하고 있었는데, 아직 멀었구나. 그 퉁퉁 불고 못생긴 팔다리가 허우적대는 것이 충격적이다.


탈의실에서 마주친 옆 레인 할머니가 나더러 평영을 참 바른 자세로 예쁘게 하더라고 말해주셨다. 늘 내게 칭찬해주시는 할머니다. 근데 이제는 그게 완전한 콩깍지 내지는 거짓임을 알겠다. 그 할머니는 내가 뭘 해도 예쁘다고 해주실 것 같다. 이렇게나 지적을 많이 받았고, 내가 영상을 봐도 이상한데…. 나는 할머니께 접영은 잘 배우셨냐고 여쭈었다. 할머니는 접영은 이제 시작이라며, 요즘 사람들이 많아져서 선생님이 바빠져서 별로 배울 기회가 없다고 하셨다. 아, 이건 참 똑같구나. 선생님이 그날그날 집중하는 그룹이 다른데, 조금만 소외당하면 수영 강습의 의미가 없어진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나는 집에 돌아와서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내가 팔꿈치를 맞대며 합장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마도 그래서 팔이 옆으로 빠진다고 한 것 같다. 다리는 모르겠다. 분명 가라앉음이 심했는데 왜 갑자기 떠 있는 건지. 내 몸이 나를 놀리는 걸까. 내일 연습에서 또 갑자기 잘되면 좋겠다. 요행을 바라는 게 양심엔 찔리지만,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좀 도와주면 안 되겠니, 요행의 신이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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