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환상의 팀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투머치 토커...

by 혜연

지난번에 빈야드에서 산책하느라 너무 늦게 가서 와인만 마시고 갔던 바로 그 테라스에 다시 찾아갔다.

"예약을 하려고 전화를 했는데 점심식사만 예약을 받는다는 거야. 저녁에는 그냥 선착순이래. 오늘 제발 테이블이 있어야 할 텐데..."

테라스 입구에 도착했더니 여기저기 주차된 차들이 어찌나 많은지!

"하... 좋은 징조가 아니네... 자리가 없을지도 모르겠어."

역시 토요일 저녁이라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어쩌지....

"나 여기 일단 내려줘. 앞차들보다 먼저 달려가서 테이블을 맡아놓을게."

"오! 역시 내 여자친구는 똑똑해."

테이블을 맡는 것만큼 주차자리를 찾는 것도 보통일이 아닌듯해서 나는 일단 혼자 안으로 달려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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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직원이 나를 보고 다가왔는데 선뜻 인사를 건네지 못하고 내 얼굴을 멀뚱멀뚱 보고 서있었다. 영어, 프랑스어, 룩셈부르크어 중에 어떤 언어로 말을 해야 할지 판단이 안 섰던 것 같다. 영어로 인사를 건넸더니 바로 영어로 대답을 해 오는 친절한 청년.

"2인 테이블 있나요?"

다행히 그는 구석에 있는 2인용 작은 테이블로 나를 안내해 주었다.
잠시 후 주차를 마치고 들어오던 버거씨가 테이블에 앉아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기쁜 얼굴로 나를 칭찬했다.

"줄이 기니까 내가 바로 가서 주문 먼저 할게."

"나는 플람키쉬! 와인은 알아서 골라줘!"

테이블을 확보한 건 좋은데... 너무 뒤쪽이라 전망이 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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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줄이라 앞 테이블과 파라솔에 전망이 묻혀서 아쉽다. 조금 전만 해도 테이블을 맡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렇게나 기뻤는데 사람 마음은 참 간사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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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씨가 음식을 주문하러 간 사이 나는 계속해서 앞쪽에 빈 테이블이 없나 하고 매의 눈으로 주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때마침 맨 앞줄에 손님이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오예~ 역시 눈치의 민족 한국인! 나는 재빨리 그 테이블로 달려가면서 가까이 있는 직원에게 그 테이블에 앉아도 된다는 허락까지 거의 동시에 받은 후 무사히 착석했다. 이때에도 손님들이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었기에 성취감은 더 컸다. 이게 뭐라고 어찌나 조마조마했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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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이 가장 잘 보이는 1열에 테이블을 차지한 후 나는 곧장 버거씨에게 테이블 번호를 찍어서 보냈다. 주문하려면 테이블 번호를 말해야 하는데 버거씨는 깜빡하고 그냥 갔던 것이다. 맨 앞줄로 테이블을 옮겼다는 좋은 소식도 함께 보내줬다.


잠시 후 버거씨가 돌아왔고 1열의 뻥 뚫린 전망에 감탄하며 기뻐했다.

"역시 우리는 환상의 팀이야! 잘했어 브라보!"

곧 직원이 우리가 주문한 플람키쉬와 화이트와인을 가져왔다.

그래 바로 이 향기지. 화이트 와인의 향과 고소한 플람키쉬 냄새가 내 식욕을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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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트머리가 탄 부분은 선심 쓰듯 버거씨에게 양보했다. (프랑스 사람들은 탄 부분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단 말이지...)

이 멋진 전망을 앞에 두고 버거씨는 최근에 들은 팟 캐스트의 내용을 숨도 안 쉬고 떠들고 있었다. 나는 앞만 보고 있는데 버거씨는 내 얼굴만 쳐다보면서 눈치 없이 계속 계속 영원히 말할 것 같아서 결국 내가 한숨을 크게 쉬고 용기 내 말했다.

"5분만.... 우리 조용히 경치를 감상하자."

내 말에 머쓱해진 버거씨가 미안하다며 의자를 정면으로 돌려서 고쳐 앉았다.

"미안해. 나머지 이야기는 이따가 해줘. 지금은 저 풍경을 조용히 감상하고 싶어."

가만히 손을 잡았더니 버거씨가 내 손을 맞잡고 머쓱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야. 앞으로도 내가 눈치 없이 말이 많아지면 이렇게 바로바로 말해줘. 나는 오늘 널 만나면 꼭 이 이야기를 들려줘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던 거라 다른 생각은 못했네. 네 말이 맞아. 지금은 이 순간을 즐겨야지."

투머치 토커가 내 말을 이해해 줘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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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끝나면 이 가게도 문을 닫는다. 그러면 우리는 내년 여름을 기다려야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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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돌아가기 아쉬워서 우리는 포도밭 사이를 잠시 산책했다. 소화도 시키고 노을도 구경하고.

오늘도 아름다운 저녁을 선물해 주어서 고마워요 버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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