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는 느낌 충천

by 혜연

2025년 1월


강변 산책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 시계를 보니 벌써 오후 4시였다.
배고파. 우리 뭐 먹을 거야...?

내 말에 버거씨는 걱정 말라고 맛있는 요리를 해 주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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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해둔 건지 벌써 양념에 재워져 있는 튼실한 새우들이 냉장고에서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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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점심 메뉴는 바로 파스타였다. 후식으로는 갈레트 데 호아를 먹었다.

오븐에서 갓 구워진 갈레트 데 호아가 나오자 아들들이 굉장히 좋아했다. 파삭한 페스트리안에 달콤한 아몬드소가 들어있는데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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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레트데 호아 먹을 때 부르는 노래가 있지 않아?"

버거씨는 그런 거 없다고 대답했는데 큰 아들이 소심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 후 버거씨랑 작은 아들도 그 노래를 우렁차게 따라 불렀다. 노래가 있긴 있나 보네. 예전에 프랑스어 수업 시간에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각자 원하는 조각을 하나씩 골라 먹었는데 안타깝게도 (갈레트가 너무 커서 반만 잘라먹었음) 그 누구의 조각에도 fève(도자기인형)은 나오지 않았다. 오늘은 왕이 없는 평화로운 날로~

후식을 먹고 나서 우리 넷은 루미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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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아들이 이겼다.
즐거운 주말을 보냈으니 이제는 낭시로 돌아가기 위해 짐을 챙길 시간이 왔다.

짐을 다 챙겨서 내려왔는데 뒷문 쪽에 조용히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버거씨를 발견했다.
뭘 하는 건가 싶어 다가가보니 글쎄 이러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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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진흙에서 산책을 하고 돌아왔던 내 신발을 조용히 물에 닦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고 안 그래도 된다니까... 내가 대충 물티슈로 닦으면 되는데...

버거씨는 종종 지저분해진 내 신발을 이렇게 물수세미로 닦아주곤 한다.
이걸 보는데 마음이 뭉클해졌다.
친정 엄마 빼고는 내 신발을 누군가가 저렇게 정성껏 닦아 준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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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이번 주말도 따뜻하게 잘 보내고 돌아왔다.
사랑받는 느낌을 가득 충천해서 말이다.

*다음날 버거씨는 남은 갈레트를 혼자 먹다 말고 왕이 되었다며 종이 왕관을 쓰고 찍은 사진을 보내왔다. 나는 ‘버거킹’이라고 불러주며 축하해 주었다. 버거킹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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