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족이시네요.

산책나온 소심한 고양이

by 혜연

2025년 2월


일요일 아침 나와 버거씨는 든든하게 식사를 마친 후 강변을 산책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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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기온은 영하지만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하늘.

버거씨는 계속 춥다고 했지만 이따금씩 뜨거운 해가 비추어서 나는 금방 몸에서 열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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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보자마자 빠른 속도로 우리를 향해 미끄러져오는 백조 한 쌍. 미안하지만 우리는 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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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기온이었지만 오랜만에 맑은 날씨라 강변에는 사람들이 꽤 많이 붐볐다. 운동하는 사람들 산책하는 사람들 그리고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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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앞에 어느 할머니께서 강아지 두 마리를 산책시키고 계셨는데 버거씨가 웃으며 가리키는 곳에 보니 저 앞에 강아지 두 마리가 목줄 없이 걸어가고 있네? 마치 할머니와 동생들을 보호하겠다는 듯 앞서가는 두 마리의 걸음이 당당했다. 앞서가는 강아지들은 빨리 걷다가도 뒤에 식구들이 제대로 잘 따라오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따금씩 멈춰 서서 뒤돌아보았다. 그 모습이 어찌나 웃기는지 나와 버거씨는 천천히 따라 걸으면서 웃었다.


"대가족이시네요."


살갑게 건네는 버거씨의 말에 할머니께서 웃으며 대답하셨다.


"아, 네 대가족이 맞답니다. 사실 저 뒤에 한 녀석이 더 있어요."


"또 있다고요?"


우리는 뒤를 돌아보며 두리번거렸는데 따라오는 강아지는 더 없었다.


"아, 고양이예요. 부끄러움을 타서 길로 다니지는 않고 옆에 풀숲으로 따라다녀요."


할머니께서 "뻬뻿!" 하고 애칭을 부르니 과연 철조망 속 숲에서 야옹~ 하는 대답이 들려왔다. 나랑 버거씨는 너무 귀여워서 소리 내 웃었다. 철조망 속을 살펴보니 목에 리본을 단 고양이가 할머니와 강아지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열심히 뛰어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 귀여워!!


저렇게 소심해 보여도 같이 산책 나오는 걸 좋아한다고 하셨다. 개 네 마리랑 같이 살다 보니 그냥 개들이 하는 대로 생각 없이 따라다니는 것도 있는 것 같다고.


잠시 후, 앞장서서 걷던 시츄가 갑자기 나에게 다가왔다.

너 나 아세요...?

나를 보고 안아달라는 듯 내 다리에 몇 번 매달리다가 할머니한테 혼났다. 행인들한테 그러는 거 아니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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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나도 너 너무 예쁜데 만져줘도 되는지 요즘 좀 혼란이 와서...


그때 앞쪽에서 목줄을 안 한 큰 개가 주인과 함께 다가오고 있었다. 버거씨가 할머니께 말씀드리자 할머니께서 걱정 없다는 듯 대답하셨다.


"개들이 서로 아는 사이라 괜찮아요."


나는 그 말도 너무 재미있게 들렸다.


목줄 없이 다가오던 큰 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듯 앞만 보고 조용히 지나가는데 이쪽 흰 강아지는 그 개가 사라질 때까지 경계하며 짖어댔다. 무던한 큰 개는 끝까지 시선 한번 주지 않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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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강아지는 마치 자기가 싸워서 쫓아낸 것처럼 당당하게 돌아왔다. 저쪽 큰 개 주인도 그 모습이 웃기는지 웃고 있었다. 마치 하루 이틀 이러는 게 아니라는 듯 여유 있는 웃음이었다.

목줄 안 한 큰 개가 또 한 마리 다가왔는데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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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개들이 어찌나 무던한지 목줄이 없어도 행인들이나 하찮고 성가신 강아지에게는 시선 한 번 안 주고 앞만 보고 걸어간다. 다들 정말 훈련이 잘 돼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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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나온 개들도 귀엽고, 동물을 사랑하고 마음에 여유가 많은 주민들의 모습도 흐뭇했다.

덕분에 우리 산책도 더 즐거웠다.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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