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공부를 시작한 버거씨

by 혜연

친한 동생 M은 얼마 전 프랑스인 남자 친구 막심과 처음으로 한국에 다녀왔다. 한국에서 함께 2주를 보내고 돌아온 막심은 세상 행복한 표정이었다.


"한국 가서 좋았어? 뭐가 제일 좋았어?"


내 질문에 그는 한국어로 이렇게 대답했다.


"정말 좋았어. 엄마 아빠랑 노래방도 갔고 회도 먹고 부산도 가고..."


"엄마아빠랑 노래방 가서 뭐 불렀어?"


M이 옆에 있다가 빵 터졌다. M의 어머니 아버지께서 엄청 좋아하셨다고 한다. 막심을 안 좋아할 사람은 세상에 없을 듯.


"나훈아도 부르고 조규찬도 불렀어."


"헐 조규찬을 안다고? 조규찬 노래가 뭐더라. 한 번 불러봐. 하나 둘 셋!"


내 속셈을 눈치챈 M이 옆에서 말렸건만 막심은 벌써 노래를 시작했다ㅋㅋㅋ


그날 내가 일하는 동안 막심과 둘이서 우리 가게에서 점심을 먹은 버거씨는 막심의 유창한 한국어 실력에 적잖은 충격을 받은 듯했다. 동기부여가 된 듯해서 나는 내심 기뻤다ㅋ


얼마 전 안 그래도 한국어 공부를 해 보겠다고 꽤 두꺼운 한국어 책을 구입했던 버거씨는 아직 첫 장도 시작하지 않은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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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심 덕분에 동기부여를 팍팍 받은 버거씨는 이제 한국어 공부를 조금씩 시작해 보겠다고 선언했다.


"근데 이 책은 아직 너무 어려워..."


외국어 공부는 흥미가 핵심인지라 나는 어려운 책은 일단 놔두고 듀오링고를 추천했다. 내가 프랑스어 공부를 처음 시작할 때에도 듀오링고가 도움이 되었다. 버거씨는 앱들을 비교하다가 듀오링고와 비슷한 또 다른 앱을 발견했다고 한다. 게임처럼 가볍게 한국어를 시작할 수 있다고 좋아했다. 요 며칠새 매일매일 이걸로 한국어 공부를 했다고.


"어제는 한국어 뭐 배웠어?"


내 질문에 버거씨가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또박또박 대답했다.


"개... 집... 도시... 가정..."


너무 진지해서 웃음이 빵 터졌다.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중년아저씨다. 나는 잘했다고 칭찬해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요즘 전화를 끊을 때마다 버거씨는 유창한 발음으로 한국어로 이렇게 인사한다.


"사랑해요. 안녕히 가세요."


앜ㅋㅋㅋ 한국어 덕분에 한국인의 예절까지 배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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