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한국에서 프랑스로 돌아온 날.
재택근무를 마친 버거씨가 저녁에 낭시까지 태워다 주었다.
3주 만에 만나는 내 작은 방.
어느새 창문 앞이 울창해졌다.
초록 이파리들이 창 앞을 가득 채워서 아래로 지나다니는 행인들이 잘 안보일 지경이다.
여름이 한층 더 가까워졌구나.
신난다.
티옹빌에서 올 때 버거씨가 이른 저녁을 차려주겠다고 했지만 내가 거절했었다.
저녁 8시가 넘으니 배가 너무 고프다. 버거씨는 더 고프겠네.
오랜만에 낭시에서 우리가 좋아하는 아자코 라멘집에 가자-
타코야키!
오늘도 나는 버거씨가 입을 델까 봐 젓가락으로 반쪽씩 몽땅 잘라놨다.
미소 라멘 오랜만이다.
한국에서 프랑스는 참 멀고도 멀다.
그 먼 여정 끝에 먹는 미소라멘은 정말 힐링이구나.
버거씨가 계산하려고 할 때 내가 말렸다.
"이건 우리 할머니가 사 주시는 거야. 5만 원 주시면서 신랑 맛있는 거 사주라고 하셨어."
본인이 계산하겠다고 완강하게 우기던 버거씨는 결국 만난 적 없는 우리 할머니께 잘 먹었다고 감사하다고 대신 전해달라고 했다.
"이거 아직 끝이 아니야. 당신 맛있는 거 사주라고 용돈 주신 분들이 더 계셔. 다음에는 내가 더 맛있는 거 사줄 거야."
여름이 다가오니 해가 길어져서 참 좋다. 밤 9시가 넘었는데도 여전히 밝다.
”솔직히 나 프랑스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우울해지면 어쩌나 걱정했어. 5년 만에 만난 한국 가족들이랑 헤어져서 돌아오는 프랑스에 이제는 예전처럼 익숙하게 나를 맞이해 줄 전남편과 그 가족들이 사라졌잖아. 근데 당신이 있어서 하나도 안 슬퍼. 저 밖에 나를 기다리는 당신이 있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고맙고 든든했어. “
”내가 그럴까 봐 바쁘더라도 꼭 마중을 나가야겠더라고. 네 기분이 우울할까 봐 걱정했어. “
이 아저씨 어찌나 세심한지…
아닌 게 아니라 정말로 공항에서 버거씨를 보는 순간 이미 집에 온 것처럼 마음 편안해지더라..
버거씨는 결국 밤 11시가 다 돼서 돌아갔다. 언제 또 운전해서 티옹빌까지 가려나. 내일 아침 일찍 출근하는데 내가 항상 미안하고 고맙다.
한국에서 만 하루가 걸려서 프랑스에 도착한 나에 비하면 뭐 100km는 아무것도 아니긴 해ㅋ.
엄청 피곤하긴 해도 다시 돌아온 내 일상이 참 반갑다.
내일부터 다시 출근이다. 오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