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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용 Oct 28. 2020

나의 또 다른 부모님, 시부모님

내 자식들과 똑같은 온도로 며느리까지 품어 주신다.

비록 나는 한국에서 이미 프랑스 대사관을 통해 1년짜리 장기 배우자 비자를 받고 들어온 상태이기는 하지만 프랑스에 입국 후에 OFII (Office Français Immigration Intégration) 라고 하는 이민국 관련 기관에서 신체검사 및 인터뷰, 프랑스어 시험 등등을 치러야 하는 과정이 남아있었다. 그러다가 드디어 OFII로부터 소환장을 이메일로 받게 되었다. 방문 일정과 세부 내용이 길게 프랑스어로 적혀 있었다.


자서방도 출근한 상태였고, 구글 검색기를 이용해서 조금씩 내용을 이해해가며 갖은 인상을 다 쓰고 있던 중 마침 시어머니로부터 아침인사 메시지가 왔다. 나는 내 이메일을 시어머니께 포워드 해 드리고 봐주시도록 부탁을 드렸다.

"오, 드디어 네가 프랑스인이 돼 가는 첫 단계를 시작하게 되었구나! 축하한다."


중요한 내용들을 짚어서 내가 알아듣기 쉽게 영어로 설명을 해 주셨다. 내가 찾아가야 할 곳은 낭시가 아니라 이웃 도시인 메스(METZ)였고 서로 다른 두 장소로 오전과 오후에 방문을 해야 만 했다.


"아무 걱정 말거라. 이날 우리가 너와 같이 가 줄게. 미셸과 상의해서 이날 일정을 조율해 보고 너에게 알려줄 테니 기다려 보렴."


우와...

세상 든든하신 시부모님이시다!


저녁에 퇴근한 자서방은 내 이메일을 뒤늦게 보더니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휴가를 내야겠다며 혼자서 중얼거리는 자서방에게 나는 시부모님께서 같이 가 주실 거라고 말했고 자서방은 금세 얼굴을 활짝 폈다. 확실히 하고 싶었던지 바로 시부모님께 전화를 드려 꽤 길게 상의를 한 후 말했다.


"엄마가 너 걱정 많이 하는 것 같다고, 아무 걱정 말라고 하셨어. 프랑스어 테스트도 그냥 너 하는 만큼만 보여주면 된다고 나더러 잘 말해주래. 그리고 지금 헝데부 이메일도 프린트하셔서 두 분이서 그날 출발 일정을 짜고 계시니까 결정이 되면 우리에게도 알려주실 거야. 또 너 점심식사 걱정할 것 같아서 그날 봐서 레스토랑을 가거나 혹은 일정이 빡빡하다면 샌드위치라도 싸주실 거라고 하셨어. 아무튼 다 알아서 해 줄 거니까 넌 아무 걱정 말고 있으라고 하시네. 내가 할 일은 없는 것 같아. 너 그날 갈 때 준비서류만 내가 챙겨줄게. 하여간 우리 엄마 진짜 빠르다."  




나는 꽤 독립적으로 자랐다.

어릴  학교 마칠  비가 아무리 억수같이 쏟아져도 나는  번도 부모님께 전화를 드린 적이 없었고 당연한 듯이 비를 맞고 집으로 갔다. 어쩌다 보니 나는 그렇게 자랐다.
사정이 있어서 중학교 때부터 언니와 자취를 시작했고 자취 첫날밤에 언니 몰래 밖에서 펑펑 울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제 앞으로는 부모님과 같이 살며 응석 부릴 기회는 없게  거라고. 고등학교에 가고 대학교에 가고 그리고는 취업과 결혼을 하게 되겠지. 이제는  힘으로 뭐든 해야 하는구나 하며 스스로를 다짐을 시켰고 정말 그날   하루만 펑펑 울고는 다음날부터 직접 밥도  먹고 도시락도 싸서 학교에 다녔다. 그러다 운이 좋게도 성인이  후에  식구들이  같이 모여  수가 있게 되었을 , 그때 나는 정말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하지만 부모님께 의지를 하기보다는 언제나 내가 부모님의 보호자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러다 우리 시부모님을 만나게 된 것이다.


이제 중년이 다된 자식들 앞에서도 당연한 듯이 내리사랑만 주시는 분들. 사실 나와는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자식들과 똑같은 온도로 나까지 품어 주신다. 세상에 이런 따뜻함이  있구나 싶어서 눈물이   때가 종종 있다. 이걸 쓰는 지금도 눈물이 맺히는 중이다.


나는 내 부모님 앞에서도 해 보지 않은 어리광을 시부모님께 부려보기도 하고 또 이 분들은 본인들의 방식으로 다 받아주신다.


항상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나도 부모님께 의지하고 싶고 어리광이 부리고 싶었나 보다. 새삼 이렇게 좋은 시부모님을 만날 수 있도록 나에게 프러포즈를 해 준 자서방에게 고마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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