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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용 Nov 06. 2020

우리는 환상의 팀이다!

밥먹다가 얻은 깨달음

2020년 10월 24일


낮에 자서방이랑 대형마트에 갔다가 냉동그물버섯을 발견했는데 자서방이 유난히 반가워하며 몇봉지를 구입했다. 

이 그물버섯으로 말할것 같으면-

우리가 연애하던 초기, 자서방이 혼자서 아끼고 아껴먹던 마른 그물버섯이 있었다. 그런데 나를 위해 그걸 몽땅 털어서 요리를 해 주고, 또 남은 음식은 점심 도시락으로 싸주었던 바로 그 추억의 음식이다. 도시락은 꼭 혼자 먹으라고 신신당부하던 자서방의 진지한 얼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때 도시락가방에 느끼한 쪽지도 넣어주곤 했었는데... 


오늘 저녁에는 자서방이 그물버섯으로 직접 요리를 하겠다고 나섰다. 크림소스 파스타를 만들고, 수비드로 익힌 닭넙적다리도 곁들였다. 


와인과 함께 먹으니 정말 맛있었다!  


"우리 프랑스에 와서 정말 잘 먹고사는것 같지 않아?" 


자서방이 한 말에 나는 격하게 맞장구를 쳤다. 

"응 인정. 이제 몸무게는 재보고 싶지도 않아." 

확실히 우리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먹는일이다. 매우 중요하다.





주말에 우리는 소고기 스테이크를 종종 먹는다. 세일할때마다 소고기를 사뒀다가 한번 먹을양만큼 수비드 기계로 진공포장을 해서 냉동보관을 해두곤 한다.



지난주말 먹었던 안심스테이크는 특히 연했다. 

보통 소고기는 수비드로 24시간 가량 익힌 다음 팬으로 굽는데 자서방이 담당한다. (평소 주말저녁 요리는 주로 자서방이 담당한다. 나는 보조-)

자서방이 야심차게 만든 소스는 사진으로 보니 영 비주얼이 별루다... 


이날 나는 내가 자신있어하는 감자 퓨레를 만들었다. 감자, 샐러리 그리고 고구마를 섞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다만 좀 묽었다는 게 흠이었다.

그래도 자서방은 식사를 하면서 퓨레가 너무 맛있다며 엄지를 치켜세우며 말했다. 

"우리는 정말 환상의 팀이야. 난 스테이크를 굽고 와이프는 퓨레를 만들고." 

그리고 또 이어진 한마디.

"와이프의 퓨레는 묽고 내가 만든 스테이크는 너무 익혀서 살짝 건조하지. 둘이 같이 먹으니까 완벽하게 맛있어!" 

그리고는 힘차게 하이파이브를 건네는 자서방이었다. 


식사가 다 끝나갈때 자서방이 말했다. 

"와이프, 프랑스에 와서도 항상 나를 잘 보살펴줘서 고마워." 

"우리는 서로 보살펴주는거지. 한팀이니까."

이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내 편은 서로라는 걸 이제서야 우리는 절절히 깨닫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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