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말
음악이 편지를 주고받는다면, 우리는 과연 무슨 이야기를 나누게 될까요? 여기 두 작곡가의 편지가 시작됩니다. 한 작곡가는 대한민국 서울에, 다른 작곡가는 독일 만하임에 있습니다. 두 작곡가는 한 달에 한 번씩 총 4번에 걸쳐 시간과 공간에 대한 편지를 주고받을 겁니다. 두 사람은 편지를 통해 각각 시간과 공간에 대한 곡을 작곡합니다. 두 사람은 시간도, 공간도 다른 곳에 있지만 한 가지는 함께 공유합니다. 바로 앙상블 조이너스입니다.
앙상블 조이너스의 [시간과 공간에서 온 편지]
To. 멀리 계신 임경진 작곡가님께
안녕하세요, 보내주신 모티브 잘 받았습니다. 줌 미팅에서 처음 뵙고 이렇게 편지로 두 번째 인사를 드립니다.
잠깐 한국에 나와계신다고 들었는데 친숙한 이곳에서의 시간들을 어떻게 평안히 보내고 계실지 궁금합니다.
감사하게도 저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앙상블 조이너스와는 벌써 6번째 작업으로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서로 소통하며 작품을 만들어나가는 신선한 방식은 처음인지라 조금 긴장되기도, 설레기도 하네요.
작곡가님은 오선지를 하나의 공간으로 보신다니 정말 흥미롭습니다. 특히 공간이 된 오선지 속에 스스로 갇힌다는 것이 매우 색다른 시선이네요. 저는 반대로 시간을 '초월'적인 개념으로 접근해 보았습니다.
성경에서 발견한 인상 깊은 구절에서 모티브에 대한 영감을 얻었는데요.
“… 주께는 하루가 천 년 같고, 천 년이 하루 같다.” 바로 이 문장입니다.
그래서 저의 모티브 첫 부분에 천 년(1000), 하루(24), 일(365), 시(876), 초(5256)가 순서대로 등장하도록 구성해보았습니다. 숫자에 음을, 음에 의미를 부여해 시간의 동일함, 무한함, 영원함을 소리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음의 배열에 대한 규칙적인 순서만 잘 지켜주신다면, 다른 것은 다 자유롭게 하셔도 좋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로 어떤 작품이 탄생할지, 또 어떤 새로운 의미가 만들어질지 정말 기대가 됩니다.
다음 편지가 기다려지네요.
그럼 다시 만날 그날까지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2022년 3월 15일
From. 강영원
시간에 대한 모티브 by 강영원✍︎ 우체부의 한마디
안녕하세요. 시간과 공간에서 온 편지를 배달하는 우체부입니다. 오늘도 편지 배달하는 김에 여러분에게 악보를 보는 방법을 쉽게 설명드릴게요. 지난 임경진 작곡가의 편지를 먼저 읽어보시면 더욱 이해하기 쉬우실 거예요. 강영원 작곡가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작곡가입니다. 특히 따뜻하고 아름다운 선율들을 많이 작곡하고 있는데요. 이번 '시간에 대한 작품'은 피아노 솔로로 연주됩니다.
임경진 작곡가가 독일어 제목(platzeit)을 지었다면 강영원 작곡가는 영어로 지었습니다. Towards Eternity, 영원을 향하여. 멋진 제목이군요. 작곡가의 이름도 들어가 있어요. 템포는 4분음표 120입니다. 어느 정도의 빠르기냐면요. 메트로놈 표기는 1분을 기준으로 합니다. 1분이 60초이니까, 4분음표 60은 1초에 4분음표를 한번 친다는 뜻이 됩니다. 그러면 120은 0.5초마다 4분음표를 한 번씩 친다는 의미가 된답니다.
왼손에서 아주 규칙적으로 0.5초에 한 번씩 4분음표가 연주됩니다. 계속 같은 음이군요. 특이한 점은 맨 처음 4분음표입니다. 악센트(>, 그 음을 특히 세게)와 포르테피아노(fp, 세게 연주 후 바로 여리게)가 함께 들어가 있네요. 꽤 강하게 연주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주 규칙적으로 반복됩니다. 마치 시계 초침 같아요.
오른손은 왼손과 다르게 아주 자유로워요. 재밌는 건 오른손에 높은음자리표도 나왔다가 낮은음자리표도 나온다는 겁니다. 이건 음역이 아주아주 넓다는 뜻이에요. 피아니스트는 오른손을 오른쪽에서도 쳤다가, 왼쪽으로 크로스해서 치기도 하겠네요. 이 악보에서 자유로운 건 또 있습니다. 악보 제일 왼쪽 높은음자리표와 낮은음자리표를 한번 보죠. 뭔가 허전하지 않으세요? 맞습니다. 박자표가 없어요.
일반적으로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건 4/4박자예요. 애국가가 바로 4/4박자입니다. 3/4박자도 쉽게 만날 수 있는데요. 아리랑이 3/4박자랍니다. 이렇게 우리가 만나는 음악에는 늘 박자표가 있어요. 그런데 이번 강영원 작곡가의 곡은 박자표가 없네요? 그러고 보니 마디를 나누는 세로줄도 실선이 아니라 점선이군요. 이쯤에서 이 모티브를 한번 들어보면 좋을 것 같은데요.
왼손에서 시간의 흐름을, 오른손에서 시간을 초월을 느낄 수 있는 도입부네요. 이 모티브로 강영원 작곡가와 임경진 작곡가가 각각 시간에 대한 작품을 작곡할 겁니다. 같은 모티브로 두 작곡가는 어떤 다른 이야기를 써 내려갈까요? 5월에 띄워질 편지에서 그 이야기가 계속 이어집니다. 그럼 우리, 다시 만나요!
- 3편 보러 가기 (5월 1일 오픈 예정)
From, To - 시간과 공간에서 온 편지
후원: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국내 대표 청년 장애/비장애 통합 예술단체인 앙상블 조이너스를 중심으로 강영원, 임경진 작곡가가 편지와 음악을 주고받습니다. 앙상블 조이너스는 시각장애 피아니스트 김상헌, 지적장애 첼리스트 김어령과 바이올리니스트 강아연, 이주미, 플루티스트 윤승호, 피아니스트 심은별이 함께 합니다.
KBS3 라디오에 소개되기도 한 조이너스는 팀명 Joy in Us에서 알 수 있듯이 음악을 '우리 안의 기쁨'으로 여기며 함께 연주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오는 6월 4일에는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에서 관객을 만날 예정입니다.
앙상블 조이너스(Joy in Us)
작곡가 강영원, 임경진 (왼쪽부터)작곡가 강영원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하고 앙상블 조이너스, 앙상블 아디나, KBS교향악단 실내악시리즈 등을 통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작곡가 임경진은 한양대학교 졸업 후 도독하여 독일 만하임 국립음대에서 석사 졸업 후 현재 박사과정으로 앙상블 TIMF, 충북도립교향악단을 비롯한 협업과 출판사 Impromta 소속 작곡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시공편지를 만드는 사람들
작가 최지선
AD 윤정진
일러스트레이터 시옷(sy._.ot)
기획 심은별
앙상블 조이너스 (강아연, 김상헌, 김어령, 심은별, 윤승호, 이주미)
작곡 강영원, 임경진
음악문화기업 앙상블리안은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하우스콘서트홀을 기반으로 문턱이 낮은 음악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바쁘고 급한 현대사회에 잠시 느긋하고 온전한 시간을 선사하는 콘텐츠들로 여러분을 만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