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 앱 춘추전국시대의 마무리
메모를 시작한 것은 중학교 때 아버지께 선물받은 프랭클린 플래너였다. 메모를 하는 습관을 선물해주신 아버지께 감사하며 메모 초짜에게 1d 1p(하루 1페이지) 메모가 시작되었다. 그때그때 생각나는 것들을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1년이 넘게 흘러 방대한 양의 다 쓴 플래너가 남게되었다. 어느 순간 아 그게 뭐였지 어디있더라? 하며 뒤져보기 시작하던 그 때 오프라인 메모의 한계를 느꼈다. 메모는 내가 순간 생각했던걸 모조리 기억해주지만 어디있는지 내가 기억을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리고 온라인 메모를 알아보았다. 이 때 처음 맥을 접하게 되었는데 자연스럽게 애플의 메모앱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수첩에 적었던 아이디어나 생각들을 모조리 옮겨놓고 만족하며 지냈다. 그런데 맥은 항상 내 손에 있지 않았고 아이폰도 쓰지 못하던 시절, 윈도우를 주로 사용했던 그 때 애플의 메모앱의 한계를 또 다시 느겼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에버노트를 접하게 되었다. 데스크탑에서도 사용할 수 있고 스마트폰에서도 사용할 수 있으니 신세계였다. 그리고 애플 메모앱에 있던 메모들을 모조리 에버노트로 옮겼다. 마이그레이션이라는 검색조차 생각하지 못하던 때. 그렇게 모조리 메모를 옮기고 에버노터가 되었다.
세월은 더 흘러 맥북을 사용하기 시작하고 아이폰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대한민국에서 윈도우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지라 데스크탑은 윈도우였다. 데스크탑과의 호환을 위해 에버노트를 사용하던 때 였다. 하지만 에버노트의 정책상 2기기에서만 설치가 가능했다. 스마트폰으로 메모를 해야하니 무료로 사용하기 위해선 맥 혹은 데스크탑을 포기해야하는 상황. 에버노트의 웹버전은 나를 만족시키지 못했고 결국 유료로 결제하거나 다른 앱을 알아봐야하는 상황이 왔다. 이렇게 애매한 상황을 오랜기간 지속시키다보니 메모의 효율이 떨어지고 메모와 점점 멀어지는 것을 느끼던 그 때 트렐로를 알게되었다. 몇가지 기기에 설치하던 상관이 없다. 그리고 에버노트와 비교했을 때 꽤나 멋졌다. 개인적인 기준으로. 타임라인처럼 항목들을 구성하는 것도 재미있었고 내 맘대로 구성하고 옮기는 것이 좋았다. 그렇게 트렐로로 빠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에버노트의 특장점 웹클립퍼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웹 클립용으로만 에버노트를 사용하고 트렐로를 주로 활용했다.
그리고 최근 노션이라는 메모앱을 접했다. 개인적인 기준으로 트렐로보다 멋졌다. 메모 페이지를 웹페이지로 공유가 가능한 것도 멋졌다. 페이지 안에 페이지를 또 만들 수 있고 상호 연결이 좋았다. 그렇게 트렐로를 천천히 내려놓으며 노션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여전히 에버노트는 문서 스캔용, 웹 클립퍼용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아이패드의 빠른 메모, 애플펜슬로 잠금화면을 두번 두드리면 메모창이 나오는데 그 메모는 자동으로 애플 메모로 저장된다. 결국 애플 메모앱도 사용하게 되었다. 그렇게 메모앱의 춘추전국시대가 시작되었다.
내가 느낀 메모앱들의 장단점들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애플 기본 메모앱
장점 - 애플기기를 많이 사용하시는 분이라면 이렇게 가볍고 빠른 메모는 없을 것이다.
단점 -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윈도우가 필수다. 하지만 이 앱은 윈도우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에버노트
장점 - 웹클립퍼, 문서스캔 등 메모를 도와주는 기능이 출중하다.
단점 - 나만 느끼는 것인지는 몰라도 뭔가 프로그램이 무겁다. 무료로 2기기만 설치가 가능하다.
트렐로
장점 - 협업에 매우 좋다. 한 눈에 메모들을 볼 수 있다. 나는 프로젝트성 작업이 있을 때 항상 트렐로를 사용한다. 셀 단위로 움직이는 것이 재미있다. 마크다운을 지원한다. 웹버전이 훌륭하다.
단점 - 마크다운을 지원한다. 장점이자 단점. 모르면 익혀야하기 때문에. 딱히 단점이 없어서 꼽은 것은 아니다.
노션
장점 - 트렐로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할 수 있다. 페이지 내 페이지 삽입이 가능하다. 메모를 웹페이지로 공유가 가능하다. 뭔가 멋있다. 메모를 하는 방식이 블록을 계속해서 추가하는 방식인데 편집하기 편하다. 웹버전이 훌륭하다.
단점 - 앱에서 초기로딩이 약간 길다. 그렇다고 다른 앱이 빠른건 아니다. 애플 메모앱에 비해 느리다. 무료 사용량이 블록 1000개인데 생각보다 무료 사용량이 빨리 차오른다..
프랭클린 플래너(번외)
장점 - 아날로그의 장점을 그대로 계승한다.
단점 - 쓰다보면 미니멀리즘과 멀어진다.
지난달까지 내가 사용했던 메모는 다음과 같다.
평소 빠른메모 - 애플 기본 메모앱
빠른메모를 구체화하여 정리 - 노션
웹클립퍼 - 에버노트
문서스캔 - 드롭박스 (드롭박스 앱의 문서스캔 퀄리티가 좋다. PDF 파일로 바로 공유할 수 있는 점도 좋다.)
협업시 매니징 툴 - 트렐로
그런데. 노션에 웹클립퍼 기능이 추가되었다. 맥과 아이폰을 주로 사용하는 나는 사파리를 주로 사용하지만 데스크탑 윈도우를 위해 작업할 때는 크롬을 사용하는데 크롬 확장 프로그램에 노션 웹클립퍼가 추가되었다. 이제 문서스캔은 드롭박스에게 뺏기고 웹클립퍼마저 노션에게 뺏기니 바이바이 에버노트 시대가 왔다. 지난 메모들은 에버노트에서 잠자고 있어 가끔 보겠지만 그때만이다. 바이바이 에버노트.
프로젝트 매니징 툴은 매우 많다. 내가 협업을 해본 경험이 많이 없기 때문에 주로 내가 편한 트렐로를 활용한 것이지 개개인마다 다를 것이고 회사마다 사용하는 것이 다를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메모를 주로 다뤘다. 그리고 지극히 개인적인 내용이니 불편하셨다면 죄송하다는 말씀드리고 글을 마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