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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tangled Dimensions Jan 28. 2023

프로젝트를 시도해 봐도 괜찮을까

사전 탐색의 시간

현실 세계를 캔버스 삼아 그림을 그려보자라는 생각을 떠올린 직후, 이미 기존에 만들어진 디지털 도구가 있는지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 결과 Goolge에서 AR 실험 프로젝트 중 하나로서 3차원 공간에서 폰을 움직이며 선들을 그릴 수 있는 'Just a Line'이라는 앱을 공개한 것을 발견했고, 또 애플의 메시징앱에서 Digital Touch를 이용해서 간단한 낙서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둘 다 아주 단순한 그리기 기능 만을 제공하고 있어서, 이들을 이용해 원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https://justaline.withgoogle.com/


https://www.youtube.com/watch?v=cAjjP456xAY


이 시점에서 두 가지 가능성을 의심을 해보게 되었다.

1. 전문적인 그림 그리기 기능들을 카메라 프리뷰 화면에 추가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2. 기술적으로는 어렵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카메라 프리뷰 위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 특별하게 의미 있는 기술이 아닌 것으로 판단되어, 위의 앱들은 간단한 기능만 제공하고 더 이상 발전시키지 않았을 것이다.


1번의 경우 심각한 문제로 다가오지는 않았는데, 기술적으로 어려움이 있을지언정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위의 앱들로 인해 어느 정도 명확해졌고, 따라서 구현이 어렵다면 단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일 뿐, 그 이외엔 특별한 문제가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풀어야 할 문제들이 많으면 구현하는 재미도 있을 테니, 데드라인이 없는 프로젝트로서는 큰 장점이 될 수도 있었다.


반면 2번의 가능성은 나를 조금 주춤하게 만들었다. 단순히 새롭기만 하다고 해서 그 기술이 좋다는 뜻은 아닐 텐데, 이 기술을 만든다고 해서 의미 있는 작품들을 그려낼 수 있을까? 하지만 그런 막연한 의심만으로 프로젝트를 시도해보지도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되게 느껴졌다. 오랜 시간 연구를 하고 그림을 그려오면서 깨달은 것은, 일단 무언가를 시작해 봐야만 그것이 실제로 어떤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지레짐작으로 어떤 결론을 내리기에는 참고할만한 근거가 한참 부족했다.


그래서 일단 만들어보자라는 결심을 내렸다. 기술적 유용성, 의미 그런 걸 다 떠나서 일단 진행하는 과정이 무척 재미있을 것 같았다. Procreate 앱으로 그림을 그리면서 사용했던 기능들을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본다는 것 자체가 즐거울 것 같았고, 무엇보다 현실 세계가 캔버스로 펼쳐져 있다는 제약 조건 때문에 구현 시 고려해야 지점들이 많아 보여서 흥미롭게 다가왔다. 회사에서야 항상 이 기술의 비즈니스적 가치는 무엇인가 고민을 해야 하지만, 취미 프로젝트는 그러지 않아도 되기에 얼마나 좋은가.


결심이 서고 나니 자연스레 다음 단계의 질문이 따라온다. '어떻게 만들지?'

아이패드를 이용해 그림을 그린 경험이 있기에 자연스레 아이패드 앱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10년 전쯤 프리랜서 일로서 2개의 iOS 앱을 만들어 본 경험이 있어서 심리적 장벽이 높지는 않았다. 다만 맥북을 처분한 지 한참 되었고, 최근의 iOS 개발에 사용되는 Swift를 써본 적은 없긴 했다. 마침 4년 전에 산 50만 원 대의 저렴한 노트북을 사용하는데 불편함이 점점 커져서 노트북을 하나 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참이라 이 때다! 싶어 신나는 마음으로 M2 맥북에어를 주문했고, Swift 책도 사서 훑어나갔다. 한편 맥북에어 커스텀 오더로 수령을 기다리는 동안, 너무나 반갑게도 드로잉 앱이 오픈소스로 공개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주 단순한 기능만 제공하는 것으로 보였지만, 참고 삼아 시작하기에 너무나 좋은 출발점으로 보였다.  


https://github.com/Harley-xk/MaLiang


일주일의 정도의 기다림 끝에 영롱한 맥북에어를 수령했고, 본격적인 개발에 돌입하기 시작했다.

내돈내산 M2 맥북에어. 앞으로 잘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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