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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양 Dec 09. 2023

"그건 솔직한 게 아니야"

솔직함의 적정선

# 그건 솔직한 게 아니다

"아니, 나는 솔직하게 얘기한 것뿐이야."
"야... 그건 솔직한 게 아니야. 굳이 그걸 뭣하러 소개팅 자리에서 말해. 그런 건 나중에 이야기해도 되는 거야"


   정말 무척 맘에 들었던 소개팅이 물거품이 되어 버리고 나서, 소개를 주선해 준 친구가 내게 건넨 피드백이었다. '너무 솔직하다.'


   저녁을 먹고 2차로 간단히 술을 한 잔 하면서 여성분이 진지한 얘기가 궁금하다면서 내게 결혼관이 어떻게 되는지 물었다. 마지막 연애가 언제였는지, 또 결혼할 생각은 있는지. 그리고 자녀 계획은 있는지 물어왔다. 소개팅에 나와서 난생처음 결혼 이야기를 듣고, 순간 '이게 맞나...?' 싶었다. 하지만 둘 다 30대 초중반이니 결혼에 대해 묻는 것이 그렇게 또 이상하지도 않겠다 싶었다. 에둘러 말할까 싶은 고민을 잠깐 했지만, 무척 맘에 들어 진실되게 대답했다. 내가 진짜 어떤 사람이고,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특히 마지막 연애를 물어볼 때, 나는 가감 없이 그대로 이야기했다. 얼마나 만났고, 왜 헤어졌고, 그리고 그 연애에서의 나의 장단점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그게 문제였을까...? 진지한 이야기가 오고 난 후, 여성분의 반응이 묘하게 시큰둥해졌다는 것을 느꼈다.


   그 후로 한 차례 더 보기는 했지만, 상대방의 관심이 없음을 알고 나서는 자연스레 멀어졌다. 두 번의 만남을 돌이켜보면, 든 대화에서 나는 솔직했다. 그리고"굳이 그 정도로 솔직한 필요는 없었다"는 친구의 피드백이 돌아왔다.



# 솔직함에도 정도가 있다


   나는 솔직한 사람이다. 어차피 숨겨봐야 결국에는 티가 나고, 어설픈 거짓말은 신뢰만 잃게 만드니 솔직한 답변이 낫다. 그리고 나의 부족한 부분을 숨기지 않고 당당할 때, 상대방도 더는 그걸로 뭐라고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난 솔직함을 좋아한다. (물론 내 이야기에 한정해서 솔직하려 한다)


   무척 맘에 들었던 상대였기에, 실패의 후유증이 꽤 컸다. 그러곤 소개팅에서 했던 나의 솔직한 말들을 되짚어 보았다. 무엇이 그리 부담이었을까...


   그러다 문득 우연히 읽은 책이 내게 답을 말해주었다. "사회성이란 아주 가깝지 않은 누군가에게 '달'처럼 존재할 줄 아는 능력을 말한다. 상대가 불편하지 않을 만큼의 단면을 보여줄 줄 안다는 말이다."


   사회성에 관한 글이긴 했지만, 솔직함도 해당된다고 느꼈다. 솔직함, 물론 좋다. 하지만 솔직함도 상대에 따라서, 상대가 불편하지 않을 만큼의 단면을 보여줘야 한다. 달이 멀리서 보면 예쁘지만, 달의 실제 표면을 자세히 보면 울퉁불한 분화구로 인해 예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처럼, 솔직함도 적정선에서 보여줄 때 매력인 것이지, 너무 과한 솔직함은 상대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다.

   당연한 소리 아니야?!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이전까지 내가 생각했던 솔직함은 '항상 솔직해야 한다'였다. 솔직함이란 상황과 시간에 따라 변하지 않고, 언제나 솔직해야 진짜 솔직하다고 믿었다. 그러나 과도한 솔직함은 상대를 불편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솔직함도 때와 정도를 가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비록 잘 안된 소개팅이었지만, 덕분에 큰 교훈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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