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최애 장소
인생에서 항상 고비는 찾아온다. 지금 이 순간이 제일 벅차게 느껴지고 도저히 해낼 수 없다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이것만 이겨내면 나머지는 다 잘될 것 같다는 착각이 든다. 하지만 하나의 고비를 넘기고 나면 또 다른 고비가 버티고 있다. 정말 산 넘어 산이다.
모든 일이 벅차다고 느껴질 때,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느껴질 때면 항상 이 성곽길에 올라온다. 앉아서 내려다보고 있으면 아침에는 일출을 볼 수 있고, 저녁에는 성북동의 야경을 볼 수 있다. 또 큰 건물이 조그맣게 보이고, 바쁘게 횡단보도를 뛰는 사람은 느긋해 보인다. 그리고 날이 좋으면 제2 롯데월드도 보인다.
이렇게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복잡한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지금이야 커다란 문제처럼 보이지만 지나고 보면 별일 아닐 테고, 한참 뒤처져 있다고 생각되지만 오래 지나고 보면 큰 차이도 없을 것이다. 겁낼 필요도, 초초해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나는 이 성곽길이 좋다. 멀리 내려다보면서, 인생도 멀리 내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