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서사극
즐겁게 공연을 보러 극장을 찾은 날.
그런데 걸려있던 현수막의 문구가 심상치 않다.
"그렇게 얼빠진 눈으로 바라보지 마시오!'라니.
뭔가 찜찜하다.
공연은 더 이상하다.
밴우들은 말도 안되는 노래를 부르며 우스꽝스러운 동작을
반복하고, 연기하는 캐릭터에 몰입하는 것 같지도 않다.
눈에 거슬리는 조명기는 무대 위에 고스란히 놓여있다.
독일의 위대한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뮌헨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했다.
1차 세계대전 당시 병원에서 근무하며
전쟁의 참상을 온몸으로 겪었다.
이후 맑스주의를 받아들인 브레히트는 계급을 비판하고
사회주의적 색채가 짙은 작품을 써냈다.
인간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존재라고 믿던 그에게,
연극은 '재미'를 주는 동시에 '교육'의 역할을 해내야 했다.
브레히트는 '서사극'을 창안한 후 관객이 연극에 몰입할 수
없게 하는 '소외효과'의 방법론을 제시했다.
서사극의 관객으로 하여금 이성을 유지한 채 끊임없이
비판적으로 무대를 바라보게 만든 것이다.
기존의 연극은 관객을 몰입하게 해서, 비판적 사고를 제안한다.
관객이 사회 모순을 바라보고 해결책을 고민할 수 없게 한다.
특히 히틀러 집권 이후 나치즘을 선전하는 연극이 판을 치던
독일에서, 브레히트는 또 다른 비극이 찾아옴을 느끼고
국민들이 비판적 시각을 놓지 않길 바랐을 것이다.
미디어의 발달로 각종 정보가 범람하는 현대.
내가 원하는 정보만 수용하고,
생각이 다른 이들을 배척하는 모습이 생소하지 않다.
쉼 없이 스스로와 사회를 비판하며 모순을 찾아내라고
부르짖던 브레히트의 연극론은,
오늘날의 사회에도 그 역할이 남아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