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서밀러의 사회극
1950년대, 공산주의에 대한 공포와 반감이 극에 달한 미국.
상원의원 조지프 매카시의 허위폭로로 인해
공산주의자를 색출해 처벌하자는 운동이 일어났다.
당시 아서 밀러는 그의 절친한 친구이자 동료, 엘리아 카잔의 밀고에 의해서
‘반미활동조사위원회’의 청문회에 소환됐다.
다른 공산주의자의 이름을 대라는 위협에도 밀러는 굴하지 않았다.
이후 밀러는 17세기 미국의 마녀사냥을 묘사한 <시련>을 집필했다.
<시련>의 주인공 존 프락터는 악마와 내통했다는 자백서에 서명하고 자신과
아내의 목숨을 살리라는 제안을 거절한다.
프락터와 밀러에게 목숨보다 소중한 것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아서 밀러는 전후 미국의 현대연극을 대표하는 작가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에서 가장 풍요롭던 미국은
대공황의 늪에 빠져 휘청거렸다.
찬란하고 부유한 미래가 약속된 듯 보였던 미국은
산업의 발달로 인한 인간소외, 도덕성의 부재, 사회양극화 등의
사회문제를 마주한다 .
밀러는 당시 산업자본주의의 현실과 사회문제를 비판하며,
그 안에서 표류하는 소시민들을 작품에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세일즈맨의 죽음>의 윌리 로먼은 인간성을 상실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끝내 자신의 생명을 돈과 바꾸는 비극적 최후를 맞고,
<모두가 나의 아들>의 조 켈러는 타인을 향한 책임감을 버리고 돈과 가족만을 좇다 파멸한다.
이처럼 밀러는 사회극을 쓰는 것이 진지한 작가의 책무라고
굳게 믿고, 개인과 사회의 상호관계에 관심을 기울여
수많은 사회비극을 집필했다.
밀러가 자신의 사회비극을 통해
꼭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너무나도 명확하다.
밀러는 사회 속의 모든 개인이 도덕성을 잃지 않기를 바랐다.
나와 함께 살아가는 타인에 대한 책임감을 잃지 않기를 바랐다.
또한 소시민적 주인공들을 통해, 위대한 인물 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도덕성을 회복하는 영웅이 될 수 있음을 표현했다.
죽음을 받아들이면서까지 정의를 지켜낸 존 프락터는,
청문회에서 친구들을 팔지 않은 밀러의 영웅적 모습을 담고 있다.
그리고 밀러는 현대사회에서의 모든 개인이 자신처럼
도덕성을 지킨 영웅이 될 수 있고, 되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나의 예술은 사회에 어떠한 책임을 일깨울 수 있을까?
두려움을 이겨내고 결국 자신의 소명을 지켜낸 밀러의 모습은
오늘날의 모든 예술인에게 큰 울림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