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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아일랜더>: 루프스테이션에 담긴 순환과 화합

우란문화재단 그리고 뮤지컬 <아일랜더>


뮤지컬 <아일랜더>

루프스테이션에 담긴 생명의 순환과 화합



우란문화재단의 작품 개발 및 공연 기획


우란문화재단은 개방성, 실험성, 영속성에 기반한 새로운 환경 구축을 통해 문화예술계 전체의 지속 가능한 변화를 추구하는 문화 재단이다. 코로나 19가 공연계에 많은 타격을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창작 작품을 제작하고, 라이센스 작품을 수입하며 문화 예술계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우란문화재단의 프로그램은 ‘우란이상’과 ‘우란시선’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우란이상은 각 분야의 인재들이 자유롭게 경계를 허무는 실험적인 아이디어로 다양한 작품을 창작하는 문화예술 인력 육성 프로그램이고, 우란시선은 문화예술계에 새로운 흐름과 방향을 제시할 콘텐츠를 우란문화재단의 시선으로 해석하여 선보이는 공연, 전시 기획 프로그램이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도 불구하고 우란이상에서 통해 2020년 뮤지컬 <렛미플라이>와 연극 <붉은 낙엽>, 2021년 뮤지컬 <디어 마들렌>과 연극 <맥베스>가 개발되었고, 우란시선에서 2020년 연극 <그라운디드>, 2021년 이머시브 오디오 씨어터 <다크필드 시리즈>, 뮤지컬 <아일랜더>가 공연되었다. 이렇게 우란문화재단은 끊임없이 작품을 개발하고 기획하며 자유로운 예술 활동을 펼칠 수 있는 문화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뮤지컬 <아일랜더> 공연 사진



루프스테이션에 담긴 생명의 순환과 화합 : 뮤지컬 <아일랜더>


뮤지컬 <아일랜더>는 악기 없이 루프스테이션 기계를 활용해 아카펠라로 노래하며 진행하는 뮤지컬이다. 오직 두 명의 배우의 목소리만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독특한 형식과 따뜻한 이야기로 관객들을 사로잡았고, 작년 10월 3주 동안 진행됐던 공연이 전 회차 매진을 기록하였으며, 흥행에 힘입어 1년만에 다시 돌아왔다.



공연이 다시 올라오면서 초연과 달라진 점이 두 가지가 있는데, ‘키난 주민석’이 생겼다는 것과 배우들이 핀마이크 없이 공연을 한다는 점이다. 초연 때도 키난 주민석과 같은 위치에 좌석이 있긴 했지만 일반석과 같은 의자가 놓여져 있었기에 무대와 분리된 공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재연이 오면서 생겨난 키난 주민석은 배우와 스텝이 함께 꾸민 빈티지 의자가 놓여져있고, 공연중 배우들이 무대 아래로 내려와 관객에게 말을 건다. 극 중 에일리와 마고 할머니는 관객들에게 키난섬 주민의 이름을 부르며 말을 걸고, 관객들은 간단하게 대답을 하며 마치 키난섬의 주민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누릴 수 있다. 또한, 초연 때 사용했던 핀마이크를 과감히 제거함으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두 사람의 소통에 보다 집중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는 서로의 대화에 귀 기울여 들어야한다는 작품의 메세지를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변화이다. 이러한 사소한 변화들이 100석 남짓의 작은 극장 우란 2경을 더욱 키난스럽게 만들어주고 있다.



<아일랜더>는 많은 사람들이 떠나고 본토의 지원 마저도 끊길 위기에 처한 키난섬에 살고 있는 에일리와 어느날 갑자기 키난섬에 나타난 의문의 소녀 아란이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친구가 되는 과정을 다룬 작품이다. 두 명의 배우가 1인 다역으로 배역을 소화하는데, A는 고래 지킴이 소녀 ‘아란’, 죽음을 연습하는 에일리의 할머니 ‘마고’, 일자리를 찾아 본토로 떠난 에일리의 엄마 ‘캠리’, 키난섬의 라디오 방송 진행자 ‘DJ’역할을 맡고 있고, B는 호기심 많고 다정한 키난섬의 가장 어린 주민 ‘에일리’, 출산이 임박한 키난섬의 주민 ‘브레아’, 정원의 난쟁이 인형을 잃어버린 키난섬의 주민 ‘폴’ 역할을 맡는다. 이 외에도 다양한 키난섬 주민들을 연기하며 관객과 소통을 하기도 한다.



뮤지컬 아일랜더 공연 사진 / 좌석 배치도



새끼 고래의 죽음을 목격한 에일리는 죽기 전 고래가 남긴 메세지를 통해 낯선 소녀 아란과 소통을 할 수 있게 되고, 아란과 함께 만삭의 브레아가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도와주며 마고 할머니의 죽음을 극복해나간다. 인구가 줄어들고 있고 모두가 섬에서 이주를 해야할 위기가 찾아온 키난섬에 아이가 태어나며 키난섬은 다시 살아난다는 것을 암시하며 작품은 마무리된다. 죽음은 또 다른 생명을 가져오고, 이런 생명의 순환의 가운데에는 환경이 있다는 것을 이야기해준다. 또한, 육지에 있는 엄마와 점점 멀어지며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에일리, 토론회에서 각자 자신의 이야기만 하는 키난섬의 주민들, 새끼 고래를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자신이 살던 섬에서 도망쳐나온 아란의 모습을 통해 소통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작품 속에서 다루는 메세지는 ‘생명의 순환’과 ‘소통의 단절과 시작’이다. 마치 개인주의가 심화되고 있고, 환경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우리 사회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같다. 주인공 에일리와 아란의 여정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해야할 것은 결국 잊고있던 소통과 화합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준다. <아일랜더>에서 음악은 이 주제를 모두 담고 있는 또 다른 요소이다. 소리의 반복을 활용해 음악을 만들어내는 기계 ‘루프 스테이션’은 생명의 순환을, 서로의 화합이 없다면 만들어질 수 없는 아카펠라는 소통의 단절과 시작을 담고 있다. 에일리와 캠리가 영상 통화를 하는 장면인 ‘Video call’과 키난섬 주민들의 토론회 장면인 ‘Spikkin’에서는 인물 자신의 목소리가 서로의 대화를 듣지 못하도록 만드는 소음이 되는데, 서로의 목소리에만 집중하면 화음이 되어 하나의 음악이 되지만, 각자의 목소리에만 집중하면 화음을 가리는 가림막이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사과는 시작일 뿐이야’라는 브레아의 대사처럼, 소통의 시작은 결국 상대방을 이해하는데에 있다. 이들의 목소리에 담긴 생명의 순환과 화합은 우리를 더 나은 세상으로 이끈다.



라이브 공연에서 루프스테이션의 활용


녹음된 구간 위에 다른 소리를 쌓아올리게 해주는 기계인 루프스테이션은 헨리가 음악 프로그램 ‘비긴어게인’에서 이를 활용해 노래하는 모습으로 화제가 되었다. 이후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루프스테이션을 배우는 유희열’이라는 짤로 많은 대중들한테 알려졌는데, 국내 뮤지컬 공연에서도 조금씩 활용되면서 음악의 한 장르로 발을 넓히고 있다. 작년에 초연된 뮤지컬 <유진과 유진>에서 일부 장면에서 루프스테이션을 활용해 주인공의 혼란스러운 감정을 표현하는데 사용되기도 했고, 얼마전 개막한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에서도 활용된 모습을 통해 이제는 생소한 장르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하지만 반복되는 리듬 안에 소리를 섞어서 음악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에 라이브 공연 중에 실수가 있다면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극 전체가 루프스테이션으로 이루어진 <아일랜더> 역시 공연 중 버튼을 잘못 눌러서 다른 음악이 켜지거나, 다른 소리가 녹음되는 등 여러 사고가 있었지만, 배우들이 능숙하게 대처하여 다시 노래를 시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런 사고에 대처할 때도 두 배우는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소통을 하고 있는데, 모든 순간들이 서로의 화합으로 이루어져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연 중 박자가 밀리는 일도 있었지만 이러한 실수까지 연습을 한 것 처럼 점차 원래의 박자를 찾아서 성공적으로 마친 사례도 있다. 결국 루프스테이션을 활용해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은 피나는 연습과 음악적 센스가 만들어내는 신비로운 순간이라는 것이다. 루프스테이션을 활용한 음악들로 가득 채워진 뮤지컬 <아일랜더>는 세련되면서도 신선한 광경을 경험을 선사하며 90분 동안 우리를 키난섬으로 데려다줄 것이다.




글: 예술도서관 에디터 리니


예술도서관 아카데미 3기 졸업생 리니는 지난 3년 동안 300회가 넘는 관극을 하며 예술의 힘에 대해서 배울 수 있었다. 짧게는 90분, 길게는 약 180분 동안 무대 위에 펼쳐지는 세계가 위로가 되고, 용기와 힘을 주는 과정을 보면서 누군가에게는 그냥 흘러가는 시간일지 모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는 시간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 작품을 보고 친구가 해줬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만약 이 작품이 흥행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한 사람이라도 변화시켰다면 성공한거다. 나를 변화시켜주었기에 이 작품은 성공한 작품이다.’


단 한 사람에게라도 삶의 의미가 될 수 있는 작품을 알리고 싶고, 더 나아가 그런 작품을 만드는 것이 삶의 목표이다. 한 작품이라도 누군가에게 의미가 될 수 있는 작품을 만든다는 것이야말로 성공한 창작자라 생각하고,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치열하게 공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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