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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오만과 편견>: 여전히 고전을 사랑하는 이유

고전 텍스트의 위대함 <오만과 편견>


연극 <오만과 편견>

우리가 여전히 고전을 사랑하는 이유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은 개성 있는 등장 인물들과 위트 있는 문장, 유쾌한 이야기로 200년이 지난 지금까지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이런 <오만과 편견> 속 베넷 가족의 이야기가 2인극으로 제작되었다. 2019년 초연된 이 작품은 올해 세 번째 시즌을 맞았다. 엄청난 두께를 자랑하며 ‘백과사전’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대본 속에 원작의 훌륭한 문장들과 이야기가 연극 작품 안에 그대로 담겨있어 많은 관객으로 부터 사랑받고있다.



매력적인 등장인물과 1인 다역


연극 <오만과 편견>은 여자 배우 A1과 남자 배우 A2가 각각 1인 9역, 11역을 연기하면서 150분 동안 무대 위를 채운다. A1은 엘리자베스(리지), 미시즈 베넷, 리디아, 미스터 빙리, 캐롤라인 빙리, 샬롯 루카스, 대니 장교, 캐서린 남작부인, 미시즈 가드너 역할을, A2는 다아시, 제인, 미스터 베넷, 키티, 미스터 콜린스, 위컴, 캐서린 남작부인, 윌리엄 루카스, 미스터 가드너, 하녀, 팸벌리의 하녀장 역할을 맡아 연기한다. 성격이 비슷한 인물이 없고 등장인물 각자의 특징이 뚜렷하기 때문에 순간 순간 배우가 연기하는 인물이 바뀜에도 불구하고 관객은 극의 흐름을 따라가기 쉽다. 1인 다역이라는 특징은 ‘매력적인 캐릭터’라는 원작이 가진 장점을 극대화시켜주는 장치이다. 또한, 특별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아도 <오만과 편견> 속 개성있는 인물들이 모이면 그게 곧 재미가 된다. 그들이 모이는 것 자체가 사건이기 때문이다. 특히, 장면 전환의 역할을 하는 리디아와 키티는 등장 만으로도 관객의 흥미를 끈다. ‘젠더프리’ 역시 연극 <오만과 편견>의 중요한 요소이다. 작품 속에서 리지가 편견을 가지고 다아시를 바라보았기 때문에 그의 진짜 모습을 알아보지 못했듯, 젠더프리는 성별에 맞는 역할을 연기해야한다는 편견을 없애준다. 처음 A2가 리지의 언니 제인 베넷을 연기하기 시작할 때 관객들은 단순히 남자가 여자 연기를 한다는 이유로 웃는다. 하지만 점차 이야기 속에 스며들며 A1, A2의 성별에 상관 없이 인물 그 자체로 바라보게 된다. ‘편견은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게 하고, 오만은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할 수 없게 만든다’라는 오만과 편견 속 ‘편견’에 관한 주제를 담고 있는 또 다른 요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연극 <오만과 편견> 무대 사진



연극 <오만과 편견> 속 오브제와 이야기의 진행 방식


A2(다아시): 리지는 정원을 산책하다가 뜻밖에 다아시를 만나게 됩니다.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을 말이죠.


A1(리지): 아무도 오지 않는 이런 곳에서 이 사람을 만나다니, 정말 운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이 산책로는 자신이 즐겨찾는 곳이라고 까지 얘기했습니다.


A2: 하지만 다시 만나게 됩니다. 세 번이나.


A1: 정말 이상한 일이야. 세 번째로 만난 다음날, 리지는 제인의 편지를 읽고 있었습니다. 그때,


A2: 안녕하셨나요.


A1: 물론입니다. 고마워요.



연극 <오만과 편견>에서 인물 변화를 보여주는 요소는 바로 목소리와 오브제의 활용, 그리고 나레이션이다. 주인공 리지와 다아시를 제외한 17명의 등장인물 모두 각각의 인물을 표현하는 오브제와 뚜렷한 특징이 있다. 미시즈 베넷은 손수건, 리디아는 잔머리를 만지작거리는 행위, 미스터 빙리는 치마였던 A1의 의상 속에 있는 바지, 캐롤라인 빙리는 부채, 샬롯 루카스는 안경, 대니 장교는 걸음걸이, 캐서린 남작부인은 지팡이, 미시즈 가드너는 스카프, 제인은 코트의 단추를 잠궈 치마로 만드는 행위, 미스터 베넷은 파이프 담배, 키티는 기침, 미스터 콜린스는 사제 모자, 위컴은 벨트, 윌리엄 루카스는 훈장, 미스터 가드너는 넥타이, 하녀와 하녀장은 하녀 모자를 사용하여 인물의 변화를 보여준다. 오브제 하나만으로 인물이 변화하고, 또 한 명의 배우가 맡은 인물들끼리 대화하는 모습은 연극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장면이다. 오직 무대에서만 구현될 수 있는 연극적 요소들은 연극 <오만과 편견>이 매력적인 작품인 이유가 된다. 극에 집중하다 보면 A1이 맡은 인물인 리지와 리디아가 대화를 한는 장면이나, A2가 맡은 인물인 제인과 미스터 베넷이 대화를 할 때 대화 상대가 있어야 할 자리에 대화 상대가 없어도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작품 속에서 나레이션은 극을 진행하는 중요한 장치 중 하나인데, 대사보다 나레이션이 더 많다고 느껴질 정도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마치 몇년 전 국내에서 방영했던 드라마 <연애의 발견>이나 <프로듀사>가 배역들의 인터뷰와 드라마가 함께 진행되는 형식을 이용한 것을 생각하면 된다.


연극 오만과 편견 공연 사진


나레이션은 그 상황에 맡고 있는 캐릭터의 목소리로 가끔씩 자신의 배역 이름을 넣어가며 진행되는데, 이것 역시


관객이 작품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느낄 수 있는 요소이다. 각각의 인물들이 관객에게 솔직한 속마음을 이야기하는데, 그 속마음이 대사와 반대되는 상황들에서 주는 재미는 관객이 고전 작품 속 인물을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연극 무대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구성요소들은 원작이 가진 매력을 더 극대화 시켜 준다.



고전 작품의 텍스트가 가진 힘


약 560 페이지의 <오만과 편견> 원작 도서 속 한 문장 한 문장과 150분의 연극 <오만과 편견> 속 모든 막과 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고전 작품을 읽어야하는 이유를 알려 준다. 누군가의 오만함과 누군가의 편견으로 생긴 오해는 서로의 진실을 바라보지 못하였고, 오만과 편견을 버렸을 때 비로소 서로의 진짜 모습을 바라볼 수 있었던 이 이야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유효한 이야기이다. 또한 오만과 편견을 가지고 있던 리지와 다아시가 변화할 수 있던 이유가 바로 사랑이라는 점 역시말이다. 1813년에 쓰여졌지만 사랑은 2022년 현재까지도 인류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이고, 이것은 앞으로도 변치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200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 동안 살아남은 고전 작품이 현재까지도 살아숨쉴 수 있는 이유는 우리가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 읽어도 작품을 느낄 수 있기에, 세월 속에 담긴 지혜와 철학은 여전히 우리를 성장하고 변화하게 만들어주기에 고전을 사랑할 수 밖에 없다.




글: 예술도서관 에디터 리니


예술도서관 아카데미 3기 졸업생 리니는 지난 3년 동안 300회가 넘는 관극을 하며 예술의 힘에 대해서 배울 수 있었다. 짧게는 90분, 길게는 약 180분 동안 무대 위에 펼쳐지는 세계가 위로가 되고, 용기와 힘을 주는 과정을 보면서 누군가에게는 그냥 흘러가는 시간일지 모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는 시간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 작품을 보고 친구가 해줬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만약 이 작품이 흥행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한 사람이라도 변화시켰다면 성공한거다. 나를 변화시켜주었기에 이 작품은 성공한 작품이다.’


단 한 사람에게라도 삶의 의미가 될 수 있는 작품을 알리고 싶고, 더 나아가 그런 작품을 만드는 것이 삶의 목표이다. 한 작품이라도 누군가에게 의미가 될 수 있는 작품을 만든다는 것이야말로 성공한 창작자라 생각하고,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치열하게 공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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