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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들의 심장에 불을 지피는 컬트 브랜드

예술경영 함께 공부할까요? 31화


Chapter. 예술경영 입시 함께 공부할까요? 31화. 4줄 요약




✅ 어느 분야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단어, '팬', '마니아'

✅ 흔히 사람들의 '원츠'를 잘 공략하여 단단한 팬덤을 구축한 브랜드를 '컬트 브랜드'라고 말하며, 브랜드만의 고유한 색깔이 두드러지는 경우가 많다.

✅ 일반경영 사례. 희소성 원칙에 기반한 판매 전략으로 충성고객을 모집한 '슈프림 (Supreme)'

✅ 예술경영 사례. 연극제만의 색깔로 팬들을 모아 대학로 연극의 브랜드 가치를 올린 '연극열전'





Chapter.1 한 분야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브랜드로 데려온다면?

✅ 한 분야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브랜드로 데려온다면?



뉴지늣.jpeg '하이브'의 4세대 걸그룹 '뉴진스'



하이브의 새로운 걸그룹, '뉴진스'는 2022년 트리플 타이틀곡을 발매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벌써 데뷔 후 1년이 지났지만 매번 새로운 곡을 발표할 때마다 특유의 감성과 화려한 안무,

매 활동의 주제의식을 감각적으로 반영하는 비주얼 컨셉 등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킨다.

최근에는 마침내 팬덤의 이름을 '버니즈'라고 확정지으며 앞으로의 활발한 활동을 예고했다.


아이돌이 각자를 지지해주는 팬덤의 이름을 정하는 건 이제 매우 일반적인 일이다.

2세대 아이돌 동방신기의 '카시오페아', 빅뱅의 'VIP', 소녀시대의 '소원',

3세대 아이돌 엑소의 'EXO-L', 세븐틴의 'CAROT'

4세대 아이돌 잇지의 'MIDZY', 아이브의 'DIVE' 등 아이돌들은 자신들을 응원해주는 팬덤에게

아이돌의 정체성을 담은 애칭을 부르며 서로의 소속감을 강화한다.


아이돌의 팬덤은 사랑과 애정을 줄 수 있는 명확한 대상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 활동이 매우 활발한 편이다.

지하철에 생일이나 데뷔 주년 축하 광고판을 게시하거나, 음악방송에 직접 참여하여 화려한 응원전을 벌이거나

많은 지출을 통해 앨범을 구매하고 팬싸인회에 참여하여 직접 애정을 전하는 등

아이돌의 팬덤은 자발적으로 모여 시간적 경제적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지난 시간 함께 공부했던 '원츠' (비기능적 욕구) 의 개념으로 살펴본다면

이런 문화, 여가활동에 속하는 아이돌 팬덤 활동이야말로

아이돌들이 특유의 재능과 컨셉으로 소비자들의 '원츠'를 공략하여 이끌어냈다고 말할 수 있다.

기획사와 아이돌이 만들어낸 각자의 브랜드 가치를 얼마나 설득할 수 있느냐에 따라

팬덤의 규모와 활동의 활발함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ㅈ우앙.jpeg K팝 아티스트별 코어 팬덤수 추정 (출처: 중앙일보)



IBK투자증권따르면 하이브, SM, JYP, YG 등 K팝 기획사 4사의 코어 팬덤 규모는 약 350만명으로 추정된다.

소속사별로 보면 하이브가 160만명으로 가장 많고, SM(76만명), JYP(64만명), YG(42만명) 순서다.

가장 많은 코어 팬덤을 가진 아이돌은 BTS로, 70만명에 달한다.

이외에도 NCT(35만명), 세븐틴(32만명), 스트레이키즈(32만명) 등도 든든한 코어 팬을 가지고 있다.


4대 엔터사의 코어 팬 1인당 연간 매출 기여액을 계산하면 52만~104만원으로 추정된다.

단순 계산하면 1조8200억~3조6400억원 사이라는 말이다.

외교부 산하 한국국제교류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K팝 아이돌 팬덤 산업(팬더스트리)의 규모는 8조원에 달한다.

(출처: 중앙일보)


이렇게 자발적으로 모여서 한 아이돌에 온갖 투자를 아끼지 않는 팬들은 무시하지 못할 규모의 경제적 효과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만약 브랜드를 운영할 때도 하나의 브랜드에 이처럼 애정을 쏟고 투자를 하는 팬들을 만들수만 있다면

해당 브랜드는 앞으로의 지속적인 성장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미 '컬트 브랜드'라는 이름으로 단단한 팬덤을 구축한 후 특유의 색깔을 뽐내는 브랜드들이 시장 곳곳에 존재한다.





Chapter.2 컬트 브랜드

✅ 컬트 브랜드



dlf.jpeg 1969년에 개봉된 아메리칸 뉴 시네마의 대표작 <이지 라이더>




할리우드의 강한 남성성을 표현하는 수많은 소재들 중 '할리 데이비슨' 바이크를 빼놓을 수 없다.

<터미네이터2>, <펄프픽션>, <이지 라이더> 등 여러 작품에서 마초 주인공들이 바이크를 타며

거칠게 도로를 누비는 모습은 '할리 데이비슨'을 상징하는 이미지이다.

'할리 데이비슨'은 성능 자체보다는 특유의 타는 맛과 감성으로 실제 라이더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브랜드로도 유명하다. 즉, 브랜드만의 '팬'이 확실하다는 이야기다.


스타벅스는 지금은 세계 전역에 진출한 최대의 커피 프랜차이즈이다.

그 규모에 비례할 정도로 스타벅스의 관련 굿즈를 사랑하는 팬들이 많다는 점은 특기할만하다.

매 시즌 새롭게 결정되는 디자인 컨셉에 따라 텀블러, 컵, 백 등 다양한 굿즈가 출시되고

스타벅스의 굿즈만을 모으는 팬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역시 브랜드만의 충실한 '팬'이 확보되어 있는 것이다.


'컬트' (Cult)'소수의 조직화된 신앙집단, 숭배 사상' 등을 말한다.

이 말의 의미가 확장되어 특정한 인물이나 사물에 대한 열광적 지지 혹은 헌신도 포함하게 되었고,

지금도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열성적인 소수집단이 추종하는 것'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컬트 브랜드'는 위의 의미를 따라, 소수 팬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 브랜드를 통칭한다.

이런 브랜드들이 존속하기 위해서는 어느 한 분야의 소비자들의 '원츠'를 정확히 꿰뚫은

훌륭한 제품을 출시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고객들이 서로 체험을 공유하며

브랜드에 소속감을 느끼게 하기 위한 전략을 짜는 것도 중요하다.




베르리.jpeg 스타벅스의 세계 도시를 테마로 디자인한 머그컵




열광적인 팬덤의 지지를 입는다는 점에서 팬덤을 거느린 아이돌도 '컬트 브랜드'라고 볼 수 있다.

아이돌들은 팬덤의 지지를 지속화하기 위해서 수많은 노력을 한다.

팬들과 카톡을 주고받을 수 있는 '버블' 어플리케이션으로 그들의 일상으로 들어가 계속 '브랜드'를 노출시키려 하고,

팬싸인회, 브이라이브 등 팬들과 계속 이야기를 나누고 소통하며 함께 하는 체험을 다각화하려고 한다.


팬들은 아이돌과 함께 하는 시간을 계속 늘려가고, 자신을 소중히 한다는 안정감을 얻으며,

함께 아이돌을 좋아하는 다른 팬들과 마주하며 아이돌과 팬덤에 소속감을 느껴 충성도를 높이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체험'과 '소속감'의 경험은 일반적인 '컬트 브랜드'의 존속에도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할리 데이비슨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계속 동호회를 통해 자신의 바이크 체험을 공유하고 애정을 쌓아가며

스타벅스의 굿즈를 사랑하는 소비자는 스티커나 텀블러, 굿즈를 일상에서 활용하며 라이프스타일에 브랜드를 입히고,

'나이키 런 클럽' 등의 러닝 어플을 사용하는 러너들은 프로 러너가 녹음한 러닝 가이드를 듣거나

러닝 마일리지가 쌓여감에 따라 얻을 수 있는 배지, 또 러닝을 마친 후 SNS에 '나이키 런 클럽'의 스티커를 업로드하며 소속감을 키워간다.


이렇게 몇 열광적인 소비자들의 '원츠'를 꿰뚫은 브랜드는

고객들에게 지속적인 체험을 제공하거나 소속감을 부여하여 그들을 브랜드의 '지지고객'으로 우선 만들 줄 알아야 한다.

이러한 단단한 지지고객들을 브랜드의 기반으로 삼는다면 지지고객층을 점점 늘려나가며

끝내 대중적인 성공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다.




Chapter.3 일반경영 사례로 보는 '컬트 브랜드' : 슈프림 (Supreme)

✅ 희소성 원칙에 기반한 판매 전략으로 충성고객을 모집한 '슈프림 (Supreme)'



슈프.png




코로나 19는 세계경제에 큰 타격을 입혔고 시장의 판도 자체를 바꿔놓기도 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코로나19 시대 시장의 변화 중 하나로 ‘충성 고객 상실’을 들었다.

경제적 부담, 오프라인 매장 폐쇄 등의 요인이 소비자들의 구매의 방식을 바꿨고

이 과정에서 기존에 사용하지 않던 제품이나 브랜드를 구매하게 된 경우가 생긴 것이다.


새로운 브랜드가 계속 탄생하고, 다양한 소비를 주저하지 않는 젊은 층들의 소비력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하자 소비 시장의 모습이 변화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확실한 지지고객을 기반으로 정체성을 유지하는 컬트 브랜드는 이런 상황에서 그 가치를 더 뽐낼 수 있고

오늘 소개할 '슈프림(Supreme)'은 전세계적인 영향력을 자랑하는 컬트 브랜드이다.


1994년 뉴욕 소호에서 스케이트 보드와 후디, 스웨트 셔츠 등 스케이터를 위한 작은 편집샵이 오픈했다.

이 편집샵은 다른 스케이트 매장과는 분위기가 전혀 달랐는데, 당시만 해도 비주류 문화였던

스케이트 매장들은 전부 어두컴컴한 분위기였는데 반해, 이 곳은 흰 벽에 환한 조명이 켜져있었기 때문이다.

또 스케이터들이 스케이트를 타고 매장으로 들어올 수 있게 실내트랙을 설치하고 힙합 음악을 틀어놓는

파격적인 구성을 선보였다. 이 곳이 바로 '슈프림'의 첫 매장이다.


이후 슈프림은 뉴욕 스케이터들의 성지로 거듭났고, 창업자 '제임스 제비아'는 당시 스케이터들의 옷의 품질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것을 파악한 후 슈프림만의 옷을 제작했다. 아무리 넘어지고 굴러도 잘 상하지 않는


좋은 품질의 스케이터 의류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스케이터와 그 문화를 존중하고, 스케이터를 위한 옷을 만들었던 슈프림은 그렇게 스케이터들을 충실한 지지고객으로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슈프림ㄷ.jpg 올해 8월 마침내 한국에도 개장한 슈프림의 매장. 슈프림 도산점




이후 슈프림은 브랜드 로고를 스티커로 만들어 뉴욕 거리 곳곳에 붙이고 다니는,

그래피티에서 영감을 받은 마케팅 활동으로 주류 문화에 반기를 드는 퍼포먼스를 실행했다.

멋대로 루이비통의 모노그램 패턴으로 스케이트 보드를 만들거나

캘빈 클라인의 광고판에 로고 스티커를 붙이는 파격적인 퍼포먼스로

권위에 굴복하지 않는 젊고 반항적인 이미지를 확립하여 전세계에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또한 슈프림의 팬들을 울고 웃게 만드는 희소성을 강조한 판매 방식도 빼놓을 수 없다.

슈프림은 매번 극소량만 제품을 판매하는 ‘드롭(Drop)’ 방식을 사용한다.

애초에 오프라인 매장도 적기 때문에 신제품이 출시되면 매장 앞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온라인 매장도 경쟁이 치열하며 한 스타일 별로 살 수 있는 수량까지 제한돼 있다.


'드롭' 판매는 ‘희소성’과 ‘기대감’을 적절하게 활용하여 강렬한 광고효과와 브랜드 경험을 남긴다.

언제 다시 출시할 거라는 약속이 없기 때문에 이번 기회가 아니면 다신 가질 수 없는 불안감,

즉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다른 사람은 모두 누리는 좋은 기회를 놓칠까 봐 걱정되고 불안한 마음을 일으키기까지 하는

'드롭' 판매는 슈프림이 많은 이들이 팬을 자처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처럼 '슈프림'은 뉴욕의 스케이터와 그 문화를 존중하는 태도,

스케이터의 필요를 잘 노리고 제작한 상품, 또 희소성을 만들어내는 '드롭' 판매 방식을 통해

전세계의 스케이터와 소비자들을 충성도 있는 지지고객으로 만들었다.

또한 기성 세대에 두려움 없이 저항하는 브랜드만의 태도로 대체 불가능한 이미지까지 구축한

모범적인 '컬트 브랜드'라고 말할 수가 있다.




Chapter.4 예술경영 사례로 보는 '컬트 브랜드' : 연극열전

✅ 연극제만의 색깔로 팬들을 모아 대학로 연극의 브랜드 가치를 올린 '연극열전'



연ㅇ려.jpeg 연극열전 로고



연극을 현대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가장 많이 얻고 있는 예술장르라고 소개하는 건 무리가 있을 것이다.

TV와 스크린, 스마트폰 등 편하게 앉아서 콘텐츠를 향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많이 늘어났고

가장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큰 경제효과를 내는 영상 콘텐츠가 높은 수준으로 제공이 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연극만의 존재의의를 물으며 가치를 지키려는 예술인과 그 매력을 즐기는 관객들은

계속해서 극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연극만이 제공할 수 있는 가치에 동의하는 일정한 소비집단을 만들어내는 것만 같다.

(연극을 창작해내는 생산자들도 대부분 연극을 향유하기 때문에)

비록 규모는 작으나 한 예술장르에 대한 애정으로 소비를 지속하는 이들은

이미 연극이라는 브랜드의 든든한 지지기반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수준 높은 대학로 연극을 모아 관객에게 제공하며 '연극의 대중화'라는 기치를 내건

'연극열전'은 이렇게 단단한게 뭉친 연극의 팬을 지지고객층으로 전환하여

20년째 대학로의 관객에게 찾아오고 있다.




스크린샷_2023-10-06_오후_11.23.32.png <연극열전10>의 참가작을 관객의 투표로 결정하기로 했다. (출처: 서울문화투데이)




매 시즌 현대적인 콘셉트와 라인업으로 연극열전은 한국 연극제 중에서도 돋보이는 브랜드 가치를 쌓아왔다.

그리고 2024년부터 2025년까지 연극열전의 열 번째 시즌, <연극열전10>을 선보인다.

2024년은 1980년부터 2000년까지 상연된 연극 중 화제작 15편을 릴레이로 선보였던 ‘연극열전’ 프로젝트가 시작된 지 20년이 되는 해이다.


20주년을 기념하는 <연극열전10> 역시, 지난 발자취와 새로운 시작의 의미를 담아

<연극열전2>부터 <연극열전9>까지의 작품 중 대표작 10편을 선보일 예정이다.

대표 레퍼토리 <웃음의 대학>, <엠.버터플라이>, <프라이드>, <킬 미 나우>, <톡톡>이 라인업으로 확정된 가운데, 나머지 5편은 7월31일까지 진행되었던 관객 투표로 결정되었다.


한국 연극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연극 대중화에 가능성을 연 2004 <연극열전>을 시작으로,

고전의 현대적 해석과 장르 변화로 누적 관객 수 100만 명 돌파를 기록한 2010 <연극열전3>,

‘토니상’, ‘로렌스 올리비에상’ 등에서 수상한 국내외 최신 우수 작품을 소개한 2014 <연극열전5>,

무대 예술의 생생한 현장성과 삶을 향한 메시지로 가득 찬 2022 <연극열전9>까지

연극열전은 동시대의 물음에 답하는 공연들을 관객에게 선보여왔다. (출처: 서울문화투데이)


사회에 지속적으로 질문하고 응답하며 연극은 여전히 극장에서 숨쉬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연극의 가치를 믿는 수많은 창작자와 관객이 여전히 연극 옆에 굳건히 서 있다.

그런 그들을 명확한 컨셉과 작품성으로 굳건히 모아줄 수 있는 '연극열전'과 같은 브랜드가 명맥을 이어간다면 지지고객층의 다변화와 끝내는 보다 폭넓은 대중화까지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제작/기획: 예술도서관 아카데미

글쓴이: YEDO Teaching Artist. SE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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