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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을 구매하는 소비자를 공략하는 법

예술경영 함께 공부할까요? 30화

예술경영 함께 공부할까요? 30화. 4줄 요약





✅ '원츠(Wants)'는 달리 보면 실질적인 쓸모가 없는 것일 경우가 많다.

✅ 이는 달리 바라봤을 때, 브랜드가 어떤 형태로든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고 구매욕을 자극하면 수요와 판매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말.

✅ 일반경영 사례. 커피와 전혀 상관없는 커피 브랜드로 커피 시장에 우뚝 선 '프릳츠 커피' (Fritz Coffee)

✅ 예술경영 사례. 버려진 껌을 캔버스로 삼는 '껌 아트'





❍ Chapter.1 쓸모없음의 경제학


lala-azizli-z_6iJTQ02Kc-unsplash.jpg 개성을 드러내는 노트북 스티커



요새 카페에 나가보면 열심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노트북에는

각양각색의 스티커가 붙여져 있다. 천편일률적인 노트북 디자인에 사용자의 취향이나 관심사,

직업을 알 수 있는 종류의 스티커가 붙여져 있으면 매우 특징적이고 독특한 노트북으로 재탄생한다.

필자 역시 그동안 모아놓은 스티커를 노트북과 스마트폰에 붙이며 '노트북 꾸미기'를 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수많은 브랜드의 팝업스토어나 힙플레이스에 방문했을 때

해당 브랜드의 대표적인 디자인으로 제작한 스티커에 항상 눈이 간다.

귀여운 스티커는 금방 품절되거나 중고거래시장에서 웃돈이 얹혀 팔리기도 한다.


이런 스티커들을 많이 모으지만 그와 동시에 수많은 스티커들을 가지고 온 후

먼지만 쌓이게 방치하거나 그대로 버리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볼 때는 예뻤는데 가져와 보니까 막상 마음에 들지 않는다거나

그동안 모아놓은 스티커와 어울리지 않는다거나 등의 이유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스티커 뿐 아니라 예쁘지만 막상 딱히 쓸데가 없는 브랜드 굿즈들을 요새 많이 볼 수 있다.

뱃지, 키링 등 아기자기한 소품은 소품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지만 너무 많이 가지고 있으면 골칫거리가 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계속해서 매력적인 굿즈들을 사서 모은다.



브랜드.jpeg 홍성태 교수 [브랜드로 남는다는 것]




홍성태 교수의 [브랜드로 남는다는 것]의 여러 목차 중

'쓸모없음의 경제학'이란 인상적인 목차가 존재한다.


일반적인 의류, 악세사리보다 훨씬 비싼 명품 의류와 악세사리,

브랜드를 대표하는 이미지를 토대로 제작한 인형과 굿즈,

또한 책, 음악, 영화, 미식, 패션에 관련된 모든 것들은 생존과 직결되어 있지 않은 쓸데 없는 것임에도,

사람들을 그것을 끊임없이 갈구한다.


이 '쓸모없는 것'들은 지금 현대사회의 모든 수요와 소비를 이끄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고

이러한 사람들의 욕망과 수요를 파악하여 거대한 경제순환을 이끌어낸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그리고 이는 우리가 지난시간 함께 공부한 '니즈'와 '원츠'의 개념과도 맞닿아 있다.



❍ Chapter.2 소비자들의 필요를 생성하는 현대의 브랜딩


배민.jpeg '배민라이더스' 소속 배달대행기사의 사진 (출처: 매일노동신문)



'니즈'와 '원츠'의 개념을 다시 한 번 알아보자.

'니즈'는 Functional Needs, 기능적이고 실제적인 필요성을 의미하며

'원츠'는 Non-Functional Wants, 비기능적이며 '있어도 좋지만 없어도 되는' 욕구를 가리킨다.

그리고 또한 현대사회에서는 '원츠'를 잘 공략하는 브랜드가 수요를 창출할 수가 있다.


최근 시장에서 거대한 성장을 이뤄낸 브랜드를 보면

대부분 모든 것이 풍부한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이 겪는 불편을 줄여주거나,

존재하지만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새로운 취향을 소비자들에게 제안하는,

시장의 '원츠'를 정확하게 파악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배달의민족'은 음식배달 서비스가 매우 잘 정착되어 있는 한국의 음식시장에서

단 한 번의 클릭으로 주문이 가능하고 동네의 가게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하여

소비자들에게 커다란 편의를 제공해주었다.

'배달의민족'의 성장은 배달기사들이 음식점에 직접 고용되는 형태가 아니라

기사들이 프리랜서로서 배달주문 건별로 수익을 얻게 하는 등 시장 자체의 구조변화까지 이끌어냈다.


유명한 힙합가수 제이팍의 브랜드 '원소주'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술'을 만들겠다는 제이팍의 의지에서 시작했다.

국내의 양조장들과 협업하여 강원도 원주의 쌀로 전통주인 증류식 소주를 생산한다.

발매 당시에 품절대란을 일으킬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으며

지금은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세계 전역으로 수출을 바라보고 있을만큼 크게 성장했다.



발매 당시 큰 인기를 끌었고 지금도 성장하는 '원소주'



'배달의민족'은 원래도 매우 편리하고 빨랐던 한국의 배달서비스에서

'조금 더 편리하게'라는 사람들의 필요를 찾아내어 발빠르게 서비스화함으로써

스마트폰 터치 몇 번만으로도 배달주문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원소주'는 원래도 많은 한국의 주류시장에 경영자 특유의 트렌디함을 상품에 접목했다.

평범하게 많이 마시는 술인 소주와는 '전통적 증류식 소주'라는 차이점을 부각하고

멋진 디자인과 브랜딩을 통해 전통주이지만 세련되고 현대적인 감각을 입혀낸 것이다.

'현대적이고 트렌디하며 전통 방식을 간직한 소주'라는 장르를 개발해 소비자들의 수요를 만들었다.


두 브랜드 모두 원래 존재했던 것들에 사람들이 가지고 있었던 불편이나 수요를 찾아내

날카롭게 갈아내는 과정을 잘 거쳐 시장과 소비자의 '필요를 창출해냈다'는 큰 공통점이 있다.


생존에 직결되어 누구나 볼 수 있는 수요(니즈)가 아닌

사람들의 숨어있는 욕망이나 불편, 즉 '새로운 필요'를 발견하여 (원츠)

그것을 제품이나 서비스의 형태로 만들어내는 능력이야말로

현대사회의 브랜드가 가져야할 덕목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Chapter.3 일반경영 사례로 보는 브랜드의 '필요 창출' : 프릳츠 커피 (Fritz Coffee)


✅ 커피와 전혀 상관없는 커피 브랜드로 커피 시장에 우뚝 선 '프릳츠 커피' (Fritz Coffee)


하이브.jpeg 하이브 신사옥 19층에 새롭게 오픈한 '하이브 프릳츠' (출처: 하이브)



방탄소년단을 비롯한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소속된 '하이브'는 2021년 용산의 신사옥으로 이사했다.

세계적으로 받는 주목과 그에 걸맞은 성장을 자랑하듯 용산의 한복판에 우뚝 선 하이브의 신사옥은

17층부터 19층은 직원들을 위한 복지시설로 만들었다. 그리고 19층, 한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커피 브랜드 중 하나인

'프릳츠 커피'가 '하이브'와의 콜라보를 통해 '하이브 프릿츠'를 오픈했다.


로고도 하이브에 맞게 새로 단장했는데, 오선지를 배경으로 하여

프릳츠의 상징인 커피 마시는 물개를 올린 로고가 공개됐다.

여기서 '프릳츠 커피'를 모르는 사람들은 왜 물개가 카페의 로고를 수놓는 주인공이 된 건지 궁금해한다.

납득이 가는 의문이다. 대체 커피와 물개는 무슨 관련이 있을까?


이에 얽힌 매우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프릳츠 컴퍼니 소속 디자이너가 회사의 대표와 회의를 할 때

'커피와 전혀 상관없는, 물개가 디자인에 들어가도 상관없다'는 말을 통해

곧바로 물개를 넣은 로고디자인을 완성한 것이다.


가장 힙하고, 커피와 베이커리가 정말 맛있는 카페가

정작 커피랑은 관련이 없는 디자인을 채택한 것도 모자라서

대표가 직접 그러한 지시를 내렸다니? 영문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기존 가치관을 거부하는 독특한 노선이 소비자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프릳츠 커피 (Fritz Coffee)'의 성공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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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프릳츠 커피의 원두 이름과 패키지



'프릳츠 커피 컴퍼니'는 '커피 로스터리'를 주업으로 하는 브랜드다.

정기적으로 커피원두를 고객에게 배송하는 커피 구독 프로그램 '프릳츠 커피 클럽'을 운영하며

원두를 로스팅하여 카페에 공급하는 등 맛있는 커피를 만들고 커피문화를 만들어가는 브랜드이다.

공정무역을 거친 질 좋은 원두를 통해 가치 있는 소비를 이끌어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이런 설명으로만 들으면 '프릳츠 커피'가 가진 큰 브랜드파워를 설명하긴 어렵다.

커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요즘, 커피 로스터리를 전문적으로 하는 곳의 수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프릳츠는 기본에 충실한 커피/베이커리와 평범함을 거부한 독특한 브랜딩으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쌓아 필요를 창출해낸 대표적인 브랜드라고 말할 수 있다.


프릳츠 커피는 전국에 다섯 매장 밖에 출점하지 않았지만 특유의 훌륭한 품질의 커피와 함께

매우 충실하게 갖췄다고 평가받는 베이커리로 소비자들의 방문경험을 좋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이 역시 카페의 기본이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 프릳츠 커피는 기존의 상식을 전복시킨

브랜딩으로 브랜드 자체에 대한 수요와 팬층을 이끌어냈다.


'프릳츠 커피'는 애초에 철자부터 독특하다. 'ㄷ'을 받침으로 하여 오탈자인지 궁금해진다.

또한 커피와 전혀 상관이 없는 물개를 로고 전면에 내세워 궁금증을 극대화한다.

어색한 'ㄷ'받침, 물개의 로고, 또한 전통적인 한국의 미를 강조한 디자인 등은

기존의 카페가 가지고 있던 우아함, 세련됨 등의 방정식을 깨부수며

소비자들에게 재미를 전달해주고, 브랜드만의 독특함을 강조하여 관심을 이끌어냈다.


애초에 대표부터 '커피 브랜드같지 않은 커피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고 직접 말할만큼

흔한 것을 거부한 브랜드가 '프릳츠 커피'다. 고유명사스러운 이름을 만들고 싶다는 일념 하에

'프릳츠'라는 브랜드의 이름을 지었고, 물개를 대표 캐릭터로 차용했으며,

그 와중에 한국적인 미를 담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현재 '프릳츠 커피'만의 디자인의 틀이 잡혔다.


이런 과정을 통해 '프릳츠 커피'는 커피 자체의 완성도는 높은데, 브랜드의 구성요소 중 어느 하나

흔하거나 다른 브랜드와는 겹치지 않은 브랜드로서 소비자들에게 어필한 것이다.

이러한 기존의 틀을 깨는 브랜드만의 가치에 공감한 소비자들은 이미 커피에 대한 니즈가 차고 넘칠 정도로 충족된 커피시장에서

'프릳츠 커피'에 대한 '원츠'를 느끼고 브랜드를 지지하는 팬이 된 것이다.




Chapter.4 예술경영 사례로 보는 브랜드의 '필요 창출' : 껌 아트


✅ 버려진 껌을 캔버스로 삼는 '껌 아트'


qps_dnltm.jpg 길거리에서 껌 위에 미술작업을 하고 있는 작가 벤 윌슨 (출처: 가디언)



길을 걷다 바닥에 붙은 껌을 밟고 불쾌해진 경험이 한 번씩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껌을 씹는 사람들이 줄어들어 그런 경우가 줄긴 했지만

그럼에도 가끔 신발 밑창에 눌어붙은 껌을 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곤 했다.

이런 껌을 캔버스로 삼아 자신만의 미술작업을 하고 있는 작가가 있다고 말하면 믿겠는가?

영국의 '벤 윌슨 (Ben Wilson)은 길거리에 붙은 껌 위에 자신만의 미술세계를

담아내고 있는 '츄잉껌 아트'의 선구자이자 대표작가이다.

1963년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태어나 벤 윌슨은 대학 중퇴 이후

사회에서 버려지는 쓰레기를 활용한 콜라주 작업과 거리예술 작업을 하던 중

길바닥에 붙은 껌을 활용한 미술작업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사회에서 흔히 버려지고 쓸모 없어진 것들을 상징하는 듯한 단물 빠진 껌을

아름다움으로 바꾸고 싶다고 생각한 벤 윌슨은 그 날부터 도시의 길거리에 주저앉아

껌 아트 작업을 시작했다.

껌을 발견하면 바로 그 자리에서 도구를 꺼내놓은 후 칼로 껌의 주변을 정리한다.

바닥에 붙은 껌이 구상하는 그림에 맞는 형태를 갖추면 토치로 열을 주고, 아크릴을 씌운 후 그림을 그린다.

작업에 따라 걸리는 시간은 모두 다르지만 몇시간에서 며칠이 걸린다고 한다.

또한 그림의 주제는 스스로의 생각이나 길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의견에 따라 달라지며

제한 없이 어떠한 그림도 그린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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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윌슨의 여러 작품들



벤 윌슨은 10,000작품이 훌쩍 넘는 작품을 영국의 길거리에 완성했다.

기본적으로 수입을 창출하지 않는 작품이지만, 'tiny art'를 한다는 소개를 내건

본인만의 웹사이트도 만들었고, 그 웹사이트에는 자신의 지난 껌 아트 작품을 소개한다.

또한 껌 이외의 캔버스에 그린 본인의 작품도 전시하며 스스로의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

'껌 아트' 작업이야말로 현대에 맞게끔 새로운 예술장르, 즉 '원츠'를 개발한 좋은 예시라고 말할 수 있다.

모두가 불편해하고 더러워하는 껌을 활용하여 아름다운 예술이 깃든 작품으로 바꿔냈다.

어떠한 필요도 못 느꼈던 대상에 대해 새로운 사회적, 예술적 필요를 생산하여

많은 소비자와 예술 향유자들에게 제시한 것이다.



제작/기획: 예술도서관 아카데미

글쓴이: YEDO Teaching Artist. SE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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