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경영 함께 공부할까요? 29화
❍ 예술경영 함께 공부할까요? 29화. 4줄 요약
✦ 기능적 필요 (Functional needs)의 '니즈 (Needs)', 비기능적 욕구 (Non-Functional wants)의 '원츠 (Wants)'
✦ 진정한 니즈를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 해도 되는 것'을 잘 파악해야 현대사회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
✦ 일반경영 사례. '구슬 뚜껑 병'으로 독보적인 이미지를 심은 사이다. '라무네 (Ramune)'
✦ 예술경영 사례. 뮤지컬계를 견인하는 주요 팬층, '회전문 관객'
❍ 1p 소비자들의 진짜 필요를 찾아내야 한다?
브랜딩과 마케팅에 있어서 가장 많이 쓰이는 단어 중 하나는 바로 '니즈 (Needs)'일 것이다.
우리 제품이 소비자들에게 필요한 이유, 시장에 나가야만 하는 당위를 찾기 위해서
지금의 시장과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즉 수요인 '니즈'를 찾기 위한 작업은
브랜딩과 마케팅 작업에 있어 가장 기초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제품이 존재해야만 하는 이유를 찾는 건 분명 제품의 초기 브랜딩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작업이다. 지난 칼럼에서 언급했던 '제품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제품만의 영역을 확고히 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제이기 때문이다.
'니즈 (Needs)'는 기능적인 필요성 (Functional needs)의 줄임말이다.
소비자들에게 물질적으로, 또 실제적으로 필요한 것을 찾아 그것을 충족시키기 위해
오늘도 수많은 마케터와 브랜딩 전문가들을 머리를 싸맨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인류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소비사회인 현대에,
소비자들에게 실제적으로 채워야할 필요가 얼마나 많이 남아있을까?
채우지 않으면 안되는 물질적인 무언가가 과연 남아 있기는 할까?
무언가를 더 채우기보다는 덜어내려하는 라이프스타일, '미니멀리즘'까지 유행하는 현대에는
아무리 눈을 돌려봐도 새로운 제품이 메워야 할 실질적인 필요는 매우 적어 보인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제품과 새로운 기업은 얼마든지 생겨나고 있고
사회의 유행 또한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우리는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 2p 니즈와 원츠를 구별하는 현대 사회의 소비자를 사로잡기
한국의 겨울은 혹독한 편이다.
가장 추운 달은 밖에 나가기가 무서울 정도로 기온이 내려가서 그에 맞는 옷차림은 필수다.
그런 우리의 필요에 맞게 당연히 패션브랜드들도 해마다 겨울아이템을 발매한다.
발목까지 덮을 정도로 긴 기장을 자랑하는 '롱패딩'은 2017년도 즈음부터 유행을 탄 아이템이다.
추운 겨울 롱패딩 하나만 입어도 추위를 막을 수 있는 덕에 당시에 불티나게 팔렸고
아직까지도 겨울에 '생존템', '필수템'이란 소리를 들으며 많은 이들이 입고 있다.
하지만 2020년대에 들어서며 '이젠 롱패딩의 시대는 갔다'는 뉴스기사들이 많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여러 브랜드들도 기장이 짧은 숏패딩을 새롭게 내놓으며 소비자들을 유혹했다.
패션의 유행은 항상 돌고 돌기에 특별할 것 없는 현상이지만,
재미있는 점은 소비자들의 반응이 크게 둘로 나뉜다는 것이다.
'롱패딩은 유행이 지났다. 이젠 숏패딩이 새로운 트렌드다'의 의견과
'무슨 소리냐. 너무 추운 한국에서 롱패딩은 이제 기본아이템이다' 라는 의견이 인터넷상에서 충돌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이 사례는 오늘 언급할 '니즈'와 원츠'의 차이를 제대로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니즈'가 '기능적인 필요'의 줄임말이라면 '원츠(Wants)'는 '비기능적인 욕구(Non-Functional Wants)'의 줄임말이다.'있으면 좋으나 없어도 되는' 것이 '원츠'인 것이고, 이는 현대 소비자들을 공략하는 핵심적인 요소다.
지금 서울에서 가장 핫하고 힙한 동네인 '성수동'은 '팝업특구'라고도 불린다.
유망하거나 유명한 브랜드들은 팝업스토어를 주로 성수에서 열며
성수에 가면 무조건 팝업스토어를 여러 개씩 볼 수 있다.
팝업스토어는 브랜드의 가치와 이미지를 담은 디자인, 상품 등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이미 삶에서의 실제적인 풍요를 누리고 있는 현대의 소비자들은 그럼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유행을 찾는다.
자신의 개성이나 삶의 재미, 의미 등을 찾기 위해서 계속해서 소비를 지속하고 싶어한다.
실제적인 필요가 충족되면 '니즈'의 분야에서는 소비를 멈추겠지만
심리적인 욕구인 '원츠'의 분야에서는 소비가 얼마든지 지속될 수 있다.
현대의 브랜드들은 이 점을 파악하고 계속해서 소비자들의 새로운 취향을 발명한다.
고객이 얼마나 원하는지에 따라서 수요의 창출이 결정되는 '원츠'이기 때문에
지금도 새로운 제품과 기업이 시장으로 뛰어드는 것이다.
아무리 실제 삶이 풍요로워져도
우리는 인간이기에 더 채우고자 하는 욕구를 품고 살아간다.
이 점을 명심한다면 꽉 채워져만 있는 것 같은 현대 시장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3p 일반경영 사례로 보는 브랜드의 '니즈와 원츠' : 라무네 (Ramune)
일본에 가면 독특한 병 모양을 가진 사이다를 볼 수 있다.
주둥이 아래의 병목은 잘록한데 그 안에는 구슬이 들어가있어서 구슬을 제거하지 않으면 음료를 마실 수가 없다. 병뚜껑을 잘 보면 튀어나온 부분이 있는데 이 뚜껑으로 구슬을 눌러주면
구슬이 내려가서 내용물을 마실 수 있게 된다.
2010년대부터는 한국에서도 유통되기 시작한 라무네는
일본을 대표하는 특이한 탄산음료로 많은 이들에게 알려져있다.
독특한 병의 모양과 개봉법으로 많은 소비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며
탄산음료계의 대표적인 '원츠' 아이템으로 자리잡은 '라무네'에 대해서 알아보자.
https://www.youtube.com/watch?v=uCHJT3Ueg38&t=90s&ab_channel=kumanokomembers
라무네란 이름은 '레모네이드'의 일본식 발음이다.
1858년 일본은 영국으로부터 레모네이드를 수입하여 마시게 되는데,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많은 일본인들이 즐겼다고 한다.
이후 대량생산 설비를 갖추며 근대화에 성공한 일본은 탄산을 주입한 소다음료를 판매하였고,
이 시기 라무네 병도 생산되었다.
이 특유의 병 모양도 영국에서부터 수입했는데,
탄산을 밀봉하는 기술이 발달하지 못했던 과거에는
병의 입구보다 큰 구슬을 병 안에 넣어 탄산의 압력으로 입구를 막는 원리로 개발되었다.
힘을 주어 구슬을 다시 아래로 밀어넣으면 잘 보존된 탄산음료를 마실 수 있는 이 방법은
차후 밀봉 기술이 발달하면서 점차 영국에서는 사장되었다.
하지만 일본에는 그대로 남아있던 이 병은 일제강점기 시절 한국에도 전파됐는데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는 푸른 달을 보며 시린 눈을 표현할 때
'라무네 병 속의 구슬'에 빗대어 표현한 부분도 있을 정도로
당대의 사람들에게도 큰 인상을 남긴 병 디자인이었다.
'니즈'의 개념에서 분석했을 때 이제 라무네 병은
실질적인 필요성이 많이 감소했다. 탄산 밀봉기술이 훨씬 발달한 현대에
일부러 귀찮은 과정을 거쳐서 구슬을 빼야 하는 라무네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츠'의 개념에서 본 라무네 병은 아직 그 생명력이 남아있고,
보기에 따라선 일반적인 밀봉 탄산음료보다 많은 매력을 지녔다.
소비자들은 빠르고 간단하게 탄산을 따고 싶어하기도 하지만
라무네 병이 가진 재미있는 개봉과정을 즐기고자 하는 욕구를 여전히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라무네 병을 통해선 단순한 효율의 시점에서 마케팅과 브랜딩을 바라본다면
소비자들의 실제 욕구와 수요를 놓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현대사회의 마케팅의 성공과 실패여부는 소비자들의 실질적인 필요를 넘어 욕구를 파악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는 것이다.
❍ 4p 예술경영 사례로 보는 브랜드의 '니즈와 원츠' : 회전문 관객
뮤지컬계를 견인하는 주요 팬층, '회전문 관객'
코로나 시대에 가장 큰 피해를 받은 업계 중 하나는 공연업계다.
관객끼리 붙어 앉게 설계되어 있는 대부분의 극장이 좌석을 하나씩 띄어 앉아야 했던
코로나 시대의 정책으로 매출에 타격을 받았고, 심지어 극장을 아예 열지 못했던 시기도 있었으니
당시 공연업계의 분위기는 심각했다.
하지만 이런 시기에도 뮤지컬 시장의 '회전문 관객'은 극장을 찾았고, 심지어 그 수가 늘어난 것으로도 집계됐다. 2022년 인터파크는 뮤지컬 관객 중 한 공연을 여러 번 관람하는 'N차 관람 관객(이하 회전문 관객)'에 대해 2021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의 예매 내역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인터파크를 통해 2021년 뮤지컬을 예매한 사람은 약 139만명이었다.
이 중 같은 공연을 2회 이상 반복해서 예매한 인원은 17만5000여 명, 12.6%이었다.
회전문 관객을 관람 횟수별로 세분하였더니 2회 관람이 57.3%로 가장 많았고,
3회 관람이 17.3%, 6회~10회 관람 8.6%, 4회 관람 8.4%, 5회 관람 4.8%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11회 이상 관람한 관객은 3.7%의 비중으로 나타났다.
한편, 재관람의 의도가 보다 명확한 3회 이상 관람객은 2020년에는 약 5만여 명이었는데
2021년은 약 7만 5천여 명으로 그 인원이 5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파크는 코로나19 상황이 장기간으로 길어짐에도 불구하고 마니아 관객층은 더욱 확대된 것으로 추측했다.
(출처: 파이낸셜 뉴스)
회전문 관객은 한 작품을 여러 번 보면서 공연의 모든 요소를 즐기고자 하거나,
더블이나 트리플 캐스팅이 기본이 된 요즈음, 배우들끼리의 여러 조합을 보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전캐찍기 (모든 캐스팅 관람하기)'를 시도하는 회전문 관객도 많이 있으며
뮤지컬 프로덕션과 작품은 할인제도, 쿠폰제도 등을 활용하여
매출의 큰 부분을 책임지는 회전문 관객을 잡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고안한다.
공연을 관람하거나 예술을 향유하는 것은 여러 소비 중에서도 가장 '원츠'에 가까운 행위다.
삶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실질적인 도움을 얻기 위한 행위라기보다는
사랑하는 예술분야에 지속적으로 시간과 비용을 내며
고차원적인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회전문 관객은 한 두번만 관람하고 대략적인 내용을 파악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내가 애정을 가진 작품이나 배우를 더 자세히 파악하고자 하는 강렬한 욕구,
즉 '원츠'를 충족하기 위해 많은 자원을 쏟아붓고 있다.
현대 사회의 소비자들은 회전문 관객의 사례처럼 자신의 취향과 가치관에 맞는 대상에 대해서는
시간과 돈을 쏟아붓기를 주저하지 않는 성향을 보이고 있다.
이런 성향을 파악하여 지속적인 소비와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다면
브랜딩과 마케팅에 있어서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제작/기획: 예술도서관 아카데미
글쓴이: YEDO Teaching Artist. SE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