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연출 함께 공부할까요? 17화
❍ Chapter. 공연연출 입시 함께 공부할까요? 17화 세 줄 정리.
ⓒ 예술도서관 아카데미
✅ 스토리텔링은 대부분의 연극연출과의 기본적인 시험과목.
✅ 기존의 작품을 새롭게 해석하여 작품을 연출할 때도, 본인의 예술세계를 담아낸 작품을 창작할때도
창의적인 스토리텔링은 연출가의 가장 중요한 역량이다.
✅ 중국 고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선보인 고선웅 연출의 사례.
❍ Chapter.1 왜 이렇게 스토리텔링을 중시하나요?
ⓒ 공연연출 함께 공부할까요? 17화
✅ 왜 이렇게 스토리텔링을 중시하나요? (학교별 문제)
연극영화학과, 그 중에서 연극연출학과를 지망하는 학생들은
보통 학업성적을 관리하는 동시에 실기시험을 병행하면서 준비해야 한다.
연극연출학과가 제출하는 실기시험은 '스토리텔링', '스토리 구성' 능력을 평가하며
특정 소재나 주제로 창의력을 발휘하여 이야기를 써내는 시험이 주를 이룬다.
위의 모집요강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출과의 2025년 신입생 모집요강으로
2차 시험에 '스토리 구성 능력과 창의력 평가'가 존재한다.
내용은 '주어진 제재와 조건을 바탕으로 글쓰기. 이야기 꾸리는 능력, 정확한 문장 구사능력 등을 평가'이며
무려 7시간 동안 글을 구성하고 3,000자 이내로 서술해야 하는 굉장히 고된 시험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직접 공개하는 기출문제를 통해 더 자세히 시험을 살펴볼 수 있다.
2024학년도의 시험에서는 '5명 이상의 등장인물', '팔다리가 사라지고 후각이 발달한 인류'
'전쟁이 불가능해진 세계', '1930년대 만주', '21세기 과학기술을 등장시키지 말 것' 이란
5가지의 조건을 제시하여 수험자들의 스토리텔링 능력을 평가했다.
중앙대학교에서 역시 연극연출전공 시험에서는 '이야기 구성 능력과 창의력 평가'를 실시했다.
제시된 상황으로 연출구성안을 작성하고, 원고지 1,000자 이내 분량으로 이야기 구성 능력과 창의력을 평가한다.
세부적인 배점이나 시험시간, 내용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수험자가 이야기를 구성하고 표현하는 능력을 평가한다는 점에서, 연극연출학과의 시험은 대동소이하다.
전공시험이 비슷하다는 것은 그만큼 연극연출을 지망하는 학생들에게
'스토리텔링'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글을 쓰는 작가/극작가를 양성하는 문예창작학과나 극작과가 아님에도
연극연출학과에서 이렇게 스토리텔링을 강조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 Chapter.2 현대적 연출의 핵심역량, '스토리텔링'
ⓒ공연연출 함께 공부할까요? 17화
✅ 현대적 연출의 핵심역량, '스토리텔링'
'연출가'라는 직업이 세상에 등장한 것은 제법 최근의 일이다.
연출가의 개념은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초반에서야 유럽에서 형성되었고,
그 이전에는 극작가, 배우, 매니저 등이 공연을 조직하고 운영하는 역할을 맡았다.
게오르그 2세, 작스 마이닝겐 공작은 흔히 최초의 현대적인 연극 연출가라고 불리는데,
무대에서의 시각적 통일성의 개념을 강조하여 의상, 무대장치, 배우의 무대배치 등에
공을 들인 특유의 앙상블로 19세기 중후반 유명세를 탔다.
한 사람의 연출가가 작품에 맞게 연극 전체의 조화를 추구한 최초의 사례이다.
이후 과학의 발달로 인한 자연주의, 사실주의의 득세로 희곡 텍스트와 무대 요소를 통일시키는
현대적 연출가가 필요해졌다. 연출가는 희곡을 해석하여 그에 맞는 특정한 공간의 환경을 구성하고,
배우의 연기를 지도하며 한 프로덕션을 이끄는 거대한 역할을 부여받았다.
따라서 연출가가 극작가의 작품을 해석하는 능력은 매우 중시되었고,
현대에도 연출가의 작품해석능력은 여전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특정 희곡은 극작가가 무대나 소품의 배치, 배우의 연기스타일을 세세하게 정해놓기도 하지만,
모든 작품이 이처럼 극작가의 의도만을 무대에서 선보이라고 요구하지는 않는다.
연출가는 해석의 여지가 열려있는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특정한 주제나 이야기를 발견하고,
그를 중심으로 텍스트를 재정렬하고, 전체 이미지의 컨셉을 결정하며, 배우의 연기를 다듬어 앙상블을 만들어낸다.
즉, 작품을 해석해서 중심 이야기에 따라 '스토리텔링'을 하는 과정을 거쳐 공연을 완성하는 것이다.
이런 연출의 해석과 스토리텔링 능력은 특히 고전작품을 현대에 상연할 때 필수적이다.
무대장치나 배우의 연기에 대한 꽉 짜인 틀이 없고, 시공간적 배경이 현대관객에게 생소한 고전작품은
필연적으로 연출가의 재해석에 따른 스토리텔링에 따라 그 성패가 갈릴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서 안토니오가 무리한 요구를 한 샤일록을 징벌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작품과, 유대인이 정치사회적으로 약자의 입장에만 서 있었던 당대에
샤일록이 겪었던 차별과 피해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작품은 완전히 다른 구조를 가질 것이다.
연출가의 스토리텔링 능력은 이렇듯 희곡을 재해석해서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새로이 구조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말할 수 있다.
최근에는 연출가가 자신이 목표하는 예술적 이상을 이루기 위해 스스로 작품을 쓰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으며, 이런 '연출가-작가'의 활동에서는 당연히 스토리텔링의 능력이 중요해질 수 밖에 없다.
배우를 일종의 회화적 도구로 사용하는 작품을 창작하는 '로버트 윌슨',
이미지에 집중하여 영상기술, 기계장치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로베르 르빠주' 등의
현대 연출가는 자신이 천착하는 주제에 맞는 '스토리텔링'을 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 Chapter.3 중국 고전의 현대화, 고선웅 연출가
ⓒ공연연출 함께 공부할까요? 17화
✅ 중국 고전의 현대화, 고선웅 연출가
고전을 현대화하여 연출가의 뛰어난 스토리텔링 능력을 보여준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고선웅 연출의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이다. <조씨고아>는 순수연극으로는 드물게
초연인 2015년 이후 8년 동안 전국의 무대에 오르며 100회 공연을 넘겼고,
중국에까지 진출하며 대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고선웅 연출은 2015년 명동예술극장에서의 시연회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13세기 중국 비극 '조씨고아'(趙氏孤兒)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습니다.
중언부언하는 원작 희곡의 대사도 관객이 이해하기 쉽게 다듬었습니다.
또, 노래나 춤 등 무대에서 화려한 요소들을 최대한 걷어냈습니다."
라며 재해석의 과정에서 연출가가 스토리텔링과 구조화를 한 과정을 세세히 설명했다.
원작 <조씨고아>는 사마천의 '사기'에 수록된 춘추시대 역사적 사건을
중국 원나라 때 작가 기군상이 연극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조씨고아>는 18세기 유럽에 소개돼 '동양의 햄릿'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연극은 조씨 가문 300여명이 살육되는 멸문지화 속에서 가문의 마지막 핏줄인
조삭의 아들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자식까지 희생하는 비운의 필부 '정영'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권력 쟁취를 위해 온갖 악행을 서슴지 않는 도안고와 그에 맞서 한 아이를 살리기 위해
아낌없이 목숨을 내놓는 '한궐', '공손저구' 등 의인들의 살신성인이 비장미를 더한다.
정영은 수많은 사람의 희생 끝에 살아남은 고아 '정발'을 20년간 키우며 복수의 칼을 간다.
고선웅 연출은 "중국 원나라의 잡극(雜劇·가극 형태의 희곡)이 제가 생각하는 연극의 원형에 가장 가깝다"며
"잡극의 특성을 살려 최소한의 무대로 자유롭게 시공간을 넘나드는 연극성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양대 오수경 교수가 번역한 원작을 우리시대에 맞게 많이 고쳤다"며
"잡극이라 부를 만큼 대사를 반복하고 춤도 추고 노래를 부르는 부문이 많아서 중복된 내용을 다듬었다"고 덧붙였다.
완성도를 위해 원작에 없는 장면도 대폭 추가했다.
"아내가 나오는 장면이나 마차가 지나가고 뽕나무 잎이 흔들리는 장면도 새로 넣었다"며
"원작에서 등장배우가 대사로 처리한 부분을 장면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출처: 뉴스1)
제작/기획: 예술도서관 아카데미
글쓴이: YEDO Teaching Artist. SE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