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평등하고 편안한 극장을 꿈꾸며, 배리어프리 공연

공연연출 함께 공부할까요? 19화

 Chapter. 공연연출 입시 함께 공부할까요? 19화 세 줄 정리.

ⓒ 예술도서관 아카데미




✅ 현실적으로 비장애인이 즐기기 어려웠던 극장에서의 공연.

 장애 유무에 상관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연을 위한 '배리어프리', '접근성'

 국립극단에서도 시도한 '릴랙스드 퍼포먼스'의 사례




 Chapter.1  한국 장애인 및 극장 통계와 현실적인 모습

ⓒ 공연연출 함께 공부할까요? 19화



국립극장의 휠체어석(출처: 서울관광재단)


 한국 장애인 및 극장 통계와 현실적인 모습


보건복지부에서 매년 실시하는 장애인실태조사에서는 한국사회에서 장애인들이 겪는

일상적인 어려움이 잘 드러나며, 앞으로 어떤 개선을 해나가야 하는지 방향을 제시한다.

2023년 장애인실태조사에서 일상생활 수행시 

지원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장애인은 35.3%로, 2020년 32.1%에 비해 3.2%p 증가하였다. 

현재 일상생활지원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62.3%로 2020년  54.9%에 비해 높아졌다. 

외출 시 교통수단 이용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는 35.2%로, 2020년 39.8%에 비해 낮아졌다. 


교통수단 이용 시 주된 어려움은 ‘버스택시의 물리적 접근과 탑승 어려움’(53.2%), 

‘버스택시 이용 시 정보접근 어려움’(17.9%), 

‘장애인 전용 교통수단(장애인 콜택시 등) 부족’(15.5%) 등으로 조사되었다.

2020년에 비해 개선된 사항이 엿보이기는 해도,

여전히 한국사회는 장애인이 편하게 외출하며 일상생활을 영위하기에는

많은 부족함이 있는 사회라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장애인이 문화예술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2021년에 발표된 2020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이 문화 및 여가활동에 대해 불만족한다는 응답은 51.1%로, 

절반 이상이 문화 활동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년 간 ‘연극·뮤지컬·무용’은 97% 이상이 관람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돼 접근성 제고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우선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표한 '2023 공연예술조사'에 따르면 

한국에서 가장 많은 공연이 벌어지는 대학로의 극장 120여개 중 장애인석을 보유한 극장의 비율은 26.1%(33개)에 불과하다.

서울 소재 극장 429개 중 218개 극장이 장애인석을 보유하고 있는 비율을 훨씬 밑도는 수치다.


대학로 극장은 대부분 좁고 작은 건물이나 지하에 자리하여 장애인석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이유이다.

최근 들어서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통역, 시각장애인을 위한 터치투어나 음성포스터, 

지체장애인을 위한 접근성 매니저의 도움 등 다양한 접근성 관련 시도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 모든 공연이 폭넓은 접근성을 제공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수준은 아니며

불과 몇 년전만 해도 장애인이 공연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은 훨씬 척박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공연계에서는 2010년대 후반부터 

극장과 공연에의 장애인 접근성 제고를 위한 기획과 활동을 적극적으로 시도했으며

이런 시도를 하는 공연을 흔히 '배리어프리 공연'이라고 부른다.




❍ Chapter.2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연을 위한 '배리어프리', 혹은 '접근성'

ⓒ공연연출 함께 공부할까요? 19화



2023 SPAF에서 실시한 다양한 배리어프리 공연 시도 (출처; SPAF)


✅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연을 위한 '배리어프리', 혹은 '접근성'

배리어프리(Barrier-free)란, 장애인, 고령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이 

일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때의 물리적/심리적인 장애물과 장벽을 허물기 위한 정책 등을 일컫는다.

비장애인을 표준으로 제작되고 설계된 사회에서 

장애인의 시각으로 바라볼 때 방해가 되는 요소를 면밀히 살피는 태도가 요구된다.


배리어프리 운동은 건축물에서 장애인들의 접근을 어렵게 하는 요소를 제거하려는 움직임에서 시작됐다. 

1974년 UN 장애인생활환경전문가회의에서 '장벽 없는 건축 설계(barrier free design)'에 관한 보고서가 나오면서 

건축학 분야에서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이후 일본, 미국, 스웨덴을 중심으로 휠체어를 탄 고령자나 

장애인들도 비장애인과 다름 없이 편하게 살 수 있게 하자는 뜻에서 

주택이나 공공시설을 지을 때 문턱을 없애자는 운동을 전개하면서 세계 곳곳으로 확산되었다.


특히 스웨덴의 경우에는 1975년 주택법을 개정하면서 신축 주택에 대해 전면적으로 배리어 프리를 실시해 

휠체어를 타고도 집안에서 불편 없이 활동할 수 있도록 문턱을 없앰으로써 다른 고령화 국가에 비해 

노인들의 입원율이 크게 낮아졌고, 일본에서도 이미 일반 용어로 정착되어 쓰이고 있다.

한국에서 역시 '배리어프리'란 용어가 확산되어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문화예술계에서는 시청각을 이용하여 감상하는 예술작품을 시청각 장애인들이 감상할 때 발생하는 

문화적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자막, 수어 통역, 음성 해설 등을 제공할 때 '배리어프리'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연극계에서도 다양한 국공립, 사립극단이나 공연제에서 장애인들의 편안한 관람환경을

마련하고자 하는 배리어프리적인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다.


국내 최초 장애예술 표준공연장 '모두예술극장' (출처: 모두예술극장)


우선 지난 2023년 10월 24일, 국내 최초의 장애예술 표준공연장, '모두예술극장'이 개관했다.

모두예술극장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 운영하는 250석 규모의 공연장이다. 

장애예술의 표준 공연장을 표방하는만큼 장애인들의 이동성을 강조한 것이 눈에 띄는데,

극장, 연습실 등의 주요 시설 바닥은 단차 없이 평평하고, 휠체어를 위한 슬로프를 설치했다.


건물 벽마다 시각장애인의 보행을 돕는 핸드레일이 설치됐는데, 이 핸드레일의 길이만 300m이다.

비상구, 화장실 등을 알리는 표지판에는 점자가 함께 표기되었고 장애인 화장실도 층마다 위치한다.

기존 대학로나 타 지역에 위치한 공연장이 모두 일반인을 대상으로 건축되어 장애인들이 공연을 관람하고

실제로 공연을 하는 주체로서 서기 매우 어려웠던 데 반해 큰 발전이 이루어진 것이다.

건축에서부터 장애인 예술가와 관객을 배제하지 않으려 노력한 '배리어프리 건물'의 모범적인 예시라 말할 수 있다.


또한 작년의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에서는 기획단계에서부터 장애인 관객이 보다 편안하게

공연에 접근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하기 위해 '접근성 매니징'을 실시하였고,

매 공연마다 '접근성 매니저'를 배치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배리어프리 공연제와 연극의 좋은 예시를 선보인 바 있다.


2023 SPAF에서는 대상 장애인범위를 시각장애인 관객, 청각장애인 관객, 휠체어 이용 관객으로 정했다.

홈페이지에서 손쉽게 접근성 안내공지를 볼 수 있게 레이아웃을 다듬었고,

축제와 전반적인 접근성을 안내하는 정보를 한국어 음성, 수어통역, 자막해설이 포함된 

동영상 홍보물로 제작하였다. 또한 기존 2023 SPAF 메인 포스터의 음성 포스터도 제작해 배포하여

장애인 관객이 축제와 공연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보다 쉽게 접할 수 있게 힘썼다.

극장 로비에서는 지하철역에서 극장까지 안내보행을 하는 접근성 매니저가 상주하고,

티켓수령 시 수어통역사와 이야기하거나 필담을 할 수 있게끔 준비했다.


공연별로는 동시통역기를 이용한 폐쇄형 음성해설이나 수어통역과 자막해설을 제공하였고,

경광봉과 박수 소리를 활용해 장애인-비장애인 관객이 모두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대피요령 안내를 구성했으며

비한국어권 관객을 위해 영어 안내도 실시했다. (출처: 비마이너)

어떠한 상태의 관객이든 모두가 편안히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세심한 접근성 매니징이 돋보인 2023 SPAF였다.


위의 예시 뿐 아니라 현재 한국 공연계의 많은 창작자와 주체는 

모든 관객의 편안한 공연관람을 위해 여러 배리어프리 시도를 고민하고 실행하고 있다.

단발적이고 일시적인 시도에서 그치지 않고 모든 사회구성원들을 포용할 수 있는

공연문화가 정착되길 깊이 바라본다.




❍ Chapter.3   국립극단 <스카팽>이 시도한 '릴랙스드 퍼포먼스'

ⓒ공연연출 함께 공부할까요? 19화


'릴랙스트 퍼포먼스'를 표방한 국립극단의 <스카팽>  (출처: 국립극단)



✅ 국립극단 <스카팽>이 시도한 '릴랙스드 퍼포먼스'


2024년 국립극단의 대표적 레퍼토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스카팽>이 돌아왔다.

이번 <스카팽> 공연은 '릴랙스트 퍼포먼스'를 표방하여 여러 배리어프리 시도를 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국립극단에 따르면 릴랙스드 퍼포먼스란 감각 자극에 민감하거나 

경직된 환경에서 공연 관람이 어려운 모든 사람(자폐 스펙트럼 장애, 발달장애 등)을 위해 

빛, 소리 등 감각 자극을 완화하고 공연 관람 중 감각적 특성에 따라 반응하는 소리 또는 움직임이 

공연을 관람하는데 있어 문제가 되지 않도록 최소화하는 공연을 말한다.


이번에 진행된 <스카팽>의 경우 자율적인 중간 입·퇴장이 허용됐고 어둡지 않고 밝은 공연 객석이 마련됐다. 

조명이 주는 자극을 줄이려 공연 중에도 객석 조명을 어둡지 않게 유지하며 관객은 애착 인형을 소지하고 입장할 수 있다.

극장 로비에서는 대본과 시각화된 공연 자료를 열람할 수 있으며, 

무대 모형과 음성 가이드를 비치해 극의 내용을 즉각적으로 인지하기 어려운 관객을 돕는다.


4월 12∼15일에는 관람 장벽을 낮추기 위해 접근성 회차를 운영한다.

수어 통역사가 무대 위에서 배우를 따라다니며, 한글 자막과 음성 해설 등을 지원한다.

자폐스펙트럼이나 발달장애, 빛과 소리에 예민한 관객들까지 포용하려 노력하는

의미있는 배리어프리 시도라고 평가할 수 있다.


(참고: 오마이뉴스, 한경)




제작/기획: 예술도서관 아카데미 

글쓴이: YEDO Teaching Artist. SEOB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