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연출 함께 공부할까요? 21화
✅ 작품이 전달하려는 주제와 메세지에 집중한 분석
✅ 연출과 연기에 주목한 분석, 좋은 연출과 아쉬운 연출, 좋은 연기와 아쉬운 연기
✅ 작품이 개인적으로 또는 사회적으로 가지는 의의에 주목하기
❍ Chapter.1 작품이 가지는 주제와 메세지
ⓒ 공연연출 함께 공부할까요? 21화
✅ 작품이 가지는 주제와 메세지에 주목하기
의도가 없이 만들어진 작품은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모든 작품은 주제와 메세지를 가지기 마련이다.
작품을 기록하면서 가장 면저 접근해야 하는 것은 이것을 파악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작품이 전달하려는 메세지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연출과 연기적인 부분을 통해 전달하려는 메세지를 '효과적으로'전달했는지 판가름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고전 작품을 예시로 들어보자 <햄릿>, <세일즈맨의 죽음>, <고도를 기다리며>, <헤다 가블러>등 현대에도 여전히 우리가 고전이라 일컫는 작품들이 상연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 작품들이 전하려는 주제와 메세지가 '지금'도 여전히 통용되고 이해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선 셰익스피어, 아서 밀러, 사무엘 베케트 그리고 입센이 작품을 쓸 당시에 담았던 원작 희곡이 가진 주제와 메세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각 작품을 지금 시대에 연출하는 연출가가 무엇에 주목하여 작품을 이끌어나가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왜냐하면 지금 시대에 그 작품을 올리기로 선택한 제작사 또는 연출가는 원작이 가진 의미 이상의 것을 발견하고, 지금 시대의 관객에게 흥미를 끌 수 있는 지점을 중심으로 작품을 이끌어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작품이 가진 주제와 중심질문 이 두 가지만 기록해 둔다면 이후에 작품이 그러한 방향성에 맞게 물 흐르듯이 잘 진행되었는지만 파악하면 된다. 아래는 주제와 중심질문의 예시이다.
<햄릿>의 주제 : 복수는 더 큰 비극을 초래한다.
<햄릿>의 중심질문 : 햄릿은 과연 아버지의 복수를 할 것인가?
<세일즈맨의 죽음>의 주제 : 그릇된 가치관은 비극을 불러온다.
<세일즈맨의 중심질문> : 로먼가의 사람들은 각자의 꿈을 실현시키고 가족의 화합을 도모할 수 있을까?
이러한 원작 희곡을 다루는 것을 '해석적 연출'이라 한다. 그러나 현대의 연출가들은 원작 희곡을 부수고 해체하여 자신만의 작품을 만드는 '창조적 연출'의 면모를 보인다. 또는 지금도 새롭게 쓰여지는 새로운 희곡들이 있고. 현대 연극은 공동창작으로 희곡이 쓰여지며 동시에 작품이 준비되는 경우도 많다.
또 최근에는 '소설의 연극화'작업이 성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원작 희곡이 가지고 있는 주제와 메세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작품들 또한 주제와 중심질문을 반드시 내포하고 있다. 아래는 몇 개의 작품의 예시이다.
극단 신세계 <파란나라>의 주제 : 평등에 대한 그릇된 판단은 전체주의적 비극을 불러온다.
극단 신세계 <파란나라>의 중심질문 : 기간제 교사는 방과 후 영화반을 잘 이끌 수 있을까?
창작가무극 <천 개의 파랑>의 주제 : 서로에 대한 이해와 사랑은 아름다움을 깨닫게 한다.
창작가무극 <천 개의 파랑>의 중심질문 : 연재는 콜리와 함께 행복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 Chapter.2 연출과 연기에 주목한 분석
ⓒ공연연출 함께 공부할까요? 21화
✅ 좋은 연출과 아쉬운 연출, 좋은 연기와 아쉬운 연기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주제와 메세지를 파악했다면 이제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그것이 관객들에게 의미 있게 전달되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우리가 주목해 볼 수 있는 연출의 요소는 무대, 조명, 음향, 소품, 의상, 분장 그리고 배우의 동선 및 연기가 있을 것이다. 이 요소가 '조화롭게'구성되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작품의 주제를 전달하기에 효과적이었는지 파악해 보자.
우선 무대는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좌우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주인공의 고립된 정서를 표현하기에 너무 넓은 무대는 적합하지 않다. 반대로 넓은 무대에 홀로 남은 배우를 상상하면 공허함의 정서를 전달하기에는 효과적이다. 이처럼 무대의 넓이와 깊이에 따라 배우의 정서가 효과적으로 표현될 수 있다. 또 '무대가 무엇으로 채워져 있는가'에 따라서 작품의 주제는 강렬하게 전달된다.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을 창극으로 재창작한 국립창극단의 <리어>는 무대 위에 찰박찰박하게 물을 깔아 두었다. 연출가는 왜 그런 선택을 하였을까? 정영두 연출가는 "상류에서 흘러가 하류에서 혼탁해지는 물이 맑아져 자신의 얼굴을 비춰보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한 점, 그리고 뒷물이 앞 물을 밀어내는 섭리를 그린다"라고 말한다. 이것은 리어의 혼탁한 정신으로 잘못된 판단을 내린 점, 시대의 흐름과 세 딸의 권력욕에 밀려나는 것을 상징적으로 전달한다. 이처럼 하나의 중요한 상징이 작품의 주제를 전달하는데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무대는 필연적으로 조명과 그 위에 서있는 배우의 의상과 분장을 비롯한 이미지와 함께 보이게 되어있다. 그리고 무대 어디선가 들려오는 음향이 조화를 이루어 하나의 장면이 구성되는 것인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배우의 연기이다. 연출가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결국 관객의 눈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배우임은 자명하기 때문에(요즘은 배우가 없는 공연도 있음에도) 배우의 연기가 결국 좋은 관극 경험과 나쁜 관극 경험을 좌우한다.
배우의 연기는 '리듬과 템포'를 가지고 '감정선'이 드러나도록 해야 한다. 관객의 입장에서 가장 설득력이 없는 연기는 관객이 공감하지 못하는 연기이다. 연출가의 특별한 지시가 없었다면 죽느냐 사느냐를 고민하며 자신의 실존에 대해서 고심하는 햄릿은 우유부단함 보다는 신중함에 가깝다. 그렇다면 신중한 연기란 무엇인가? 성급하지 않고 천천히 자신의 생각과 행위에 대해서 접근하는 것이다. 여기서 배우가 너무 빠른 호흡으로 대사를 하거나 움직인다면 대사가 가진 힘은 물론 작품의 주된 분위기까지 퇴색시킬 위험이 있다.
❍ Chapter.3 작품이 가지는 의의에 대해서
ⓒ공연연출 함께 공부할까요? 21화
✅ 작품이 개인적으로 또는 사회적으로 가지는 의의에 주목하기
"이 작품은 저에게 다시 살아갈 힘을 주었습니다"연출가에게 이만한 칭찬은 또 없을 것이다. 내가 만든 작품이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것. 그것이 모든 제작자와 연출가가 바라는 일이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는 관극 후에 작품이 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는지 깊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그것이 창작자의 의도에 응당 부응하는 것이다.
좋은 작품이었든 좋지 않은 작품이었든 어떤 방식으로든 관객에게 영향을 준다. 어떤 공연을 관람한 나는 더 이상 그 공연을 관극하기 이전의 나가 아니다. 어떤 공연은 나를 치유해 주고 어떤 공연은 우울했던 나에게 다시 살아갈 용기를 준다. 또는 어떠한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 경각심을 일으켜주어서 무신경했단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의 궁극적 목표를 '연민과 공포를 불러일으켜 카타르시스를 야기시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카타르시스는 '감정의 정화'이다. 우울했던 마음에 용기가 들어찬다. 마냥 기쁘기만 했던 마음에 슬픔이 들어찬다. 이렇게 정화된 감정은 인간과 세상을 새로운 시선으로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가령 '가족'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작품이 있다고 치자, 나는 평소에 가족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었는가? 나에게 가족이란 무슨 의미인가? 그렇다면 내가 가족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더 나아가 현대 사회에서 가족의 의미는 무엇이며, 무엇을 가족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또 다른 예시로 '종교'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작품이 있다고 치자, 나는 종교인으로서 작품을 어떻게 바라보았는가? 또는 비종교인으로서 작품에서 느낀점은 무엇인가? 나는 작품을 통해 종교를 믿어볼 생각을 하게 되었는가? 또는 오히려 종교에 대한 거부감이 더 늘어났는가? 현대 사회에 종교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이처럼 모든 공연 작품은 관객 개인에게 그리고 관객이 몸담은 사회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렇기에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어떠한 의미가 생성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작품을 더 폭넓은 시각으로 깊게 이해하고 더 많은 의미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관객도 관객 나름대로의 공부가 필요하다. 작품에 쓰여진 당시의 배경지식은 물론이고 창작자의 스타일과 철학과 미학을 공부할 수도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왠지 오만하고 거만해 보이는 이 말은 사실 진리에 가깝다. AI가 우리의 뇌를 대신하고 지식의 영역을 넘보는 시대에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작품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세상일 더 또렷하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작/기획: 예술도서관 아카데미
글쓴이: YEDO Master. DUHW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