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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속 과부촌에 나타난 남자 희곡 <산불> 서평

예술도서관 예술도서 서평

< 예술도서 서평> 희곡 산불

· 별점: ★★★★☆

· 난이도: ★★☆    


ⓒ 예술도서관


· 날짜: 2021.01.27

· 장르: 희곡

· 제목: 산불

· 저자: 차범석     


· 나만의 제목창작 : 대나무밭의 욕망

· 나만의 부제창작 : 시대가 짓밟은 인간의 욕망   


· 키워드 정리

① 이데올로기갈등

② 인간의 욕망

③ 주제의 영원성     


차범석 희곡 <산불>


                                                                                                                                                     


예술도서관 다섯 줄. 추천 이야기      


한국 리얼리즘 희곡의 정수를 보여주는 차범석 작가의 산불은 올해 두 개 학교에서 지정희곡으로 나오면서 여러 번 반복해서 꼼꼼하게 읽을 수 밖에 없었던 희곡이었다. 작품을 읽으면서 1960년대에 쓰여진 희곡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충격적인 내용과 사실적인 묘사가 인상깊게 다가왔으며, 6·25전쟁이라는 시대적 상황이 한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시대적 상황이 한 마을 공동체와 가정, 그리고 개인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희곡을 읽는 것은 항상 즐거울 수만은 없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수업준비를 위해 다양한 희곡을 접해야하고 의무감으로 읽는 희곡들도 있을 수 밖에 없다. 2020년 한 해 동안은 25편 정도의 희곡을 읽은 것 같다. 그 중 <산불>은 가장 인상깊은 작품 중 하나였고, 무엇보다 책 서문의 차범석 작가의 말이 가슴 깊이 남았다.        

  



목차 & 줄거리

제1막 : 양씨와 최씨가 공출해야 하는 곡식의 양 때문에 다툰다. 양씨의 아들은 우익쪽 사람이었는데 반동으로 몰려 죽임을 당했으며, 최씨의 사위는 좌익쪽 사람이었는데 빨갱이로 몰려 역시 죽임을 당했다.

    

제2막 : 과부들만 사는 마을에 공비들의 소굴에서 탈출한 규복이라는 전직 교사 출신의 남자가 몰래 들어온다. 양씨의 며느리인 점례는 그를 숨겨 주고 과부의 욕정을 채운다.     


제3막 : 젊은 과부인 최씨의 딸 사월이가 규복과 점례의 만남을 눈치채고 강제로 규복을 가로채다시피 하여 달아오른 욕정을 채운다.     


제4막 : 국군이 마을에 들어와서 공비를 토벌하기 시작하며, 마을에는 사월이가 임신했다는 소문이 나돈다.

    

제5막 : 공비 토벌 작전으로 국군이 대나무 밭에 불을 지르고, 규복은 그 과정에서 총에 맞아 죽고 사월이도 양잿물을 먹고 자살한다.              




예술도서관 다섯 줄.필사

0.프롤로그      


p3. “ 역사란 있었던 사실의 기록이고 시는 있을 법도 한 가능한 세계의 표현이다.

이 말은 역사는 기록이고 문학은 창조라는 뜻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언급한 말이다. (중략)

따라서 한 극작가가 직접적이건 간접적이건 간에 자신의 체험을 작품화하는 데 있어서는, 사실의 기록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어느 시대나 어느 상황에서도 있을 수 있는 가능한 세계에 도전하여 ‘인간의 진실이 무엇인가’를 추구하는 데 그 의미를 가진다고 봐야 옳을 것이다”

                                                                                                             



예술도서관 다섯 줄.필사

1. 제1막  

: 양씨와 최씨가 공출해야 하는 곡식의 양 때문에 다툰다. 양씨의 아들은 우익쪽 사람이었는데 반동으로 몰려 죽임을 당했으며, 최씨의 사위는 좌익쪽 사람이었는데 빨갱이로 몰려 역시 죽임을 당했다.               


p13 “궁하기는 매한가지지, 그러지 말고 어서 채워 와요! 쌀이 없으면 보리, 보리가 없으면 감자     


View: 이야기의 시작은 양씨와 최씨의 대립으로부터 시작된다. 공비들이 몰래 점령한 마을에서 공비들은 마을사람들에게서 식량을 공출하고 양씨는 이장으로써 최씨에게 정해진 홉 만큼 쌀을 내놓으라고 하지만 최씨는 공출낼 쌀이 부족하다. 그로 인해 양씨와 최씨는 다투게 되는데, 이것은 작품이 전반적으로 시사하려고 하는 ‘이데올로기’갈등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으로 보인다. 양씨와 최씨는 각각 아들과 사위가 반동으로, 빨갱이로 몰려 죽거나 생사를 알 수 없는 처지에 처해있다. 이들이 이렇게 대립하는 이유는 전쟁중이라는 시대적 배경으로 인해 위로는 공비들이, 아래로는 국군들에게 점령당한 P부락이라는 마을 안에서 주체성을 상실한 힘 없는 시민들 처잠한 모습을 보여준다.                



p31 “난리가 나기 전에도 저랬던가요? 그 공습통에 놀랜 후부터 제 정신을 잃어버린 걸···     


View: 작품에 등장하는 ‘귀덕’이를 보면 영화 <웰컴투 동막골>의 강혜정 배우가 생각난다. “마이아파”리는 당대의 가장 히트한 유행어를 남기며 아직도 회자되는 캐릭터는 아마 <산불>에서 귀덕이의 캐릭터를 모티브로 한 것 같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웰컴투 동막골>영화 자체가 <산불>에서 영감을 받은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귀덕이는 원래는 제정신이었으나 난리통에 정신을 잃은 것으로 묘사되고 그 때문에 양씨가 장을 보러 같이 다니기도 꺼려지게 되었다. 귀덕이라는 인물은 이 작품에서 전쟁으로 인해 정신과 함께 자유를 잃어버린 사람을 보여줌과 동시에 겉으로 희극적인 모습을 보며주지만 그것은 그녀와 작품의 비극성을 더욱 극대화시키고 있다.          




예술도서관 다섯 줄.필사

2. 제2막  

: 과부들만 사는 마을에 공비들의 소굴에서 탈출한 규복이라는 전직 교사 출신의 남자가 몰래 들어온다. 양씨의 며느리인 점례는 그를 숨겨 주고 과부의 욕정을 채운다.          


p61 “항상 흐린 늘씨겠수?”     


View: 옷감을 파는 병영댁의 말이다. 남편의 생사를 알 수 없어 근심하는 점례를 달래기 위해 이런 대사를 하는데, 작가가 자신의 심정을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코로나19가 발생한지 1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코로나의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현재는 흐린 날씨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점례의 대사처럼 “이런 난리가 또 있을까 두렵다” 그렇지만 병앵댁의 말처럼 항상 흐린 날은 아닐 것이란 희망을 가지면서 서문에서 말한 주제의 ‘영원성’을 다시 한 번 느낀 대목이다.                      

                                                                                   



예술도서관 다섯 줄. 필사

3. 제 3막

: 젊은 과부인 최씨의 딸 사월이가 규복과 점례의 만남을 눈치채고 강제로 규복을 가로채다시피 하여 달아오른 욕정을 채운다.     


p73

 나더러 어떻게 하란 말이에요? 언제까지나 이렇게 죽은 송장이 살아나기를 기다리란 말이에요? 못 하겠어. 난 못 해!          


View: 작품의 핵심은 ‘전쟁으로 인해 생긴 과부촌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과부라는 개념이 이제는 생경하게 느껴질 정도로 시대가 많이 변했지만 여전히 최씨가 사월이를 비난하듯 비난의 시선은 남아았다. 이 작품은 한국 현대희곡 중에서도 몇 안되는 여성서사의 이야기이다. 작가는 1960년대 쓰여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한국사회의 여성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은 것으로 보여진다. 시대를 앞서나간 폭 넓은 시야는 <산불>이라는 작품의 탄생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느껴진다.     

아직 읽어야 할 희곡이 너무나도 많지만 지금 당장 떠오르는 여성서사의 희곡을 몇 개 적어본다면 <돐날>, <연변엄마>, <목란언니>,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처의 감각>등이 있겠다.



                                                               

예술도서관 다섯 줄 필사

4. 제 4막

: 국군이 마을에 들어와서 공비를 토벌하기 시작하며, 마을에는 사월이가 임신했다는 소문이 나돈다.     


p93 “울안에 갇힌 채로 가져다 주는 먹이나 먹고 억지로 억지로 붙여 준 암컷과 자는 돼지, 나는 사람이 아니라 짐승이 되고 말았어. 돼지야!”   

       

View: 빨갱이로몰려 국군들에게서 도망치다 마을로 오게된 규복을 과부인 점례가 대밭에다 숨겨주며 그동안 참아왔던 욕정을 채운다. 그러던 중 사월에게 발각되게 되고 규복을 돌아가며 돌보기로 한다. 규복은 더 이상 대밭에 숨어 지내는 것을 참지 못하고 나와서 점례에게 자수하겠다며 말한다. 규복은 대밭에 숨어 지내며 점점 더 이성을 상실해간다. 이러한 규복이의 모습을 보면서 시대로부터 억압받고 사는 사람들이 결국에는 겪게될 비극적인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안타까움을 자아내며 작품의 비극성이 절정으로 치닫는 모습을 보여준다.                                                                                          



예술도서관 다섯 줄 필사

5. 제 5막

: 공비 토벌 작전으로 국군이 대나무 밭에 불을 지르고, 규복은 그 과정에서 총에 맞아 죽고 사월이도 양잿물을 먹고 자살한다.       

   

p111 ”밥은 아직 멀었냐. 오늘은 귀가 터진 것 같구나.“


 View: 김노인이 작품 가장 마지막에 막이 내리기 전에 하는 대사이다. 이 대사의 의미는 무엇일까 깊게 생각해 도출해낸 결과는 ‘삶에 대한 의지’이다. 김노인 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들은 모두 삶에 대한 깊은 의지를 보여준다. 마을사람들은 공비들로부터 죽임을 당하지 않기 위해 자신들이 먹을 양도 없지만 식량을 공출해준다. 그리고 빨갱이로 몰려 숲으로 도망친 규복은 점례와 함께 멀리 도망쳐 계속해서 살아가기를 꿈꾼다.     

김노인이 작품 내내 밥타령을 하는 것 역시 작품에서 희극적인 장치와 함께 살아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의식주의 문제를 이야기한다. 김노인의 밥타령은 인간의 원론적인 욕구의 분출이다.     

작품에서 규복과 사월이의 애욕에대한 부분이 많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에 이런 김노인의 욕구는 쉽게 파악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규복이 삶에 대한 욕구, 점례와 사월의 애욕, 김노인의 식욕 등 인간의 원론적인 욕구가 ‘전쟁’이라는 외부 요인으로 인해 어떻게 억압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MEMO           

작가 차범석

차범석(1924.11.15.~2006.06.06. 대한민국)

차범석은 192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한국 연극의 대중화를 이끈 ‘유치진’으로부터 사사받아 사실주의극의 중심에서 유치진과 함께 끊임없이 호명되어 왔다. 사실주의를 고수한 그의 극작술은 부조리한 현실을 고발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 전개되는 주제 의식과 깊은 관련이 있다. 그가 작품 활동을 시작한 50년대는 전쟁의 상처와 새로운 시작을 위한 몸부림, 그리고 새롭게 편입된 자본주의 질서 사이에서 겪는 가치관의 혼란으로 몸살을 앓던 시대였다. 1950년대 차범석은 주로 단막극에서 반전의 형식을 통해 물질 앞에 인간성이 메말라 가는 현대인의 모습이나 현대 사회의 단면을 고발했다. 1960년대 들어서 장막극을 활발히 창작한 차범석은 단막극의 단조로움 속에 애정문제를 추가하여 현실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대표작 <산불>, <성난 기계>, <귀향>, <새야 새야 파랑새야> 등   


                              

희곡이란 무엇 인가?

희곡이란 연극을 위한 대본임과 동시에 독립적인 문학장르이다.

무대지시문과 대사로 이루어져 있으며 대사는 대화, 독백, 방백 등으로 구성된다.

연출가를 꿈꾼다면 희곡을 여러번 꼼꼼하게 읽고 철저한 연구조사를 통해

희곡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와 동시대적인 가치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데올로기란?                                                    

사회 집단에 있어서 사상(思想)·행동이나 생활 방법을 근본적으로 제약하고 있는 관념·신조(信條)의 체계. 역사적·사회적 입장을 반영한 사상·의식의 체계임. 관념 형태(觀念形態). 순화어는 `이념'.이다.


<산불>은 이데올로기 갈등으로 인한 국가간 갈등이 사회와 개인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지를

잘 보여주고 있는 한국 리얼리즘 희곡의 수작으로 꼽힌다.








예술도서관 다섯 줄. 총 평

<산불>은 사실주의 작품을 어떤식으로 써야하는지 공부하기 좋은 작품임과 동시에 많은 ‘시대적 배경이 한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라는 많은 작품이 다루는 소재와 주제를 잘 보여주고 있다. 올해 가천대학교 연기예술학과 지정희곡이었던 <산불>과 닐 사이먼의 <사랑을 주세요>는 공교롭게도 6·25전쟁과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전쟁 속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두 작가는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일어날 법 한 일’을 상상하여 관객들에게 그것을 보편적으로 주변에서 일어날 법한 일로 받아들이게끔 훌륭하게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현재도 코로나19라는 시대적 재난의 상황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욕구를 억업받으면서 살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여행이 될 수 있겠다. 이로 인해 많은 스트레스와 불편함을 느끼겠지만, <산불>속 등장인물들처럼 원론적인 욕구를 억압받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며 삶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 작품이었다.





글/제작: ⓒ 예술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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