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의 시대, 그럼에도 연극을 하는 이유


제목 그대로의 질문이다. 영화와 TV드라마의 발명으로 기원전 5세기부터 연극이 꽃피운 이후로 성장하다가 지금은 그 하락세를 겪고 있다. 2020년 12월 31일 명동의 '남산예술센터'가 문을 닫은 사건이 이를 반증한다.


연극은 한자 그대로를 표기하면演劇(펼 연, 심할 극)이다 여기서 심하다는 것은 심한 이야기, 그러니 갈등이 있고 해결이 있는 이야기를 펼쳐내는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심하면서도 재미있는 이야기는 TV드라마와 영화가 앞선지 오래이다. 최근 안방을 사로잡았던 드라마 <부부의 세계>는 그리스 비극작가 에우리피데스의 <메데이아>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메데이아는 ‘주인공 메데이아가 바람핀 남편에게 복수하기 위해 내연녀와 내연녀 아버지, 그리고 더 큰 고통을 안겨주고자 남편 이아손과 자신 사이의 두 자식을 죽인다.’ 이같이 끔찍한 내용을 드라마는 현대적으로 차용하여 잘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금 TV드라마로 메데이아의 줄거리를 그대로 방영한다면 사람들은 소위 ‘막장’그 중에서도 반 인륜적인 행태라 비난하면서 그 드라마에 등을 돌릴 것이다. 하지만 극장에서 메데이아를 보게된다면 그런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이유는 무엇일까?


연극은 인간 내면과 본질의 어떠한 것을 자극시킬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극이 다루는 내용은 전반적으로 ‘보편적’인 이야기가 많다. 다시 메데이아를 생각해보면 바람핀 남편에게 복수하고 싶은 심정을 아주 극적으로 표현해냈다. 이러한 복수의 표현은 메데이아 이후로 여러 이야기로 뻗어 나갔고, 2020년의 그 모습이 <부부의 세계>인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가장 유명한 희곡이자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햄릿>역시 ‘숙부가 아버지를 죽여 왕의 자리를 뺐고 어머니와 결혼하여 아들 햄릿 왕자가 복수한다’는 내용이다. 이 내용은 셰익스피어가 <햄릿>으로 쓰기 전부터 유럽 곳곳에서 구전되던 이야기이다. 역사와 이야기의 흐름 그 중간에 <햄릿>이 탄생했으며 이후 햄릿의 플롯은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의 모티브가 되어 왕자 사자 ‘심바’가 아버지 ‘무파사’의 복수를 위해 삼촌 ‘스카’를 상대하는 이야기로 탄생한다.


그럼에도 연극을 하는, 보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현자엥서만 느낄 수 있는 ‘무언가’이다. 연극은 관객을 환상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극장에 앉아 친구들과 수다를 떨다 보면 어느새인가 객석등이 꺼지고 프로시니엄의 막이 열리면서 친구의 존재는 잊고 작품이 만들어낸 세계로 들어간다. 이같은 경험은 영화관에서도 느낄 수 있다. 10분가량의 광고가 끝나고 객석등이 꺼지면 본격적으로 환상의 세계에 들어갈 준비를 한다. 그리고 두 시간 동안 환상을 경험한다. 하지만 극장에서는 팝콘과 콜라를 먹으면서 내가 지금 환상을 ‘시청’하고 있음을 계속해서 인지한다.


하지만 연극은 다르다. 무대위에 있는 배우들은 나와 같은 현장에 존재하고 나도 그 환상의 세계에 함께 있는 환상적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런 경험의 공유의 힘은 일반적인 프로시니엄 극장보다 블랙박스 극장이나 소극장에서 더 강하게 느낄 수 있다.


연극은 영화와 TV드라마와 경쟁하기 위해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들을 하고 있다. 단순히 연극을 관람하는 것을 넘어서 공연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체험들을 선사하고자한다. 그래서 전시와 융합한 연극, 버려진 공간을 활용한 연극, 드라이빙스루 뮤지컬, 발코니 뮤지컬, 관객이 능동적으로 공연에 참여하는 이머시브 연극 등 단순히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 이상의 경험을 제공한다.


4차 산업혁명과 기술의 발달로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연극을 공부하고 연극을 하는 한 사람으로서 과연 미래에도 연극은 존재할 것이며 연극이 얼만큼의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없다. 하지만 나는 낙관적으로 미래를 바라본다. 사람들은 점점 더 개인화되고 개별화된 체험을 할 것이다. 집에서 각자 다른 휴대폰과 태블릿으로 영상을 시청할 것이며 그러다 못해 청년들은 아예 개별화된 원룸에 혼자 사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들을 하나로 연결해주며 함께할 수 있는 공통의 경험은 오로지 공연장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끝나면 꼭 공연장 가서 볼거에요!” 많은 친구들이 온라인으로 공연을 보고난 후 하는 이야기이다. 공연은 역시 공연장에서 보는 것이 맞다. 다른 대체방법으로는 공연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무언가’를 느낄 수 없다.





글: ⓒ예술도서관 에디터 박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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