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은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 책

우리가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



“고전을 왜 읽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수업을 마치고 한 제자가 물었다. 나도 처음에는 연극, 뮤지컬 연출을 가르치면서 왜 고전을 일어야 하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그러나 계속해서 공연을 보고 배우면서 현시대 남아있는 대부분의 내용들이 고전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음을 깨달았고 이런 이유들로 고전을 읽어야 함을 제자에게 설명해주었다.




1. 적자생존의 경쟁에서 살아남은 글


우리는 모두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안다. <로미오와 줄리엣>, <베니스의 상인>그리고 <한 여름밤의 꿈>도 안다. 때는 1564년 셰익스피어와 같은 해 태어난 크리스토퍼 말로우 라는 작가가 있었다. 그는 <포스터스 박사>, <몰타의 유대인>등의 작품을 남겼지만 셰익스피어에 견주어 그의 작품은 크게 흥행하지 못했고, 지금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처럼 ‘고전’이라는 작품은 그 당시 치열한 문학계의 경쟁에서 살아남은 소위 경쟁력 있는 글들이다. 지금처럼 할 것이 많지 않았던 당시에는 아마 글을 쓰는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많았으리라 생각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위대한 작가들은 그런 경쟁을 뚫고 살아남아 그들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우리 삶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있다.




2. 창작의 뮤즈가 되는 ‘고전’


최근 조승우, 박신혜 주연으로 방영 중인 드라마 <시지프스>가 방영되기 전 검색어에 <시지프스>가 검색어에 올라 이런 드라마가 한다는 사실을 몰랐던 나는 갑자기 시지프스 신화가 왜 검색어에 오른 지 궁금했다. 알고 보니 드라마의 제목이었던 것이다. 기존의 시지프스 신화는 신화 속 코린토스라는 국가의 왕 ‘시지프’가 제우스와 하데스 등의 신을 기만한 죄로 지옥에서 엄청나게 큰 바위를 정상까지 밀어 올리는 형벌을 받는데, 정상에 도착하면 돌은 다시 굴러 떨어지기 때문에 평생 바위를 밀어 올려야 하는 뫼비우스의 띠 같은 벌을 받게 됩니다. 드라마는 이런 신화를 어떻게 차용했는지 궁금증이 있는데요, 아직 드라마를 보지 않았으나, 나중에 정주행을 마치고 시지프스 신화와 비교해보려 합니다.


이 외에도 작년에 가장 흥행한 드라마인 <부부의 세계>는 에우리피데스의 <메데이아>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죠. 이 외에도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이야기가 기존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코카서스의 백묵원>은 현명함의 대명사인 솔로몬 신화를 모티브로 서로가 한 아이의 엄마라고 주장하는 상황 속에서 “그럼 아이를 둘로 나뉘어 가져라”는 판결에서 두 여인의 반응을 살피고 “그렇게 끔찍한 짓을 할바에는 저 여자에게 아이를 주라”는 진심으로 아이를 생각하는 여인이 친모임을 알아냅니다.


코카서스의 백묵원 역시 이런 한 아이를 두는 두 여인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고 있죠.
이 외에도 21세기 최고의 한국 영화로 칭해지는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역시 그리스 비극의 완성자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을 모티브로 하고 있음은 이미 유명한 대사인데요. 작품 속 최민식 배우가 연기하는 주인공 오대수는 “오늘만 대충 수습하면서 살자, 그래서 오대수”라며 자신의 이름의 의미를 해학적으로 이야기합니다. 박찬욱 감독은 오대수는 <오이디푸스 왕>에서 ‘오이디푸스’에서 차용한 것이라고 하죠. 영화는 이런 이름뿐만 아니라 내용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이야기 구조(플롯 plot)를 차용하고 있는데요, ‘근친상간의 발견’그리고 ‘무지에서 비롯된 비극’을 현대적이고 세련되게 차용하여 한국영화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올드보이>가 세계적으로 흥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미 세계적으로 흥행한 만국 공통으로 재미있다고 인정한 결과로 남아있는 <오이디푸스 왕 >을 모티브로 하였기 때문이 아닐까요?


박찬욱 감독은 몇 년 후 송강호, 김옥빈, 신하균 주연의 영화 <박쥐>를 내놓습니다. <박쥐>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작가이자 ‘자연주의 문학’의 창시자라 불리는 에밀 졸라의 <테레즈 라캥>이라는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두 작품은 ‘아내가 불륜남과 함께 본 남편을 살해한다.’는 이야기로 진행됩니다. 이러한 내용은 이미 아이스킬로스의 <아가멤논>에서 아가멤논의 아내 클리타임레스트라가 아가멤논의 사촌동생 아이기스토스와 함께 그를 살해하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이야기는 훗날 셰익스피어의 <햄릿>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처럼 하나의 이야기는 계속해서 다른 사람들의 창작에 영감을 줍니다.




3. 교육의 재료로서의 ‘고전’


특히나 예술과 문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라면 고전에 대한 공부는 매우 중요하다. 예술과 문학을 공부하지 않더라도 고전은 문학작품임과 동시에 그 자체로 교육적인 기능을 한다. 그렇기에 학교의 '문학'수업을 비롯한 국어수업의 중요성은 상당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나의 학생들에게 '연극반', '뮤지컬반'도 좋지만 '독서토론', '고전문학 읽기'와 같은 동아리를 드는 것을 더 추천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러한 동아리 활동을 한 학생들이 원하는 대학에 가는 경우도 많았다.


현재의 교육시스템을 보면 ‘자아에 대한 탐구’가 매우 부족하다고 느낀다. 성적 달성과 목표 성취를 위한 학업 주도의 교육시스템은 점점 더 많은 학생들이 ‘공부만 잘하는 바보’로 전락시킨다. 가끔 뉴스를 통해서 많은 사건 사고를 접하다 보면 고학력자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성이 결여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볼 수 있다.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그들은 고전문학을 통한 자기 탐구를 충분히 하지 못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는 고전뿐만 아니라 다양한 예술작품을 보면서 자신을 탐구하고 인간성을 완성시켜 나간다. 작품 속 주인공의 실수를 범하지 않으려 한다. 혹여라도 나에게 주인공과 같은 끔찍한 운명이 있다면 피하려고 애쓸 것이다. 때로는 낭만적인 사랑을 꿈꾸기도 하고 이루지 못할 꿈에 도전하기도 한다. 이러한 사고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얻을 수 있다. 동시대의 TV 드라마, 영화 때로는 유튜브를 통해서 이러한 사고의 영감을 얻을 수도 있지만 많은 작품의 모티브가 된 ‘글로 쓰인 고전문학’을 읽는 것이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다.
젊은 학생들은 점점 더 고전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세태이다. 이러한 변화는 자연스러운 흐름임은 분명하다. 단지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야 고전의 재미를 느낀 나로서는 ‘이러한 원초적이고 거대한 재미를 평생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있을 뿐이다.






글/제작: 예술도서관 에디터 박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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