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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tPD Apr 05. 2024

호감과 호기심

콘텐츠 선택의 로직

인간은 만류의 영장. 이성적, 합리적 선택이 가능한 동물. 돌고래나 침팬지 등 일단 제외. 그렇다 하면 우리가 살면서 선택하는 행위는 매우 합리적인 로직에 의해 일어나야 한다는 전제로 글을 시작해 본다.

단순히 기분이 조크든요라며 이유는 개나 줘버려~ 외치는 쿨한 답변으로 충분하다면 이 글은 읽을 필요가 없다. 그런데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기분이 좋은 이유를 함께 고민해 보겠다 하면 꽤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https://www.google.co.kr/url?sa=i&url=https%3A%2F%2Fblog.naver.com%2Fokokopet%2F220978184023%3FviewT

#기분이 좋은 이유, 나쁜 이유

일부 사람들은 파충류를 보고 귀엽다고 느끼거나, 여덟 다리에 털이 많은 타란튤라 거미를 만지고 싶어 한다. 이처럼 독특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파충류나 독거미를 귀엽거나 예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러한 취향의 호불호는 주로 경험 또는 간접 경험을 통한 학습에서 비롯된다.


한두 살 된 아기에게 귀신 영상을 보여주면 무서움을 모르고 계속 바라보지만, 귀신과 관련된 무서운 이야기를 접한 사람들은 귀신이 갑자기 나타나면 크게 놀란다.


알기 때문에 우습고 알기 때문에 무섭다. 


결국 기분이 좋고 나쁘고는 학습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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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감을 느낀다는 것

소개팅에서는 단 몇 초 만에 상대방의 취향을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겉모습만으로 판단하지 말라는 격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각 정보만큼 빠르고 확실한 단서는 드물다. 여기에 목소리와 대화의 흐름이라는 추가 정보가 결합되면, 상대방에 대한 판단은 거의 확실해진다고 볼 수 있다.


사용자들이 콘텐츠를 선택할 때의 행동도 마찬가지다. 유튜브 제작자들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본 영상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썸네일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클릭 수를 늘리기 위해, 본 영상보다 훨씬 더 자극적인 순간을 캡처하고, 다채로운 자막을 추가하여 과장된 양념을 더하기도 한다.


이 사람, 이 영상, 재미있을 것 같다. 궁금하다. 


호감과 호기심은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 소개팅에서 만난 상대방에 대한 호감은 설명하기 힘든 느낌적인 느낌이지만 호기심으로 들어가면 꽤나 구체적이다. 이 사람이 어디 사는지 궁금하다. 이 사람은 무슨 일을 할지 궁금하다.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 궁금하다. 전공은 뭘까? 취미가 뭘까? 


호감이 생기면 그 대상에 대해 더 알고 싶어지는 호기심이 생긴다. 호기심이 있다면 이미 호감을 느끼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때로는 모르는 사이에 호감이 생긴다. 이것은 자동적인 반응이다.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아도 호불호는 자동으로 결정된다. 호불호의 판단은 인간의 본능적인 부분이며, 원시 시대부터 현재까지 인류가 생존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본능 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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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성표와 알고리즘

2024년, TV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OTT와 모바일 콘텐츠 서비스의 시대가 되었다. TV는 시청자가 보든 안 보든 프로그램을 흘려보내는 시냇물 같은 스트리밍 방식이다. 다시 보고 싶으면 케이블 TV VOD 서비스나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웹 구매 방식으로 다시 봐야 한다. WAVV나 TIVING를 사용 중이면 그곳에서 다시 보기를 하면 된다. 순수한 공중파 송수신 방식으로는 한번 지나간 방송은 볼 수가 없다. 일방적이고 불가역적이다. 그리고 불특정 다수에게 발송하기 때문에 사용자의 취향을 고려하지 않는다. 못한다. 


나는 편성표 대로 쏜다! 너는 봐라! 이렇게 단순한 방식이다.


OTT는 다르다. 시냇물이 아니라 커다란 댐이다.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쓴다. 본다. 넷플릭스, 티빙 등과 같은 대표적인 서비스에 가입해 봤다면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가입 절차 중에 본인이 좋아하는 장르, 배우 등을 선택하게 한다. 이후로 앱을 켤 때마다 좋아하는 콘텐츠를 은근슬쩍 젤 위에 끌어다 놓는다. 알고리즘의 개입이다.


알고리즘: 어떤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입력된 자료를 토대로 하여 원하는 출력을 유도하여 내는 규칙의 집합 - 네이버 국어사전 - 


가입할 때 몇 개 던저준 힌드로 내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투척한다. 내가 켠 넷플릭스 초기 화면과 바로 옆자리 앉은 친구나 동료의 화면은 다르다. 데이터의 수집과 가공으로 개인 맞춤이 너무나도 손쉬워졌다. 나의 취향은 넷플릭스와 구글, 애플 등의 글로벌 기업의 서버에 저장되어 있다. 공짜 클라우드 10~20기가를 제공하며 개인 정보 수집에 동의하게 한다. 이용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며 은근슬쩍 내 취향을 수집한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만 보는 편향된 삶을 살게 된다. 


https://newsroom.cha.ac.kr/wp-content/uploads/2019/03/340_%EB%84%9B%EC%A7%80%ED%9A%A8%EA%B3%BC-1024x

#강요된 취향

시작은 내 취향으로 시작됐지만 내가 보고 듣는 콘텐츠들이 진짜 내 취향일까?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이 미드를 내가 진짜 좋아해서 보는 걸까? 첫 화면에 뜬 김에 보게 된 걸까? 어디부터 내 선택이고 어디부터 글로벌 기업의 강요일까? 이제 구분도 쉽지 않다.


넛지 마케팅 :  흥미를 유발하여 소비자의 관심을 끌되, 선택은 소비자 스스로가 할 수 있게 하는 마케팅 전략 - 네이버 국어사전 -


티 나지 않게 은근슬쩍 노출시켜서 마치 소비자가 능동적으로 선택한 것처럼 생각하게 만드는 마케팅이다. 자동차 용품 코너에 자일리톨 껌을 놓는다든지, 계산대 앞에 코카콜라 냉장고를 놓는다든지 하는 것은 아주 기초적인 넛지 마케팅이다. 껌을 사려고 자동차 용품 코너에 가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운전하는 사람들은 차 안에 껌 한 통 놓을 확률이 굉장히 높다. 힘들게 쇼핑을 한 후에 톡 쏘는 청량감 가득한 콜라 한 캔을 먹고 싶을 확률도 높다. 강요하지 않지만 은근슬쩍 옆구를 툭 친다. 


너 이거 필요하지?


넷플릭스와 유튜브 알고리즘은 철저하게 계산된 넛지 마케팅이다. 심지어 스마트폰 마이크를 통해 일상 대화를 엿듣고 있다가 집에 가면 유튜브 영상에 슬쩍 밀어 넣는다. 소름 돋지만 편리하다. 기분이 나빠서 구글에 항의하는 사람보다는 그 영상을 클릭하는 사람이 더 많다. 꼭 필요한 정보였으니까.


#호기심 사냥꾼

쿠팡, 아마존, 넷플릭스, 애플.... 수많은 기업들. 이 기업들은 제조업, 유통업으로 구분하기엔 모든 것이 바뀌었다. 이제 게임의 법칙이 변했다. 이제 모든 기업은 데이터 기업이 되고 있다. 그래야만 살아남을 수 있고 그래야만 돈을 벌 수 있고 그래야만 망하더라도 높은 값으로 기업을 팔 수 있다. 데이터 기업화가 더디거나 포기할수록 기업의 지속 가능성은 낮아진다. 

 

삼성이 애플보다 뒤지는 것은 바로 이 데이터 기업화이다. 삼성은 제조회사에서 멈춰있다. 구글을 탑재하며 결국 구글의 데이터 기업화를 도왔고 상생하는 길을 택했다. 반면 애플은 독자 OS와 기기로 모든 것을 가진 회사가 되었다. 애플은 사용자가 몇 명과 연락하며 지나고 어디서 돈을 쓰고 어디로 여행을 가고 어떤 음악을 듣고 어떤 영화를 좋아하고 언제 자고 일어나는지 다 알고 있다.  심지어 폰을 개통하며 위 사안에 모든 동의를 구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


언제 똥을 싸는지도 알고 있다


나에 대해 우리 엄마보다 더 잘 알고 있는 기업이 내 호주머니를 심지어 언제 월급이 들어오고 여윳돈이 얼만지도 안다 탈탈 털어가는 것은 너무나 쉬운 일이다. 테슬라는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이지만 꾸준히 주행 데이터를 모으면서 완벽한 자율주행 서비스를 목전에 앞두고 있다. 심지어 스타링크를 통해 전 세계에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며 데이터 축적에 목을 매달고 있다. 적자가 나더라도 사실 미래를 위해 돈을 벌고 있달까?


내 호기심은 돈이 된다. 내가 하와이 여행에 대해 궁금해한다. 내가 테슬라 모델 Y에 대해 궁금해한다. 내가 궁금해하는 호기심 대상은 모두 돈이 된다. 호기심은 소비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글로벌 데이터 기업들이 할 일은 세련되게 티 나지 않게 은근슬쩍 내 폰 화면에 띄우는 것이다. 이미 나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데 얼마나 쉬운 일일까?


https://i.ytimg.com/vi/tfmRVC_GADw/maxresdefault.jpg?sqp=-oaymwEmCIAKENAF8quKqQMa8AEB-AHUBoAC4AOKAgw

#호감 호기심 호주머니

내가 좋아하는 것은 사실 정교한 방법으로 강요된 것이고 내 호기심은 돈벌이가 되고 결국 내 호주머니를 약탈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영화 <매트릭스> 중, 인큐베이터에서 깨어난 네오가 뒤통수를 찌르고 있는 데이터 링크를 떼어내며 진짜 세상을 마주했을 때 표정은 압권이다. 진짜 세상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내 거의 모은 것이 태평양 건너 미국 어디 서버실에 저장되어 있다는 것은 썩 유쾌한 일은 아니다. 


영화 <노매드랜드>를 보면 주인공 펀은 광부였던 남편과 사별하고 호주머니 몇 푼으로 미국 전역을 떠돌며 노매드 생활을 한다. 인터넷과 거리가 먼 은퇴자 연령임에도 아이러니하게 그녀가 결국 할 수 있는 일은 아마존 물류 창고 일이다. 임시 고용을 하는 아마존 정책상 돈을 아끼기 위해 차박을 하면서 그렇게 떠돌이 삶을 이어나간다. 


노숙자 보다 조금 나은 삶



물질을 캐던 광부 남편과 사별하고 데이터를 캐는 아마존에서 일한 돈으로 집도 없이 노매드 삶을 이어나가는 주인공 펀. 이름은 FUN 재미, 기쁨이지만 그녀의 삶은 팍팍하다. 그러나 그녀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사람이었고 마음을 나눌 줄 알았고 정체하지 않았다. 데이터가 삶을 지배하는 세상에서도 그녀는 인스타에 꽃사진보다는 길거리에 꽃 한 송이를 더 소중히 아꼈고 고급 호텔 사우나 보다 협곡의 냇가에서 목욕을 하며 대자연을 품었다. 비로소 그녀는 그녀의 이름대로 살 수 있다. FUN.


https://res.heraldm.com/content/image/2021/09/17/20210917000782_0.jpg

진짜에서 세상에서 멀어지면 진짜 나를 잃는다. 그럴듯하게 조작된 세상에서 나와 이 세상을 잃지 않아야 데이터 도둑 틈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진짜 세상에서 내 호감을 늘려 나가자. 최대한 현실 세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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