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무언가를 팔아야 한다

AI는 당신의 직장을 없애고, 도구를 쥐어줬다

by 포트너스

한국은 이상한 나라다.

자영업 비율이 23.2%로 OECD 평균 15.6%를 훌쩍 넘는다. 일본이 9.5%인 걸 감안하면 거의 두 배 수준이다. 그런데 이게 한국인이 유독 사업가 기질이 있어서가 아니다.

갈 곳이 없어서 거리로 나온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그리고 앞으로 이 숫자는 더 올라갈 것이다.


AI가 먼저 건드리는 곳

AI가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말은 이제 식상하다. 그런데 어떤 순서로 빼앗는지는 잘 이야기되지 않는다.

AI는 B2B에서 먼저, 그리고 가장 강하게 작동한다. 대기업의 반복적인 업무, 콜센터, 데이터 정리, 문서 작성, 법률 검토, 회계 처리. 이런 영역은 이미 빠르게 자동화되고 있다.

회사는 열 명이 하던 일을 두 명이 AI와 함께 한다.

남은 여덟 명은 어디로 가는가.

시장으로 나온다.

스스로 무언가를 파는 사람이 된다.


강요된 사업가

선택이 아니다. 구조가 밀어내는 것이다.

퇴직한 50대가 치킨집을 여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제 30대 직장인도 퇴근 후 스마트스토어를 열고, 20대 취준생도 크몽에서 자신의 재능을 판다.

2023년 말 기준 국세청에 등록된 가동 사업자 수는 약 995만 명으로, 2004년 394만 명에서 20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었다.

그리고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AI가 기업 내부의 일자리를 더 빠르게 줄여갈수록, 더 많은 사람이 바깥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팔아야 산다는 감각

이 시대의 가장 큰 변화는 기술이 아니라 심리다.

월급으로 사는 삶이 안전하다는 믿음이 깨지고 있다.

회사가 나를 지켜준다는 감각이 사라지고 있다.

그 자리에 들어온 건 '내가 직접 벌어야 한다'는 감각이다.

아니, 감각이라기보다 불안에 가깝다.

그 불안이 유튜브 채널을 만들게 하고, 클래스를 열게 하고, 전자책을 쓰게 한다.

무언가를 팔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공포가 모두를 판매자로 만든다.


AI는 개인사업자의 무기가 된다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있다.

B2B에서 일자리를 없애는 AI가, B2C에서는 개인사업자의 강력한 도구가 된다.

혼자서 콘텐츠를 만들고, 디자인하고, 번역하고, 고객 응대까지 할 수 있게 됐다.

예전엔 팀이 필요했던 일을 1인이 할 수 있는 시대다.

대기업은 AI로 사람을 줄인다. 개인은 AI로 팀을 대신한다. 같은 기술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이 비대칭이 흥미롭다. AI가 고용 시장을 파괴하는 동시에, 1인 시장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있다.

쫓겨난 사람에게 도구를 쥐어주는 아이러니한 구조.


모두가 무언가를 파는 시대는 피할 수 없다

그게 물건이든, 서비스든, 콘텐츠든, 경험이든.

문제는 모두가 팔려고 할 때 아무도 사지 않는 상황이 온다는 것이다. 판매자가 넘치면 구매자가 희귀해진다. 그 경쟁에서 살아남는 건 결국 진짜 필요를 채우는 사람이다.

트렌드를 쫓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만의 문제를 푸는 사람.

AI가 도구가 되는 시대에, 도구보다 중요한 건 무엇을 팔 것인가가 아니라 왜 파는 가다.

이유가 명확한 사람이 살아남는다. 불안에 떠밀려 시작한 사람은 첫 번째 실패에 무너진다.

강요된 사업가의 시대.

살아남으려면 적어도 자기 이유 하나는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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