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황빛 하늘 고증 집착인간이다.
그게 뭐냐면 함박눈이 내리는 밤에는, 하늘이 주황색이라는 거다.
과학적으로는 이렇다.
눈이 많이 쌓인 날,
지상의 인공조명, 특히 주황빛 나트륨 가로등 빛이 하늘로 반사된다.
그 빛은 저고도 구름층에 부딪히고,
구름은 그 빛을 퍼뜨려서,
밤하늘 전체가 기묘하게 주황빛으로 물든다.
요즘은 LED등으로 갈아탄 지역이 많아 그냥 회색빛 하늘이 되지만,
아직 나트륨 조명을 쓰는 곳에서는
그 특유의 ‘주황 하늘’을 볼 수 있다.
그 조건은 단 하나 함박눈이 내려야 한다.
이렇게 과학적으로 설명 가능한 현상인데도,
나는 이 하늘에 집착하게 됐다.
왜냐면,
그날의 주황빛 하늘을 본 건 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봤어.
근데 내 주변 사람들은 못 봤대.
심지어 인터넷에도 안 나와.”
그럼 이건 뭐지? 나만의 환각? 착각?
아니. 이건 물리 현상이야!
그런데도 아무도 기억 못 하고, 아무도 못 봤대.
이건 현실 기반 공포물이야.
존재하지만 아무도 모르는,
그럼 내가 본 그날의 감각은 대체 어디서 온 거야?
시적으로 묘사하자면, 이렇다.
함박눈이 내리는 늦은 밤,
고개를 숙이자 주황빛 가로등 아래로 눈송이가 나를 쳐다본다.
그 눈송이가 말한다.
“위를 봐"
고개를 들면 하늘은 주황빛이다.
밤이라고 하기엔 너무 밝고,
낮이라고 하기엔 너무 어두운 그 기묘한 주황색
햇살도 아니고, 그림도 아닌,
누가 억지로 칠해놓은 것 같은 빛.
너무 기묘해서
“그만 칠해”라고 말릴 수 없었다.
나는 그 하늘을 계속 봤다.
그 감각은 절대 잊히지 않는다.
잊을 수가 없다.
미스터리로 남기고 싶지 않아
ADHD 뇌와 연결하자면,
일반적인 뇌는 정보를 필터링한다.
무시해도 되는 감각은 걸러내고 흘려보낸다.
하지만 ADHD 뇌는 필터가 뚫려 있다.
내가 느끼는 모든 것들이 덩어리째로 들어온다.
그래서 내가 느낀 그날의 주황빛 하늘은
실제로 존재했지만,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나만의 미스터리가 되었다
이게 축복인지 저주인지는,
결국 누가 관찰자인가에 따라 달라진다.
마무리는 그들에게 넘기고,
나는 다시 주황빛 하늘 이미지를 감상하겠다.
끝 아닌 진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