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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소나 Apr 09. 2023

지구 지킴이가 되기 위해서

 

때는 바야흐로 2000년대 초.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수업시간에 ‘환경오염’에 대해 공부를 하고 있었다.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아마 과목은 사회가 아니었을까. 어쨌든 처음으로 ‘환경’이라는 것을 접했고, 꼬꼬마였던 나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사실 너무 오래전 일이라 무엇을 배웠는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진 않는다. 충격을 크게 받았단 사실만 기억난다. 내가 교과서에서 처음으로 본-기억하는- ‘환경오염’은, 생활하수로 인해 강물이 오염되었고 그로인해 죽은 물고기들이 강 위로 둥둥 떠다니는 것이었다. 사람마냥 배를 뒤집어 까고 물 위를 떠다니는 물고기 떼라니. 지금 생각해도 어린 아이 눈엔 충격으로 다가왔을 법하다. 


그 후로 나는 줄곧 엄마에게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샴푸를 너무 적게 쓴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다. 충격을 받은 꼬마 어린이는 그 수업 이후로 어떤 ‘죄책감’이 생겼고, 샴푸를 쓸 때마다 떠올렸던 것이다. 내가 흘려 보내는 물이 엄청나게 큰 하수구를 통해 비누거품과 함께 바다로 흘러 가는 모습을. 엄마는 단지 내가 씻는 법을 몰라서 그랬을 거라 생각했겠지만 꼬마 어린이는 엄마한테 잔소리를 들을 때마다 속으로 외쳤다. 


내가 샴푸를 많이 써버리면 물고기가 죽는다구!

꼬마 어린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죄책감을 지우지 못했다. 오히려 더 커져 갔다. 스무 살 즈음부터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를 실천하기도 했는데, 남이 쓰는 일회용품을 보면서도 죄책감을 느꼈다. 학교 앞에 있는 일회용품에 도시락을 담아 파는 가게에 사람이 바글바글 할 때는 가게가 차라리 없어져 버렸으면 하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다. 물론 나 역시 돈이 많지 않은 학생이었던지라 해당 업체의 '가성비'라는 엄청난 장점을 무시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나 또한 사먹어야 할 때는 일회용 수저는 최대한 사용하지 않았다. 급식 먹는 학생마냥 아예 집에 있는 쇠 수저를 들고 다니기도 했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나는 주변사람들에게 그저 유별난 사람이었다. 나 또한 내가 가진 그 ‘죄책감’은 나만의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환경을 위해 한다고 하는 이 작은 행동은 내 가치관으로 인해 하는 것이므로 남에게 강요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전세계적으로 기후위기의 심각성이 화두가 되고, ESG경영이 성공의 키워드로 떠오르게 된 요즘 너나 할 것 없이 친환경에 대해 이야기한다. 유별난 딸이라며 나를 놀렸던 엄마는 이제 나보다 더한 분리수거 박사가 되었다. 분위기가 반전되었다고 할까. 예전엔 나 같은 사람이 소수여서 주변 눈치를 보며 당당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오히려 친환경을 입에 담지 않는 사람들이 눈치를 본다. 일명 녹색소비자(Greensumer)덕에 기업들도 소비자 눈치를 본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나는 이제 당당하게 시장바구니를 들고 다니고, 자신 있게 수저통을 꺼내들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내가 하고 있는 이 행동이 정말 환경을 위한 것이 맞나, 지구를 지킬 수 있는 일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 동안 내가 환경을 위해 해왔던 일들이 그저 작은 내 죄책감을 덜기 위한 것이었고, 사실 지구에는 하등 도움이 되지 않았다면, 나는 그저 환경을 위하는 '척'만 할뿐이었다면, 결국 아무 의미 없는 거 아닌가. 나는 삽질을 한 것인가.  


제대로 알아보기로 했다. 그 동안 내가 해왔던 일들이 정말 의미 없는 것이었는지. 만약 그렇다면 환경을 위하는 척만 하는 게 아닌 어떤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공부를 해보기로 했다. 이 매거진은 그 과정을 담기 위해 만들었다. 물론 나는 해당 분야에 전문성이 있지도 않고, 사실 뭐부터 시작해야할지도 막막하다. 그럼에도 내가 글을 쓰자고 마음먹은 건 내가 알게 된 내용을 혼자만 간직하는 것보단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 더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비록 인기없는 브런치이고, 내 글을 통해 전문적인 지식을 얻어갈 순 없을지라도 단 한 사람이라도 공감하고 연대감을 느껴 함께 행동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공부에 끝이 있는 것도 아니다. 얼마나 걸릴지, 그 끝이 있을지 모르지만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꾸준히 공부하고 기록한다면 언젠가 나 스스로 진정한 지구 지킴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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