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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 nudge 이넛지 Jul 08. 2021

금융서비스, 구독하시겠습니까?

구독 콘텐츠 범람 시대, 콘텐츠는 그냥 나오지 않는다.

뉴욕타임즈, 혁신보고서 그 이후

미국 <뉴욕타임즈>의 혁신보고서가 나온지 벌써 7년, 2014년 그 당시 뉴욕타임즈 내부위원회가 내놓았던 파격적인 보고서에는 디지털 저널리즘을 준비하는 진지한 고민이 100페이지 넘게 나온다.

지금은 떠났지만, 훌륭한 리더였던 마크 톰슨, 그는 2020년 고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2013년 초 NYT 편집국은 놀랄만한 종이신문을 만든 뒤, 그걸 갖고 웹사이트를 내고 있었다. 또 NYT는 신문사이며, 디지털은 특별한 일이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그는 발상의 전환을 꾀했다.


훌륭한 스마트폰 뉴스상품을 먼저 만들고, 거기에서 웹사이트를 만들고, 다시 이를 큐레이션해 종이신문을 만드는 방식으로 회사 업무를 재정의했다.

실제로 마크 톰슨은 디지털 미디어 기업을 향한 체질 쇄신을 위해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비전설정과 전사적 공감대 확보를 위해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를 보고서에 담으며. 2014년 3월 '혁신보고서(Innovation Report), 2015년 10월 전략메모 '우리가 가야할 길(Our Path Forward)', 2017년 1월 '독보적인 저널리즘(Journalism that stands apart)...

(혁신보고서는 인터넷상에 많이 돌아다니고, 독보적인 저널리즘은 우리나라에 책으로도 발행되었다.)


첫번째 혁신보고서가 그 포문을 열었고, 최종판인 독보적인 저널리즘에서는 이러한 결론을 내린다.

우리는 페이지뷰 경쟁을 하거나 싸구려 광고를 팔려하지 않는다. 우리의 비즈니스 전략은 전세계 수백만명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려고 하는 저널리즘을 강력하게 제공하는 구독 최우선(subscription-first) 회사이다.

2011년부터 온라인 구독을 하고 있었던 뉴욕타임즈, 17년에 구독 최우선을 외쳤다. 그래서 지금은 어떨까? 디지털 퍼스트 전략을 꽤 오래전에 천명했던 그들은 지금도 잘 하고 있을까?



'21년 1분기 실적을 보니, 역시 그들은 페이스대로 잘 가고 있다. 2025년까지 1000만 유료 구독자를 목표로 한 가운데, 2021년 1분기 약 780만명의 유료 구독자를 두고 있다. (디지털 구독자 699만명, 프린트 신문 구독자 82만명) 성장 둔화라고 하지만, 온라인 구독과 디지털 광고 덕분에 수익 마진이 개선되는 현실은 그들이 과거 치열하게 고민했던 것이 헛된게 아님을 보여준다.


올해 처음으로 등록 사용자라고 불리는 고객 수가 1억명이라는 것을 발표했는데, 페이하지 않고 제한된 수의 기사를 읽을 수 있는 고객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잠재된 온라인 독자 수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대규모 사용자 기반이 유료 구독을 실질적이고 수익성있게 확장할 수 있는 근거이며, 여전히 유료 구독 수입이 광고수입을 앞지르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빅테크, 콘텐츠 구독 전쟁

이쯤되면 유료 콘텐츠의 힘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카카오는 보드(콘텐츠 구독 플랫폼) 베타 서비스 중이고, 네이버도 프리미엄 콘텐츠 베타 서비스 중으로, 올해 8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서비스 시작 예정이다. 검색, 메신저, 쇼핑 만으로는 사람들을 플랫폼에 끌어들이기 부족한 것일까? 전문가 수준의 창작자를 끌어들이고, 유료 구독자도 끌어들여서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그리는 것일까?



플랫폼보다 콘텐츠

내 생각에 플랫폼보다 커지는 콘텐츠의 힘에 주목한 듯하다. 미국의 서브스택과 같은 뉴스레터 구독서비스가 우리나라도 한창 인기중이고, 뉴스라고 할 수는 없지만 관심있는 분야나 취향을 이메일로 구독하는 MZ세대의 성향을 간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사실 뉴스레터 구독서비스는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고 자신의 이메일로 정보를 받아보고 피드백도 남기고 할 수 있어서, 플랫폼 입장에서 좋은 트렌드가 아닌게 분명하다. 크리에이터는 D2C를 쫓아 뉴스레터 구독서비스를 택하고, 플랫폼은 D2C를 막아야하고. 그렇다면 플랫폼이 크리에이터를 감싸안아야지!(크리에이터 이코노미는 이렇게 시작했나보다.)


어쨌든 이렇게 콘텐츠의 힘이 커진다면 그 많은 창작자들은 어디있는거야. 이제는 기자가 미디어에 종속되지 않고 기사를 쓸 수 있고, 애널리스트가 증권사에 종속되지 않고 의견을 낼 수 있다. 직장을 다니지 않고 유튜버가 되어 수익을 낼 수도 있으니, 콘텐츠의 힘만 있다면 더 이상 명함이 주는 신뢰가 필요없게 된다. 콘텐츠만 있다면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고, MZ세대들은 유료 콘텐츠에 돈을 지불하는 것도 정당한 대가라고 생각한다. (물론 무료구독과 유료구독의 경계는,,, 쉽지 않다.)


다시 돌아가서 뉴욕타임즈를 살펴보면, 뉴욕타임즈는 편집국 기자가 1750명 여전히 제일 많고, 그 다음이 디지털 기술인력(웹디자이너, 데이터 과학자, 비디오그래퍼 등) 700명이다. 크리에이터없이 콘텐츠를 만들 수 없고, 기술인력없이 디지털화가 힘들다. 그래서 두 직군간의 유기적 협력은 필수인 것이고. 마크 톰슨이 바꿔놓은 건 한두가지가 아닌듯하다.

종이신문에 특화된 분업 방식을 벗어나 부서간 경계를 넘어 일하는 통합 조직으로 사내 문화를 바꾸었다.

그렇다면 금융은?

구독서비스를 하고싶은데, 어떻게 하지? 기존 직원에 UX/UI 디자이너 몇명 더 뽑아서 뚝딱뚝딱 콘텐츠 만들어서 한다면 과연 구독서비스가 될까? 질좋은 무료 유튜브 강의가 깔려있는데, 돈을 받고 구독하라고 한다면? 글쎄, MZ세대에게 더이상 금융회사가 주는 신뢰가 안 통한다. (신문 정기구독은 안하면서 스타트업이 뉴스를 큐레이션해서 알려주는 뉴스레터 구독은 하는 세대다. 나도 뉴스보다, 뉴스레터 구독서비스를 꼬박 챙겨보는 편이다.) 오히려 유튜브나 SNS에서 고수를 찾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유튜브나 까페, 심지어 유사투자자문업자가 성황인 지금 금융콘텐츠던 서비스던 구독하고 싶은 수요는 충분한 것 같은데, 공급자는 준비가 안된 것일까.


금융회사들은 앱 락인을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여러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그런데 구독경제, 돈을 내고 하는 구독이란 내 시간과 비용을 들여 WTP(Willing To Pay)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과연 WTP할만한 콘텐츠를 만들고자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전통적인 금융회사의 기존 직원, 조직, 프로세스, 기업문화로 구독하고 싶은 콘텐츠가 나올까? 뉴욕타임즈의 사례처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꽤나 늦었지만 어쨌든 지금이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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