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프면 안 되는 사람

by 알라모아나

여러 가지 신경 써야 할 일들이 한꺼번에 밀려와서였을까.

둘째 발달검사 결과를 들으러 장거리 운전을 다녀오는 길,

갑자기 어지럽고 두통이 시작됐다.


곧 시작될 명절.

얽히고설킨 일들.

정리되지 않은 채 머릿속을 떠다니는 고민들.


계속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가

결국 어딘가에서 ‘툭’ 하고 끊어져버린 느낌이었다.


단순 저혈당이었는지,

과로였는지,

아니면 그냥 마음이 먼저 탈이 난 건지

이유는 잘 모르겠다.


아이 하원도 못 한 채

침대에 덩그러니 누워 있으면서도

내 머릿속엔 한 문장만 맴돌았다.


“난 아프면 안 되는데.”

“난 절대 아프면 안 되는데.”


왜 나는

아프면 안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을까.


누가 그렇게 정해놓은 것도 아닌데

내가 나를 그렇게 몰아붙이고 있었다.


엄마는 쓰러지면 안 되고,

운전은 해야 하고,

치료는 가야 하고,

일정은 돌아가야 하고.


그 많은 것들 사이에서

정작 내 몸은

잠깐 멈추고 싶다고 신호를 보냈을 뿐인데.


나는 오늘

비로소 조금 인정한다.


나도 아플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그리고

잠깐 멈춘다고 해서

모든 것이 무너지지는 않는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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