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그게 뭐야?

by DJDJ

현정아, 아빠는 네가 초등학교 2학년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왜냐하면…


네가 어렸을 때부터 아빠 스스로 한 다짐이 있다. 우리 딸이 어느 정도 상식이 발달하고 사회화 과정을 거쳤다고 생각되었을 때,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야 하는 너에게 돈에 관하여 알려주고 싶었다. 결코 아빠가 잘 알고 있고 잘 하는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돈에 관한 공부를 나름대로 많이 했고, 평생 돈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되어 있는 일만 하고 있다 보니 이것에 관해서만큼은 너에게 잘 이야기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또한 돈은 네가 이제부터 살아갈 너의 인생 플롯(plot)에서 항상 등장하는 인물이고 종종 주연으로 활약하기도 하니까 그 감정 선과 미묘한 흐름들을 잘 파악해 두는 것이 너만의 연출을 위해 도움이 될 것이다.

가장 먼저 할 질문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마. 딸아, 돈이 무엇일까? 우리 같이 찾아보자.


국어사전에는


“사물의 가치를 나타내며, 상품의 교환을 매개하고, 재산 축적의 대상으로도 사용하는 물건. 예전에는 조가비, 짐승의 가죽, 보석, 옷감, 농산물 따위를 이용하였으나 요즈음은 금, 은, 동 따위의 금속이나 종이를 이용하여 만들며 그 크기나 모양, 액수 따위는 일정한 법률에 의하여 정한다”


라고 나와있다. 멋진 정의라고 생각이 든다.


자본주의 시대 No.1 국가인 미국에서는 어떻게 정의할까?


영어사전에는


“Money is any item or verifiable record that is generally accepted as payment for goods and services and repayment of debts, such as taxes, in a particular country or socio-economic context. The main functions of money are distinguished as: a medium of exchange, a unit of account, a store of value and sometimes, a standard of deferred payment.[4][5] Any item or verifiable record that fulfils these functions can be considered as money.”


라고 되어 있다. 모두 다 맞는 말이다. 굳이 사전의 정의를 빌린 이유는 훗날 반드시 정의를 여러 번 읽어보고 곱씹어 보라는 의미에서다.


아빠가 아는 돈이란 다음과 같아.


돈에 대한 모든 정의는 정답이다. 돈은 천사이기도 하고, 구세주가 되기도 하며, 악마로 돌변하거나 괴물이 되기도 한다. 사람을 얻는 매개가 되기도 하고, 관계를 망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사랑을 위해 필요할 때도 있고, 이별의 슬픔을 달래주는 치유제가 되기도 한다. 돈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살아가면서 돈에 관한 정의는 매 순간 달라질 것이다. 분명한 것은 돈은 살아있는 생명체라는 것이다. 돈은 동료이자 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존중하고 관리하여야 할 대상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돈은 스스로 적응하면서 내 앞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그 돈이 나를 위한 포지션을 취할지 아니면 그 반대일지 또한 매번 달라질 것이다. 그러므로 돈은 늘 경계해야 하고 동시에 항상 잘 이해해 주어야 하는 대상이 된다. 어쩌면 또 하나의 사람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직은 어려서 잘 모르겠지? 쉽게 이야기하면 돈은 너에게 친구라는 거다. 학교에서 만나는 사람친구도 있고, 네가 승마장에서 만나는 말 친구도 있고, 주말농장에 심어 놓은 상추 친구도 있고, 집에 가득한 인형 친구들도 있듯이, 돈도 너에게는 하나의 친구라는 것을 잊지 말아라.


이 친구가 왜 그리 중요하냐고 하면, 돈이라는 친구는 항상 너와 함께 있다. 다른 친구들처럼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겠지만 어느 정도의 돈은 항상 너에게 존재해야 하니, 죽을 때까지 이 친구는 베스트 프렌드로 너와 함께 할 동반자이다. 생각해 보면, 네가 무슨 일을 할 때 돈과 관계가 없는 일이 없다. 아침에 눈을 떠서 화장실에 가서 졸린 눈을 비비며 칫솔과 치약을 꺼낸다. 돈 주고 사야 하는 물건이다. 나와서 아침밥을 먹는다. 그것도 모두 돈을 주고 산 것이다. 학교에 가는 것도 교육세라는 이름으로 낸 세금으로 가능한 일이다. 이것 또한 돈이다. 학교가 끝나고 네가 가끔씩 가는 도서관에 있는 책들도 돈을 주고 사야 한다. 늦으면 연체료라는 것을 내야 하기도 한다. 더운 날 짬을 내서 사 먹는 아이스크림도 돈을 내야 한다. 하다못해 잠을 자기 위해 켜는 무드등의 전기조차 전기세를 내야 한다. 하루 종일 사람들은 무슨 일이든 하면서 지내는데 그 모든 일들이 돈과 관련된 것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돈이란 항상 내 옆에 함께 있다. 그러니 친하게 지내야 하지 않겠니? 사이가 안 좋으면 네가 하는 모든 일들이 불편해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돈이라는 녀석을 조금만 더 이해해 볼까?


너는 돈을 생각하면 네가 볼 수 있고 직접 만질 수 있는 지갑에 있는 지폐와 동전들을 생각할지 모르겠구나.

아빠가 일하는 여의도는 대한민국 금융의 중심지이다. 하루 동안 내 눈을 지나가고 컴퓨터에 입력하는 돈의 액수만 해도 수조원이 넘는다. 네가 상상하기 힘든 숫자들이지. 그럼 아빠는 그 돈을 다 만지고 세고 있을까? 그러면 저녁에 너와 놀 시간은커녕 잠을 잘 시간도 없을 것이다. 예전에 아빠가 은행을 다닐 때, 거래를 하던 카지노 업체가 있다. 카지노는 특성상 현금 시재가 많이 필요하겠지. 그래서 매일 4~5시쯤이면 현금 다발을 수 억 원씩 가져와 계수기 2개를 놓고 돈을 세던 기억이 있다. 그때의 액수보다도 수천, 수만 배나 많은 돈을 아빠는 매일매일 보고 있다. 그러면, 그 돈을 직접 만지고 볼 수 있을까? 전혀 아니다. 돈이라는 것은 때로는 이렇게 숫자로만 존재하기도 한다. 아무도 그 돈을 직접 보고 만질 수 있는 현금으로 만들어 가지고 있으려 하지 않는다. 너무 번거로우니 말이다. 그래서 너도 은행에 가서 저금을 하면 통장에 네가 가지고 있는 돈이 잔액으로 표시되어 있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할 때가 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돈을 좀 더 멋있는 말로 화폐라고 한다. 돈의 형태를 화폐라고 부르지. 우리나라에서는 ‘₩’ 이렇게 생긴 통화 기호에 ‘원’이라는 말로 부른다. 그래서 종이나 동전의 형태로 화폐를 만들어 사람들이 쓸 수 있도록 유통시킨다. 그래서 돈이라는 말을 처음 들으면, 네가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은 경험해보고 만져봤던 우리나라의 종이돈과 동전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원화 화폐인 것이지. 하지만, 요즈음은 눈에 보이지 않는 다양한 화폐들이 많아졌다. 각 나라마다 돈의 형태, 즉, 사용하는 화폐의 종류가 다양한 것은 물론, 가상화폐, 암호화 화폐라고 부르는 다른 종류의 화폐도 등장하고 있다. 네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시대에는 돈의 의미가 좀 더 확장적이고 다양한 의미로 쓰일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화폐들도 많아지면서 화폐마다 갖는 특징들이 서로 다른 세상으로 바뀌고 있는 중이다. 그런 암호화 화폐에 투자하는 광풍이 요즈음 세상을 뒤덮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아빠도 좀 더 공부를 하고 너와 함께 이야기해 하자구나.


예전에는 이런 종이돈이나 동전을 만들어 쓰지 않고, 서로 필요한 물건들을 직접 바꾸어 쓰는 시절이 있었다. 오래전 이야기이지만, 그때의 일을 알아야 돈의 속성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된다.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은 너에게는 아끼는 팔찌가 있다. 마침, 아이스크림을 파는 아저씨도 팔찌를 하나 갖고 싶었던 찰나였다.


“아저씨, 제 팔찌랑 아이스크림이랑 바꿀까요?


아저씨는 흔쾌히 팔찌와 아이스크림을 바꾸어 주었다. 덕분에 서로 원하는 것을 얻게 되었고 모두 만족하게 되었다. 그런데, 아저씨가 너의 팔찌가 필요가 없다면?


“아니야, 나는 팔찌가 필요하지 않은걸. 나는 시계가 필요해.”


이 말을 들은 너는 아이스크림을 먹기 위해 팔찌를 받고 시계를 내어줄 사람을 찾아야만 한다. 많이 돌아다녀야 하겠지? 설상가상으로 시계를 팔고 싶은 사람을 만난다 하더라도 그 사람이 원하는 것이 팔찌가 아니라면, 시무룩한 표정으로 다시 시계를 파는 사람을 찾아다녀야 한다. 얼마나 불편할까? 이러다 아이스크림은 다 녹아 없어져 버릴 것만 같다.


그래서 사람들은 공통의 교환 수단으로 쓰기 위해 화폐인 종이돈과 동전을 만들어 거기에 가치를 불어넣었지. 파란색은 천 원, 노란색은 오만 원, 큰 동전은 오백 원… 이렇게 말이다. 네가 팔찌를 남에게 팔면 돈을 받게 되고, 그 돈을 아이스크림 아저씨에게 가져가면 군말 없이 너에게 아이스크림을 내어줄 것이다. 왜냐하면 아이스크림 아저씨도 그 돈으로 자기가 필요한 것을 살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계가 너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확장되면서 이러한 거래에 돈이 일반적으로 쓰이게 되고 결국 모두가 인정하는 화폐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돈의 액수와 쓰임을 정해 놓는 것을 법으로 정하게 하여 모든 사람이 따르게 만들면서 법정화폐가 되고 이와 관련된 여러 가지 법들이 생겨나게 되었다. 물건을 교환하고 대가를 지불하는 상거래가 발달하게 되면서 관련된 사항들을 도와주는 상법이 생겨나게 되었고, 돈이 오가는 것을 원활하게 돕기 위하여 금융기법이 도입되고 이를 관장하는 금융 관련 법들이 계속해서 만들어지게 되면서 시스템을 갖추기 시작한 것이다. 이 시스템들이 각 나라마다 발달하면서 세계적인 흐름을 만들고 국제적인 규칙들이 정해지면서 오늘을 살아가는 자본주의 사회가 완성되었다. 그리고 오늘도 자본주의 사회는 계속해서 심화되며 발전을 거듭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를 좀 더 자세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사적인 배경지식이 필요하겠지만, 그건 아마 학교에서 가르쳐 줄 것이다. 필요하면 책들도 많이 있으니 탐독은 너의 몫으로 남겨두려고 한다.


오늘은 돈은 너와 항상 함께하여야 하는 무서운 친구라는 것만 기억해 두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