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란 좋든 싫든 절대 네 옆을 떠나지 않고 죽는 순간까지 함께 인생을 살아가는 친구라고 했다. 돈은 일단 많으면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고 그 선택을 할 수 있지만, 돈이 없으면 좋을 수 있는 선택은 그 자체로 할 수 없다는 것도 알려줬다. 행복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는 결국 돈이 있는 자에게 더 많이 돌아온다는 것을 명심하기를 바란다.
이제 그 친구를 통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자.
현정이는 지갑에 돈이 있다면 가장 먼저 무슨 생각이 들지?
갖고 싶은 장난감을 살 수 있다는 생각도 할 것이고, 엄마가 좋아하는 삼겹살을 사 줄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할 것이다. 주일에 헌금을 내는 것도 직접 네 지갑에서 꺼내 낼 수 있고, 은행으로 달려가 저금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돈이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네가 가지고 있는 돈의 양과 너의 생각이 맞아떨어지게 되면 그 돈을 통해 네가 원하는 무엇인가를 할 수 있게 된다. 물론 때로는 원하지 않아도 돈을 지불해야만 하는 상황도 생기게 된다. 하지만 그마저도 너를 위험에서 벗어나게 한다거나 불편한 현실을 극복해 낼 수 있도록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또 다른 종류의 행복을 위한 지출이 된다. 가만히 보면, 세상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든 순간에는 이 돈이라는 것이 항상 개입되어 있단다. 결국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돈을 가지고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와 같은 말인 게 된다.
아빠는 돈으로 하는 모든 것들을 거래(Transaction)이라고 부른다.
Trans라는 말은 무언가가 개입되어 하나의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변화된다는 의미이다. 이 말을 능동 명사화하여 Transaction이라는 말이 만들어졌다. 결국 머물지 않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모든 생각과 사물의 움직임을 거래라고 이야기할 수 있고, 거래에는 반드시 돈이라는 것이 수반된다. 왜냐하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자본주의 사회로 돈을 기반으로 거래가 이루어지도록 설계가 되었기 때문이다. 훗날 돈의 형태가 바뀌고 단위가 바뀐다 하더라도 돈이라는 개념은 절대 없어지지 않고 모든 거래의 매개가 될 것이다.
40년을 살아보니 사람의 인생에는 크게 두 가지 거래가 있더구나.
하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을 사용해야 하는 거래(소비 또는 지출)이고, 또 다른 하나는 나에게 돈이 주어지는 거래(소득)이다.
오늘은 돈을 사용해야 하는 거래, 즉, 소비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해 보자.
아빠와 엄마는 가끔씩 너의 옷을 왕창 살 때가 있다. 한꺼번에 많은 지출이 일어나 돈을 많이 써야 해서 자주 그럴 수는 없지만, 부모의 눈으로 우리 딸이 이 옷을 입고 다니면 참 잘 어울리고 예뻐 보이겠다는 생각에 장바구니에 마구마구 담게 된다. 주로 해외 사이트에서 다양한 브랜드들이 편집되어 있는 옷 가게를 이용하는데, 국내에서는 구하지 못하는 전 세계의 브랜드를 한자리에서 만나 골라 담고 주문할 수 있으니 얼마나 편리한지 모른다. 옷을 모두 고르고 막상 결제를 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서면 고통스럽다.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을 지불해야 하니 한 번 더 생각하게 되고, 장바구니로 돌아가 너무 과소비를 하는 게 아닌지 이 옷 저 옷 비교해보며 덜어내기도 하며 적정 수준의 소비를 할 수 있도록 여러 차례 고민하게 된다. 그렇게 어렵게 마지막 결제 창에 “결제 하시겠습니까?”라는 굵은 글씨 옆에 “Yes”를 누르는 순간 아빠는 돈을 소비하게 된다. 곧바로 전화기에 카드사로부터 문자가 날아온다. 아빠가 돈을 소비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키는 문자인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소비를 하게 되는 이유는 그 옷이 멀리 바다를 건너 우리 집 앞에 배달 되었을 때를 보면 알 수 있다. 그 날 저녁은 너에게 그렇게 산 옷을 하나하나 입혀보며 행복해 하는 너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저며오는 순간의 황홀함을 만끽할 수 있다. 그렇게 네가 잠들고 나서 너의 옷장이 풍성해 지는 것만으로도 아빠와 엄마는 부모로서의 기쁨과 돈을 소비한 만큼의 값어치를 행복으로 돌려 받았다는 것에 뿌듯해진다.
돈을 소비하는 것은 그만큼의 대가로 네가 원하는 눈에 보이는 어떤 것(때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을 얻게 되고 그것이 너에게 행복과 기쁨을 주게 되는 행위이다. 그렇지 않다면 사람들은 소비하지 않을 것이다. 돈을 쓰면 그만큼의 가치가 사람들에게 돌아와야 하고 그로 인해 정서적인 만족감을 얻게 되는 것이다. 내가 지출하는 돈이 나의 만족과 비교했을 때, 적절하다고 판단되면 소비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소비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 비교가 지금 당장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네가 좋아하는 해리포터 스페셜 에디션은 국내 방송사에서 IPTV 형태로 제공하면서 해리포터 시리즈 전 편을 무제한으로 볼 수 있도록 해 놓은 방송 프로그램이다. 아빠는 5만 원 상당의 금액을 지불하고 2년 전 구입했다. 당시에는 그만큼의 효용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총 8 편으로 완결되니 한 번씩만 보더라도 세 식구가 극장에서 소비하는 금액보다는 싸다는 판단으로 구매 결정을 내렸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벌써 네가 각 편을 10번 이상은 봤으니 볼 때마다 정말 구매를 잘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당시에는 그 효용이 이렇게까지 극대화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지만, 훗날 나의 소비가 현명했다는 판단을 만들어내는 것을 보면, 당시에 했던 지출과 만족감에 대한 비교가 항상 옳지는 않을 수 있고, 훗날 다른 판단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미래가치까지 고려해서 소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내가 가진 돈을 많이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그 돈에 비례해서 고민의 강도도 더욱 깊어져야 할 것이다. 현재의 소비가 앞으로의 나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서도 한 번쯤은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이다.
나중에 네가 더 커서 사회인이 되면 사고 싶은 것들도 많아지고 그 물건이나 서비스에 대한 가격도 점차 높아질 것이다. 그때마다 지출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현재의 지출이 나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닌지 판단해야 할 것이다. 옷 하나를 사도 그런데, 집이나 차 같은 고가의 무언가를 살 때에는 어떨까? 그래서 무엇인가를 살 때에는 내가 이것을 왜 사야 하는지에 대해 잘 생각해 보고 기록해 두는 습관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면 앞으로 네가 사는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고 나에게 어떤 효용을 주는 것인지 생각하고 비교해보며 올바른 소비 습관이 길러질 것이다. 그리고 훗날 그렇게 지출 리스트를 되돌아보며 당시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다른 만족과 행복을 주는 경우들이 생기면서 너의 소비 습관은 먼 미래를 내다보는 현명함을 갖추게 될 것이다. 그래서 아빠는 너에게 항상 이야기한다. 용돈 기입장을 쓰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지금은 지갑에 있는 돈이 얼마인지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네가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이 얼마인지 정확하게 알고, 원하는 것들을 얻기 위해서 나의 지갑을 어떻게 부풀려 현명한 소비를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될 것이다. 현명한 지출을 하는 사람들은 너무나도 멋있는 인생을 살게 된다. 지출 하나하나에서 의미를 찾고 이것이 나에게 어떤 행복을 가져다주는지 잘 이해하면서 말이다. 가끔 보면, 돈 쓰는 것에 익숙해져서 의미 없이 돈을 흘리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왜 사야 하는지, 왜 이 돈을 줘야 하는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은 채 그냥 소비를 해대는 것이다. 작금의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보복 소비라는 신조어가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다. 유동성이 과도하게 시장에 난사된 덕분에 돈의 가치가 우스워졌고 이로 말미암아 무턱대고 돈을 쓰는 습관이 익숙해지면 그때부터는 비어 있는 너의 지갑을 어느 날 발견하게 될 것이다. 너의 평생 친구인 돈이라는 친구가 이제 더 이상 내 옆에 없다는 사실에 슬퍼해도 그때는 늦어 버린 것이다. 그러면 배가 고파도 빵 한 조각 사 먹을 수 없는 초라한 나 자신을 바라보게 될 것이고, 나약해진 육체와 정신은 온갖 유혹을 쉽게 받아들이게 돼 결국,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고 인생이 패가망신하는 길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그러니 딸아 현명하게 소비하는 습관은 매우 중요하다. 왜 이 돈을 써야 하는지 스스로를 설득하고 기록하는 습관이 너를 현명하게 만들 것이다. 그러면 이미 가난으로부터 멀어져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