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비밀스러운 아지트
이번에는 저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비밀스러운 아지트이기도 한, 제 노트를 소개하려 합니다. 기록하는 사람들을 보면 여러 권의 노트를 용도별로 나누어 쓰기도 하고, 한 권에 모든 걸 담는 단권화를 선택하기도 하죠. 저는 트래블러스 노트 패스포트 사이즈 안에 세 개의 속지를 끼워 사용하고 있습니다. 손바닥만 한 가죽 커버 안에 담긴 저의 작은 세계를 지금부터 보여드릴게요.
본격적인 소개에 앞서 노트를 품고 다니는 파우치부터 꺼내 봅니다. 지난 글 ‘What's in my pencil case’에서 보여드린 실리콘 필통과 세트인 브라운 캐릭터 파우치예요. 원래는 아이들의 비상약을 넣어 다니던 것이었는데, 아이들이 부쩍 자라면서 이제는 제 노트의 든든한 주머니가 되었습니다. 집에 굴러다니던 물건에게 딱 맞는 새 역할을 찾아줄 때면 기분 좋은 희열이 느껴지곤 합니다. 파우치 손잡이에는 제가 아끼는 거북이 모양 인형을 달아 저만의 표식을 더했습니다.
제 트래블러스 노트(이하 트노)는 패스포트 사이즈, 올리브 색상입니다. 트노는 가죽마다 색감이 조금씩 다른 ‘뽑기 운’이 있다고들 하는데요. 제 올리브는 브라운 톤이 살짝 섞인 차분한 느낌이라 볼수록 정이 갑니다. 오리지널 사이즈보다 지면이 좁아 매일 기록해야 한다는 부담이 적고, 외투 주머니에도 쏙 들어가는 컴팩트함은 저에게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노트에 달린 장식들에는 저마다의 시간이 농밀하게 담겨 있습니다. 하단 끈에 매달린 실버 펜던트는 2000년대 초반, 지금의 남편을 만나기도 전부터 간직해 온 제 가장 오래된 물건입니다. 볼 때마다 오롯이 혼자였던 젊은 날의 저를 떠올리게 하는 특별한 징표죠. 저희 집 물건들 중 남편보다 저와 오래 지낸 유일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그 옆의 꽃과 나비 장식에는 딸아이와의 추억이 담겨 있습니다. 아이가 어질러 놓은 비즈들 사이에서 우연히 발견한 나비 비즈를 달아주었더니, 엄마 일기장을 참 예뻐해 주더라고요. 지금은 그 소중한 나비 비즈 대신 자개 장식이 달린 어른스러운 나비 펜던트를 새로 달아주었습니다. 꽃 책갈피와 나비가 한데 모이니 노트가 마치 살아있는 한 그루의 나무처럼 느껴져 마음에 쏙 듭니다.
노트 상단에 달린 빨강, 파랑 실도 제게는 보물입니다. 아이가 한글을 배우며 서투른 솜씨로 처음 써준 '엄마 사랑해' 책갈피예요. 아이의 예쁜 마음을 늘 곁에 두고 싶어 실사용보다는 간직하는 용도로 늘 끼워두고 있습니다.
가죽 커버를 열면 혹시 모를 이염을 방지하고 메모지를 수납하기 위한 크래프트 파일이 가장 먼저 반겨줍니다. 파일 사이에는 나무가 그려진 종이들을 덧대어 잉크가 묻는 것을 방지하고 있어요. 여기에 끼워둔 메모지는 쓰다 남은 노트를 재활용해서 직접 만든 것들입니다. 그 안에는 총 세 권의 속지가 제 기록 생활을 지탱하고 있습니다.
만년 위클리: 일본 공휴일이 적힌 기성품보다 제가 직접 날짜를 쓰는 게 마음 편해 만년형을 고집합니다. 주로 일정을 관리하는 스케줄러로 씁니다.
일기장: 만년필과 궁합이 좋은 미도리 MD 무지 노트를 사용합니다. 저의 주된 기록 공간입니다.
아이디어 노트: 독서 기록과 콘텐츠 구상 등을 담습니다. 독서 노트를 따로 만들면 빈 페이지가 생길까 봐 부담스러운데, 이렇게 여러 가지를 통합해서 쓰니 기록이 훨씬 자유로워졌습니다.
이렇게 제 트래블러스 노트의 겉모습과 구성을 보여드렸습니다. 실제 제가 이 지면들을 어떻게 채워나가는지는 다음에 더 자세히 담아보려 합니다. 저의 작은 아지트의 모습이 여러분의 기록 생활에 영감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제 노트의 실제 모습은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HzV6rlH9BAQ?si=zodV5yCgH12hgGJ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