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필을 사용할 때 알아야 하는 최소한의 지식

만년필, 잉크, 종이... 왜 이 셋을 세트로 골라야 할까?

by 어디

기록하는 즐거움을 알게 되면 자연스레 도구에 눈길이 머뭅니다. 그중에서도 만년필은 참 매력적인 도구입니다. 오늘은 너무 깊이 들어가기보다, 만년필과 친해지기 위해 꼭 필요한 ‘최소한의 지식’을 정리해 보려 합니다. 만년필은 펜 하나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만년필, 잉크, 그리고 종이. 이 세 가지가 조화롭게 만날 때 비로소 나만의 필기감이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1. 만년필을 이해하는 용어들

캡(Cap): 닙의 건조를 막아주는 뚜껑입니다.

닙(Nib): 만년필의 심장이자 필기감을 결정하는 금속 촉입니다.

피드(Feed): 닙 아래에서 잉크가 흐르는 길입니다. 잉크의 흐름이 '좋다' 혹은 '박하다'라고 말할 때 이 피드의 역할이 큽니다.

배럴(Barrel): 잉크를 보관하는 펜의 몸통입니다. 배럴의 무게와 소재에 따라 손목의 피로도가 결정되기도 합니다.

특히 닙의 굵기는 가느다란 EF부터 굵은 B까지 나뉘는데, 이는 상대적입니다. 대체로 세밀한 획이 많은 한자 문화권(한국, 일본 등) 브랜드의 닙이 유럽 브랜드보다 훨씬 가늘게 나옵니다. 기록의 목적에 따라 직접 써보고 나만의 굵기를 찾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2. 만년필을 아끼는 사소하지만 단단한 습관

만년필 세척은 잉크 색상을 바꾸거나 펜을 오래 비워둘 때만 하면 됩니다. 컨버터로 물을 채우고 비우는 과정이 번거롭다면, 시중에 판매되는 세척 툴을 사용해 보세요. 피드에 물을 직접 쏴서 시원하게 씻어내는 쾌감이 쏠쏠합니다. 또한, 캡을 펜 뒤쪽에 무리하게 꽂는 것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배럴에 상처가 나거나 캡이 망가질 수 있으니까요. 쓰지 않을 때는 뚜껑을 닫아 잉크가 마르는 것을 방지하고, 너무 잦은 분해는 고장의 원인이 되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3. 잉크의 성질, 그리고 예상치 못한 꿀팁

잉크는 간편한 카트리지와 색상이 다양한 병잉크로 나뉩니다. 관리가 쉬운 '염료 잉크'가 대중적이지만, 보존성이 좋은 '안료 잉크'나 화려한 '펄 잉크'를 써보는 것도 만년필의 재미입니다. 다만 입자가 있는 잉크를 쓸 때는 흐름이 막히지 않게 더 자주 사용해 주어야 합니다. 저만의 작은 팁을 하나 드릴까요? 기록을 하다 보면 손에 잉크가 묻기 마련입니다. 잘 지워지지 않아 곤란할 땐 '머리 감기'를 해보세요. 샴푸와 머리카락의 부드러운 마찰이 그 어떤 세정제보다 깨끗하게 잉크 자국을 지워줍니다.


4. 마지막 퍼즐, 종이와의 궁합

만년필용 종이가 따로 정해진 것은 아닙니다. 번짐이 적고 뒤 비침이 없는 종이라면 만년필 사용이 가능합니다. 의외로 비싼 브랜드 노트보다 평범한 A4 용지가 만년필과 더 잘 어울릴 때도 있습니다. 저는 미도리의 'MD 페이퍼'를 즐겨 씁니다. 사각거리는 질감이 만년필과 참 잘 맞거든요. 나중에 이 종이만 따로 깊게 다루어볼 기회를 가져보겠습니다.


오늘 정리해 드린 내용이 여러분의 책상 위, 만년필 한 자루와 더 친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첫 만년필은 무엇이었나요? 혹은 어떤 만년필과 함께하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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