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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am Choi Sep 25. 2021

책을 읽는 건 어렵지 않다. 다만 펼치는 게 어려울 뿐

다시 새롭게 독서를 시작하며


어떤 일을 할 때에 계획적이고 효율을 생각하며, 결과뿐만이 아니라 과정까지도 완벽했으면 좋겠다는 사람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일이 무엇일까? 매끄러운 과정과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도 물론 힘들지만 그 중에서도 시작이 가장 어렵다.  


어떻게 시작해야 결과까지 순조롭게 이루어질까


블로그, 인스타그램, 그리고 이 브런치를 시작하고 난 뒤 끊임없이 시작을 머뭇거리게 만들고 꾸준하게 이어지지 못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일부분에 집착하여 갑자기 그만두어버리는 지금의 내 모습을 만들어낸 것 또한 이러한 생각이 큰 영향을 미쳤다. 어쩌면 내가 그토록 책을 좋아했음에도 집으로 돌아와 상대적으로 가벼운 인터넷 방송이나 유튜브 컨텐츠를 시청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도 시작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닌가 싶다. 


주말에 심심할 때에 뭔가 볼 게 없을까 하면서 넷플릭스에 들어가면 한참을 무엇을 볼지 고민만 하다 결국에는 게임이나 유튜브를 찾는 것도 채 한편도 보기도 전에 시작하면 완결까지는 챙겨봐야 한다는 강박과 완결을 보기까지의 시간을 계산하며 오늘은 어렵겠지 하는 마음에 익숙한 영상을 찾게 되는 게 아닐까 싶다. 아마 책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난 예전에 어떻게 그렇게 많은 책들을 읽었을까


아직 대학교를 졸업하기 전 20대 중반, 나는 내 미래에 대한 막연함과 지금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는 불안감에 몸에 힘이 남아있을 때에는 알바와 대외활동을, 잠에 들지 않는 시간에는 책을, 그리고 이동할 때에는 팟캐스트를 들으며 생각할 시간을 지워버렸다. 그러다 문득 대학교에서 전화 한 통이 왔다. '도서관에서 두 번째로 책을 많이 많이 빌려서 상을 받으러 와야 한다'는 전화였다. 


그때는 지하철에서도 책을 읽었고, 아르바이트하는 도중에 점심시간에도 책을 읽었고, 화장실에서도 책을 들고 들어갔다. 그리고 아무런 스케줄이 없는 날이면 학교 주변에 24시간 카페가 굉장히 많아 저녁을 먹고 가방에 책 2-3권을 챙겨서 커피를 한잔 시키고 새벽까지 책을 보다가 집에 돌아오곤 했다. 그렇게 1년에 200권이 넘는 책을 두께도 장르도 상관없이 읽곤 했었다. 

다 읽은 책 보다 사모으는 책이 더 많아졌다. 


처음 다독을 시작했을 때에는 읽을 책들을 모두 산다는 것 자체에 굉장히 큰 경제적 압박이었다. 보통 학부생의 한도인 10권을 도서관에 빌려 2주라는 대출기간 안에 대부분 읽고 반납하고 또 다른 10권을 빌려서 보던 때라 정말 내 곁에 두고 소장하며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볼 책들만을 선정하고 선정해서 책을 주문하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바뀌어도 한참이나 바뀌어버렸다.


회사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시간은 부족하지만 학생 때보다는 넉넉한 환경에 이제는 보고 싶은 책들을 인터넷 주문을 통해서 받아보곤 하는데, 분명히 굉장히 읽고 싶은 마음에 시킨 책이었는데 어느새 책장에서 빠져나올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잊혀지는 일이 많아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미련이 남아서인지, 아니면 이미 습관이 되어버려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전에 샀던 책들을 채 다 읽지 못하고 잊어버린 채 다른 새로운 책들을 주문하곤 한다. 




책을 읽는 건 어렵지 않다. 다만 책을 펼치는 게 어려울 뿐

어떤 책에 따라서 조금은 차이가 있지만 사실 책을 펼쳐보기도 전에 이미 압도되는(피곤한) 책들이 있다. 호메로스의 책이 그러하고 제임스 조이스의 책이 그러하다. 철학책은 말할 것도 없고 종교학, 과학, 경제학, 역사책들도 대부분 그러하다(그래서 요즘은 패키지가 너무 이쁘게 잘 나오는 게 아닐까 싶다). 목차도 읽어보기 전에 이걸 다 읽으려면 며칠이나 걸릴까를 계산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최근에 핀터레스트를 돌아다니다 이런 글귀를 발견했다. 


Progress, not perfection

독서는 책의 있는 문장을 읽어나가는 행위가 중요한 것이지 처음부터 끝까지 놓치지 않고 모든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어떨 때에는 중간에 놓기도 하고, 어떤 책들은 마음에 드는 구간만 따로 읽기도, 그리고 또 어떤 책들은 곁에 두고 해마다 다시 읽기도 한다. 침착맨 방송을 틀어놓고 봐도 상관없고, 오징어게임을 틀어놓고 봐도 상관없다. 다만 읽는 행위에서 만족감을 느낀다면. 


나도 다음 주부터는, 아니 내일부터는 다시 조금이라도 시간을 내서 책을 읽어보려고 한다. 

앞으로 쓸 글들은 꾸준하게 책을 읽어나가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자 기록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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