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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am Choi Aug 07. 2024

[에세이] 트리거

삶이 권태로울 때 활력을 돋아줄 작은 행동 한 가지

사업을 접고 직장 생활을 이제 막 시작하기 전, 당시 29살에 연봉이 3억 넘던 어떤 친구에게 그런 조언을 들은 적이 있다. ‘당신이 쓰는 시간에서 발전을 위한 시간을 제외하고는 모두 줄여라’, ‘당신의 모든 시간이 더 나은 자신 혹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시간으로 채워라’라고.

 

 그때 그 조언을 들었을 때 당시에는 솔직히 그게 가능한 소리인가 싶었다. 플라톤이 말하는 철인도 아니고, 누구나 적어도 하루에 1~2시간, 혹은 일주일 중 주말 하루 정도는 리프레시를 위해서 소파에 누워 유튜브를 보거나, 친한 친구와 별 것 아닌 수다를 떨거나, 약속이 없다면 예정에 없던 술자리를 가지고 다음날 오후 2시에 일어나도 인생에 아무런 영향이 없지 않을까 생각했다. 영향이 없다기보다는 그러한 시간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고, 그런 삶을 사는 사람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일에도 번아웃이 찾아오고 연애에도 권태기가 찾아오듯이, 무의미한 시간을 죽이는 데에도 권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사회생활 3년 차에 깨달았다. 로스트아크가 오픈하던 때에 48시간을 이어서 게임에 시간을 쏟았던 나조차도 이제는 더 이상 재미있는 게임을 찾기 힘들고, 500편 이상 본 영화도, 어릴 때 재미있게 보던 애니메이션도, 책도 웹소설도 유튜브도 30시간이 넘는 긴 주말을 채우기에는 버거워졌다.

이제는 누가 뒤에서 칼들고 협박이라도 하지 않으면 24시간 앉아 게임하지 못한다. (사진출처 : 스마일게이트)

지루하고 긴 주말 시간을 어떻게 알차게 채워야 할까 고민하다가, 문득 자격증 시험이 떠올라 시작해봤다. 아주 적은 돈으로 시간을 때울 수 있다는 아주 간단한 발상에서 시작했다. 생각해보니 소설이나 철학책 읽듯이, 그저 분량이 많은 비문학을 읽는다는 생각으로 시작하면 시간도 죽이고 목표도 생기고, 혹시나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연봉도 인상될 가능성 있으니 일석삼조라는 생각이 들어 요약서와 기출문제집을 주문했다. 그러니 마치 호수에 떨어진 돌멩이가 물결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모든 것이 조금씩 바뀌었다.  


목표를 위해 달리는 것 외에 어떠한 고민도 없이 행동하고 사고하는 건 고등학교 이후로 굉장히 오랜만이었다. 물론 중간에 운동이라는 카테고리가 있었지만, 운동은 약간 독서와 비슷한 감각이었다. 언젠가는 나를 발전시킬 것이라는 긍정적인 목적은 있지만 변화의 속도가 아주 느려 실제로 체감하거나 눈에 띄는 결과를 마주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려 매주 월요일, 매일 아침마다 동기가 필요했다. 그저 꾸준히, 비유하자면 매일 의자에 바른 자세로 앉는 것과 같다. 지금 당장 바른 자세로 앉아 일을 하면 허리건강을 예방할 수 있지만 지금 당장 의자에 등을 기대고 다리를 꼬는 자세가 편한 건 어쩔 수가 없다. 

 

자격시험과 같은 단기레이스는 제한된 시간 안에 내가 무얼 어떻게 얼마나 효율적으로 해야 할지 명확히 해야 승산이 있는 싸움이다. 이전에는 어떻게 하면 비어있는 시간을 재미로, 빠르게 채워야 할까를 고민했다면, 공부를 시작한 순간 내 한 주간 일과 수면을 제외하고 얼마나 많은 시간이 확보 가능한지의 고민으로 바뀌었다. 무의미한 약속을 비우고, 해야 할 일을 최대한 빠르게 쳐내고 언제 일어나서 언제 일어나야 하는지도 모두 디데이와 싸움이었다.  


이렇게 이전보다 더 생산적으로 시간을 쏟아보자고 마음먹으면, 첫 번째로 생각보다 가용할 수 있는 시간이 많다는 것에 한 번 놀라고(그동안 무의미하게 쓴 시간이 그만큼 많았다), 그 많이 확보한 시간을 그저 미래를 위해 알차게 쓰기만 해도 게임에 시간을 쏟던 이전에 나보다 훨씬 더 재미있는 삶을 살고 있다는 감각에 두 번 놀라게 된다.  




다시 돌아가서, 예전 취준생 시절 그 친구가 했던 조언을 이제야 이해했다. 왜 본인의 시간을 최대한 미래를 위해서 쓰라고 했는지. 그 친구는 그저 그렇게 해야 나중에 커리어를 발전시키고 더욱 경제적으로 성공을 이루기 때문에 말한 것이 아니라, 그래야 삶의 권태로움에서 벗어나 어떠한 부정적인 고민이나 근심 없이 편하게 살아갈 수 있기 때문에, 그리고 그걸 본인은 조금 더 일찍 깨달았기 때문에 조언한 것이었다. 조튜브가 주7일을 일해야한다고 주장하던 이제는 이해가 된다.  


최근에는 그토록 싫어하던, 초등학교 이후로 내 인생에서 20년 이상을 괴롭히던 영어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또 다른 자격증 시험의 일정을 알아보고 있다. 조그만 월급으로 굴릴 수 있는 재테크 방법도 알아보고 있으며 쓰기 힘들던 글도 지금 이렇게 쓰고 있다. 


최근 일도, 인간관계도, 게임도 애니도 영화도 책도 유튜브도 넷플릭스도 다 뭘 봐야할지 모르겠고 크게 보고싶은 것도 없고, 어렵게 고른 콘텐츠도 그다지 재미있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본인에게 도움되는 자격시험 하나 접수해보는 것을 추천한다(알아보면 우리나라에는 정말 수많은 자격시험이 존재하고, 그 많은 시험들을 또 직장을 다니면서 준비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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