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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대현 Oct 30. 2021

어린 왕자(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줄거리, 명대사, 해석


 어린 왕자를 처음 접한 것은 초등학생 때였다. 처음에 읽었을 때는 뭐랄까... 이 책의 의미를 알기는 너무 어린 나이였던 것 같다. 하지만 책에서 풍기는 느낌이 좋았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가 수년이 지나 대학교 교양 수업 때 어린 왕자를 다시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 어린 왕자는 나의 최애 책 중에 하나가 되었다.



어린 왕자를 대표하는 것은 어떤 구절이 아닌 바로 이 그림 한 장이 아닐까 싶다. 이 그림을 보고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어른들은 이렇게 안을 직접 보여주지 않고는 알 수가 없다.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할 수 있는 어린아이들 만이
뱀의 뱃속을 보여주지 않아도 보아뱀 뱃속에 있는 코끼리를 볼 수 있다.

 어른들도 한 때 어리고 순수했던 시절이 있었다.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믿었던 그런 날 말이다. 누군가가 보아뱀이 코끼리를 삼켰다는 말을 하더라도 순수하게 믿었던 그런 시절 말이다.


난 이 구절을 볼 때마다 항상 이런 생각이 든다. 꿈을 꾸면 이루어진다는 말을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어른이 얼마나 될까? 보이지 않는 빛나는 미래를 볼 수 있었던 그 어린 시절의 꼬마들은 다 어디로 가버린 걸까?


천문학자는 국제 천문 학회에서 자신의 발견에 대해 길게 논증했다.
그러나 그가 입은 옷 때문에 아무도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
그 천문학자는 1920년에 아주 우아한 양복을 입고 논증을 다시 했다.
이번에는 모두 그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어른들은 눈에 보이는 것만을 중요하게 여긴다. 위의 천문학자의 사례와 같이 어른들은 학자가 하는 말보다 그 학자가 어떻게 보이는지가 더 중요하다. 보이지 않는 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렸을 때 우리는 어른이 된다.


어린 왕자는 다양한 행성을 탐험하면서 그 행성에 있는 사람들을 만난다.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을 보여주는 듯한 느낌이 든다. 여기서는 어린 왕자에 나오는 모든 사람들을 언급하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어린 왕자의 행성 여행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각 행성마다 단 한 명의 사람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결국 우리는 우리만의 인생을 살아간다. '나'의 행성에는 '나' 외엔 어느 누구도 존재할 수 없다. 하지만 어른들은 이 점을 깨닫지 못하고 어리석은 짓을 많이 저지른다.


어린 왕자는 왕이 있는 행성에 갔다. 그런데 그 행성에는 왕 혼자 뿐이었다. 혼자 뿐인 왕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하지만 그 왕은 끝까지 권위를 잃지 않으려고 했다.


어른들은 높은 지위에 오르기 원한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높은 지위에 오르기 원하는 걸까? 권력에 정점에는 혼자 밖에 설 수가 없다. 그런데 그렇게 정점에 서면 뭐하겠나... 어차피 혼자 뿐인걸...


어린 왕자가 찾은 또 다른 행성은 사업가의 행성이었다. 그곳에서는 사업가가 앉아서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세고 있었다. 사업가는 천문학적인 양의 별을 보유하고 있었고, 끊임없이 더 많은 별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있었다. 그런데 별을 세느라 너무 바빠서 어린 왕자가 왔을 때 고개를 들 시간조차 없었다.


어린 왕자가 말하는 사업가는 재산이 많은 사람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막대한 재산을 가지고 또 그것을 더 불리기 위해 눈코 뜰 새 없이 일에 전념한다. 그는 막대한 재산을 가지고 있지만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시간이 없다. 웃기게도 그 재산을 다 누릴 수 있는 시간도 없다.


또 어린 왕자는 전등을 켰다 껐다 하는 사람이 있는 행성에 갔다. 이전의 사람들과는 다르게 어린 왕자는 이 사람과 친구가 되고 싶어 한다. 전등을 켜는 사람이 하는 일은 매우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일은 다른 누군가를 밝게 비춰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사람만큼은 지금 까지 만난 사람과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등을 껐다 켰다 하는 사람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난 아주 끔찍한 일을 하고 있단다.

그 사람은 가면 갈수록 더 많은 일에 시달렸다. 그래서 나중에는 도무지 편히 쉴 수 있는 순간이 없었다. 어린 왕자와 잠깐이라도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은 그에게 존재하지 않았다.


남을 위해 사는 삶이라도 자기 자신이 불행하다면 그 삶이 무슨 소용일까?


나는 내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꽃을 가진 부자라고 생각했는데,
흔한 장미꽃 하나를 가졌을 줄이야.

어린 왕자가 애지중지 키우던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장미가 있었다. 그런데 지구에 와보니 그런 장미가 5천 개나 있었다. 그걸 본 어린 왕자는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나에게는 하나뿐인 장미가 실은 흔해 빠진 거였다니!'


어린 왕자에서 장미가 상징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모르겠다. 물론 해답은 각자가 내리는 것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사랑하는 연인이 장미일 수 있다.


또 누군가에게는 뜨거운 우정을 나눈 친구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자기 자신이 장미가 될 수 있다.


사랑에 빠졌을 때는 사랑하는 대상이 그 어느 누구 보다도 특별해 보인다. 나의 여자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상냥해 보이는 법이다. 그런데 그 여자가 세상에 흔하디 흔한 여자 중에 하나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었을 때 어떤 기분이 들까? 세상이 무너지는 느낌이 아닐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 필요하게 되지.
너는 나한테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것이 될 거야.
나는 너한테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것이 될 거고……

 어린 왕자는 여우에게 '길들이는 법'에 대해 배운다. 여우는 서로를 길들이기 위해 매일 같은 시간에 만나기로 한다. 그리고 서로를 길들이게 되면 흔한 어린아이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아이로 바뀐다는 것을, 흔한 여우는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여우로 변한 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내 비밀은 이거야. 아주 간단해. 마음으로 보아야만 잘 보인다.
중요한 것은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나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비싼 거? 아니면 트로피? 아니다. 내가 시간을 가장 많이 쏟은 그것이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이 특별한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우리들의 부모님이,


우리들의 친구가,


우리들의 연인이,


아니면 나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존재인 줄만 알았는데 지극히 평범한 한 사람에 지나지 않는 사실을 깨닫는 날이 오게 될 줄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울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대상이 평범할 지라도 우리가 그 대상에게 많은 시간을 쏟았다면 그 대상은 더 이상 평범하지 않다.


많은 시간을 함께 했다는 것, 소중한 추억들을 쌓았다는 것 자체로 그들은 우리에게 특별한 존재가 된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존재, 이미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존재가 된 것이다.


세상은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을 보며 특별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세상이 하는 말에 흔들리지 말자.


진짜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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