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실누비 바늘방석: 색실로 누벼낸 바늘과 핀을 꽂아두는 바늘방석
불꽃놀이를 모티브로 한 색실누비 바늘방석
정신없이 한차례 바쁜 일이 지나고, 얼마 남지 않은 전시 시작일에 맞추어 색실누비 바늘방석을 바지런히 꿰었다.
들인 시간에 비하면 과정은 비교적 간단하다.
무늬를 정해 붉은 명주에 도안을 본뜬다.
도안이 새겨진 명주 밑에 포근한 목화솜을 깔고 곳곳을 시침해서 고정시킨다.
두께감이 있는 지누사로 한 줄, 한 줄 박음질로 누벼나간다.
다 누벼졌으면 시접을 깔끔히 처리하고, 바이어스를 빙 두른다. (이때 모양이 예쁘게 잡혔는지 핀으로 모양을 잘 잡아야 우글거리지 않는다.)
바이어스가 둘러진 두 개의 누비 면을 잘 맞추고, 핀으로 고정하여 사뜨기로 이어준다.
색실누비 바늘방석을 만들고 난 뒤, 실수와 나의 부족함이 너무 크게 느껴져서 수백 글자를 써 내려갔다가 다시 지웠다.
세상 사람 대부분 내가 잘하는 것은 모를 텐데, 나의 부족한 부분을 굳이 내가 쓸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떠올리며, 그것을 글로 쓰며, 다시 한번 읽어보며.
매번 이미 깨달은 실수를 세 번이나 되짚게 하는 것은 스스로에게 가혹한 일이다.
그 대신 이 바늘방석을 만들며 떠오른 에피소드를 써보려 한다.
규방공예를 하면 솜을 쓸 일이 꽤 자주 있는데,
두터운 목화솜을 가득 채워 넣을 때면 어릴 적 엄마가 싸준 도시락이 생각난다.
나는 김밥을 싫어해서 한 번도 소풍이나 운동회 때 김밥을 싸간 적이 없다.
대신 엄마는 유부초밥을 싸주셨다.
소풍 전 날. 갓 지은 쌀밥에 가늘은 소금과 참기름, 후리가케를 뿌려 맛있게 간을 해서 달콤 짭짜름한 유부에 가득 채워 넣는다.
내가 먹는 유부초밥은 간사이 식이군요(이미지 출처는 나무위키)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면 엄마가 유부초밥을 만들다 하나쯤은 입에 쏙 넣어주고, 밥이 남으면 작은 주먹밥으로 뭉쳐서 김에 싸서 먹여주기도 했다.
하루는 콩고물을 기다리며 앉아있는데, 엄마가 만들다가 터진 유부초밥을 맛보라고 접시에 올려주었다.
엄마 왜 이렇게 가득 넣어서 터뜨려? 쪼금만 넣어~라고 하자
엄마는 밥이 논다면서, 유부초밥을 가득 채우는 방법을 설명했다. 조물조물 밥을 뭉쳐 유부 안에 넣고, 손가락으로 꾹 눌러 자리를 만들고 또 밥을 넣고, 또 누르고,,,
엄마는 그렇게 밥알이 가득가득한 유부초밥으로 도시락을 싸주셨다.
색실이 가득 누벼진 바늘방석에 유부 속에 따끈한 밥알을 채워 넣듯 목화솜을 채워 넣다 보니 그때의 엄마가 떠올랐다.
꾹꾹 채워넣는 목화솜
고소한 참기름 냄새, 비닐장갑을 끼고 밥알을 뭉치던 소리, 엄마가 "아야, 있냐. 이거 봐라. 검지로 이렇게 누르면 가득 채울 수가 있다~?" 하면서 내게 보여주던 모습.
이 얘기를 엄마한테 하면 긴가민가 하며 "옴메? 내가 그랬냐? 모올라? 으응 그랬던 것두 같다." 하겠지만.
언젠가 뜬금없는 옛날이야기를 했을 때 엄마가 그랬다.
"니는 참 별것도 아닌 걸 기억한다이~"
아무것도 아닌 순간이었을 텐데, 그런 짧고 평범한 순간들이 힘을 내게 한다.
평범한 일상이 단단해서 굳건히 버티고 서 있을 수 있게 하고, 엎어져도 금방 나를 일으켜주는 것 같다.
작은 공예품을 바느질하면서 별 걸 다 생각한다 싶겠지만
이게 나의 명상이고, 치유다.
그리고 작품과 일상을 오래 기억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미티테이즈 공방의 윈도우 정기전이 10회를 맞았다.
캐릭터가 다른 7개의 포근한 색실누비를 볼 수 있다.
정기전 포스터
지나가며 창문으로도 볼 수 있는 윈도우 정기전
불꽃놀이
밤하늘, 거창한 소리를 터뜨리는 불꽃놀이처럼
붉은 명주 위 가득 색실로 터뜨리는 축포